‘질환 예방’ 목표 먼저 세워라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0.01.1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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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에 따른 연령대별 건강 계획표 만들기

▲ 1월3일 대구시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열린 ‘제3회 2010 새해알몸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이 출발선에서 힘차게 뛰어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2010년 경인년(庚寅年) 새해를 맞아 건강을 챙기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많다. 운동, 식 습관 개선, 금연, 절주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그러나 무리한 계획은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특정 질환을 예방할 목표로 건강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시사저널>은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의 사망 원인을 토대로 연령대별 최우선 건강법을 마련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30대는 갑상선암·심장질환, 40~50대는 위암·간질환·성인병, 60대 이후는 폐암·대장암·뇌혈관질환에 유념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갑상선암ㆍ심장질환ㆍ간질환

▲ 서구식 식습관 등으로 30대 심장질환자가 늘고 있다. 생활 습관·식 습관 개선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시사저널 박은숙

신체적으로 가장 성숙한 시기가 30대이다. 이를 믿고 건강에 소홀하기 쉬운 때이기도 하다. 30대에 성인병에 걸리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연령대의 최대 사망 원인인 자살을 제외하면 30대의 건강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은 암이다.

암 중에서도 갑상선암을 유념해야 한다. 체온이 떨어지면서 체중이 늘거나, 식욕은 좋은데 체중이 줄면 갑상선질환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갑상선암의 원인으로는 방사선에 노출되거나 유전자 변이가 꼽힌다. 여드름이나 편도선염을 치료하기 위해 방사선을 머리나 목에 쪼인 환자가 20년 후 갑상선암에 걸리는 확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또, RET라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가족성 갑상선수질암을 유발한다. 유전성이므로 가족 중에 이런 환자가 있으면 나머지 가족도 유전자 돌연변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상이 발견되면 예방적으로 갑상선 절제술을 받는 것이 좋다.

채소가 갑상선암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양배추, 브로콜리, 고추냉이 등 십자화과 채소는 그 효과가 불분명하다. 일부 동물 실험에서 십자화과 채소가 암을 일으키지만, 다른 채소와 함께 섭취하면 암 발생을 억제하기도 한다. 갑상선이 호르몬을 만들 때 필요한 물질이 요오드이다. 요오드가 부족하면 갑상선이 비대해지는데 이를 갑상선종이라고 한다. 요오드는 다시마, 김, 미역, 조개, 새우, 천일염, 우유 등에 풍부하다. 해조류를 즐겨 먹는 한국인은 평소 식사만으로 요오드를 충분히 섭취한다. 다만, 수유기 여성이 매일 미역국을 섭취하거나 변비 치료를 위해 다시마 환을 복용하는 경우 요오드 섭취량이 필요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오히려 갑상선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심장질환도 30대 건강에 걸림돌이다. 펌프질을 하는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관상동맥이다. 이 혈관이 동맥경화, 혈전, 경련 등으로 좁아지거나 막히면 심장 근육에 산소가 부족해지는 심근허혈이 생긴다. 심근허혈은 협심증과 심근경색을 총칭하는 말이다. 이때 가슴 통증이 생기는데, 조이거나 누르거나 쥐어짜는 듯한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이 불쾌감이 목, 어깨, 왼팔로 뻗친다면 심근허혈일 가능성이 크다. 기름진 음식, 흡연, 비만, 당뇨, 고혈압,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을 멀리하는 생활 습관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또, 심장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꾸준하게 운동하는 것이 필수이다.

사회생활 초년병인 30대는 음주량이 급증하는 시기이다. 이 때문에 알코올성 급성간염, 간경변, 바이러스성 급성간염, 간부전 등 간질환을 앓는 사람이 많아졌다. 또, 이 연령대의 80% 이상은 만성 위염에 시달리고 있다. 문란한 성생활에 빠지기 쉬운 시기이므로 성병, 에이즈는 물론 B형 간염에 걸리기 십상이다. 따라서 30대는 적어도 1~3년에 한 번은 건강 검진을 받아야 한다.

특히 혈액 검사, 대변 검사, 흉부 X선 검사, 갑상선 검사, 위내시경 검사는 매년 받아야 한다. 여성은 매년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아야 한다. 30대는 중병 발생은 드물지만 각종 성인병이 시작되는 시기임을 명심해야 한다. 운동으로는 근력 형성을 위한 웨이트트레이닝과 조깅, 자전거, 수영과 같은 유산소 운동이 바람직하다.

