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서울의 뒤안길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0.01.1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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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서울이 눈 폭탄을 맞았다. 적설량 25.8cm. 말 그대로 폭탄이었다. 지하철이 고장 나고 톨게이트가 폐쇄되고 도로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강남에서 강북으로 출근하는 데 5시간이 걸렸고, 경기도에서는 서울로 출근하지 못한 사람들도 많았다. 국가 재난 사태가 따로 없었다.

눈 폭탄만큼이나 서울시와 기상청은 비난 폭탄을 맞았다. 시민들은 제대로 예보하지 못한 기상청과

제 때 제설 작업을 하지 못한 서울시를 상대로 있는 힘껏 목소리를 높였다. 공무원들은 밤을 꼬박 새우며 눈을 치웠다. 그러나 시민들의 마음속 분노까지 치울 수는 없었다. 시민들은 구멍 난 위기 관리 체계를 바로잡으라고 요구했다. 추운 사람이 더 추운 겨울이었다. 연탄은 배달되지 않았고, 배를 곯는 아이들은 밥을 먹으러 문 밖에 나설 수 없었다.

한바탕 홍역을 치렀지만 설레는 인간 본성을 감출 수는 없었다. 어린 시절 말고 이렇게 많은 눈을 본 적이 있었던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나는 ‘뽀드득 뽀드득~’ 소리는 또 언제 들어 보았던가. 옷깃을 여미면서,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회사에 지각을 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 흥분이 일지 않았다면 감정이 메마른 탓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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