40~50대 위암ㆍ간질환ㆍ성인병

40~50대의 건강은 남은 삶의 질을 좌우한다. 그만큼 이 연령대의 건강 관리가 중요하다. 이 세대의 사망 원인 1위는 암이다. 특히 위암 발생률이 높다. 위암 발생 원인의 80%는 음식에 있다. 어릴 때부터 맵고 짠 음식, 불에 탄 음식, 부패한 음식을 삼가는 식 습관을 들여야 하는 이유이다. 항산화제가 함유된 음식은 위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대표적인 항산화제가 과일과 채소에 풍부한 비타민C이다. 해산물, 고기, 곡류, 우유에 많은 셀레니움의 혈중 농도가 높으면 위암 발생이 적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토마토에 있는 리코펜은 위암 발생을 3분의 1 정도 줄여준다고 한다. 아이소플라보논이라는 물질이 함유된 콩도 위암 발생을 절반으로 줄이는데, 특히 발효되지 않은 콩의 효과가 탁월하다.

▲ 한국인 40~50대 간암 발생률은 세계 최고이다. 간암 예방을 위해 초음파 검사(왼쪽)로 간의 이상 유무를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연세세브란스병원

위암의 또 다른 원인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다. 이 균이 반드시 위암을 일으킨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위암 환자 대부분에서 발견되고 있다.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로 이 균의 유무를 확인하고 치료받는 것이 위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위암 환자의 가족은 물론이고, 만성 위축성 위염, 소화기 궤양, 기능성 소화 불량이 있는 사람은 위암 발생 위험도가 높으므로 검사를 게을리하면 안 된다. 역학 조사 결과 마늘이나 파에 포함된 알리신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활동을 억제해 위암 발생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금연도 위암에 걸릴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최근 흡연자가 위암에 걸릴 확률이 비흡연자에 비해 3~4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다. 60대부터 급격히 늘어나는 호흡기계 질환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40~50대 금연은 필수이다.

40~50대 한국인의 간암 발생률은 세계 최고이다. 간암 발생 원인 1위는 B형 간염과 C형 간염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만성 B형 간염 환자 중 10년이 지나면 11%에서, 20년이 지나면 35%에서 간암이 생긴다. 따라서 간염 보균자는 6개월마다 간 초음파 검사, 혈청 암표지자 검사를 받아야 한다. 술을 마시는 사람이 간암에 걸릴 가능성은 일반인보다 최고 6배까지 높다. 술을 많이 자주 마실수록 알코올 분해 속도가 빨라지므로 술을 더 가까이하게 된다. 점차 뇌도 알코올에 저항성이 생기므로 더 높은 도수의 술을 찾게 된다. 즉, 몸이 고농도의 알코올에서 활동하도록 적응해가는 것이다. 따라서 취할 정도로 마시는 음주 습관을 버리지 않으면 점점 섭취량이 늘어나 간질환에 걸릴 위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40세 이상은 성인병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때이므로 매년 건강 검진을 받아야 한다. 특히 간 검사를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평생 운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반드시 운동을 시작해야 하는 시기가 40~50대이다. 축구, 농구 등 몸싸움을 하는 격한 운동은 피하고 조깅, 자전거, 수영과 같은 유산소 운동과 웨이트 트레이닝, 아령과 같은 근력 향상 운동이 바람직하다.

60대 이상 폐암ㆍ대장암ㆍ뇌혈관질환

60대 이상은 노화로 접어드는 시기이다. 암, 뇌혈관질환, 기관지질환 등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질병에 의한 사망이 급격히 증가하기도 한다. 사실 이 시기에 생활 습관을 고쳐도 발병을 원천적으로 막기는 힘들다. 각종 퇴화 현상이 이미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용이할 뿐 아니라 남은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할 수 있다. 이 연령대에서는 암 중에서도 폐암 사망률이 가장 높다. 폐암 예방에는 금연이 해답이다. 폐암의 90%는 금연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폐암을 예방할 수 있는 음식을 찾는 연구는 많다. 그러나 아직까지 폐암 예방과 음식과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특별히 알려진 것이 없다. 폐암 예방 목적으로 영양소를 복용하는 행위는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베타카로틴은 흡연자들에게 폐암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있다.

▲ 정상적인 뇌혈관(왼쪽)과 뇌경색으로 뇌혈관이 막힌 상태(오른쪽).

이 연령대에서 대장암 발생도 늘어나고 있다. 서구화된 식단이 주원인이다. 50세 이후부터 최소 5년마다 직장 수지 검사,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으면 예방이 가능하다.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포이츠-예거스증후군, 가족성 용종증 등이 있는 고위험군은 전문의와 상담 후 검사 방법과 검사 간격을 결정해야 한다. 음식의 종류와 상관없이 섭취하는 총 칼로리가 높을수록 대장암의 위험도가 높아진다. 트랜스지방산도 대장암 발생을 부추긴다. 트랜스지방산은 팝콘, 감자튀김, 라면, 냉동피자, 도넛 등 각종 튀긴 음식에 많다. 섬유소가 대장암을 막아준다는 증거는 없다. 다만, 과일과 채소를 날로 먹으면 대장암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중풍이라고 하는 뇌졸중에 주의해야 한다. 이는 사망 또는 심한 후유증을 일으킨다. 뇌졸중의 주요인은 고혈압, 흡연, 음주, 당뇨, 고지혈증, 비만, 스트레스 등으로 심장질환의 발병 원인과 같다. 이런 원인은 혈관성 치매로 이어지기도 한다. 혈관성 치매는 전체 치매질환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치매 초기에는 기억력이 감퇴하고, 의사를 즉각 표현하지 못하며, 방향 감각이 떨어지고, 성격도 변한다. 이런 증세가 나타나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밝혀야 한다.

도움말 | 김영우 국립암센터 위암센터장, 김흥태 국립암센터 폐암센터장, 오재환 국립암센터 대장암센터장, 정기욱 국립암센터 갑상선암센터장, 김열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전문의, 권현철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김재준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유병철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정진상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권오정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박원하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교수, 박광식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연세세브란스병원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자가 의외로 많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사망 원인 중 자살 비중이 2001년 8위에서 2007년 4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연 6천명이던 자살자가 1만2천명으로 두 배 증가했다. 당뇨로 인한 사망자보다 많은 수치이다. 특히 20~30대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는 자살은 40~50대까지 이어지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도 대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살자의 80%를 우울증 환자로 추정한다.

우울증은 평생 한 번 이상 앓을 가능성이 15%에 이를 정도로 흔한 질병이다. 외국의 연구 보고에 따르면 몸이 아파서 병원을 찾는 환자의 10%는 우울증도 동반하고 있다. 우울증은 뇌신경계의 생물학적 이상 때문에 발병하는 질병이다. 최근 20년 동안 뇌신경학 분야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지금은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분류되고 있다. 대부분은 약물 치료로 증상이 빠르게 호전되며 완치율도 높다. 그러나 가볍게 여겨 치료 시기를 놓치면 재발이 잦아져 만성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 또, 우울증은 자살을 비롯한 심각한 정신·사회적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자살 위험이 큰 우울증 환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만성 우울증이나 심한 우울증이 있는 경우, 자살 시도 과거력이 있거나 자살 가족력이 있는 경우, 심각한 신체 질환이 있는 경우, 독신 남자나 실업자인 경우, 우울증 회복기에 있는 환자 등 다양하다. 또, 자살 시도 전에 자살을 암시하는 말이나 행동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자살에 대한 생각을 나타내거나 절망적인 말을 한다. 위험한 약물이나 도구를 숨겨놓기도 한다. 따라서 우울증이 의심되는 사람에 대해서는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자살이 의심되면 즉시 의사와 상담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는 “우울증 환자는 견딜 수 없는 절망감 때문에 자살을 기도한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이러한 절망감이 자살을 기도한 후에도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다시 자살이라는 방편을 선택한다. 한 번 자살을 기도했던 사람은 다시 자살을 기도할 가능성이 크다. 자살을 시도한 후 첫 3개월 동안에 다시 자살을 기도할 확률이 가장 높다. 자살한 우울증 환자의 40% 정도는 이전에도 자살을 시도했었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또, 우울증 환자의 정서는 가까운 사람에게 전염되는 특징이 있다. 자살을 선택한 우울증 환자의 절망감, 죄책감, 피해 의식 등이 가까운 사람이나 가족에게 전이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울증은 세심한 관찰로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질병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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