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찍한 이미지 속에 감춰진 끔찍한 진실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0.01.19 19:3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럽 왕실의 비극과 광기를 파헤쳐 그들의 행동이 세계 역사에 미친 영향 규명

왕자가 주최한 무도회장에 가기 위해 하얀 드레스 차림으로 유리 구두를 신고 꽃마차를 탄 채 성으로 향하는 신데렐라. 중세 유럽의 왕실이 가진 권위와 부와 격식이 온 세상 처녀의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것은 동화 속 공주처럼 인생이 잘 풀렸으면 하는 바람 때문일 것이다. 또, 남자 아이들은 정의롭고 용맹한 왕자로 허리에 칼을 차고 말을 타고 달리고 싶기도 할 것이다.

이런 환상을 다시는 품지 말게 하려고 작정한 듯 <폭정의 역사>는 유럽 군주제의 화려함과 우아함 뒤에 감춰져 있던 군주들의 폭정·광기·스캔들·미스터리와 같은 음울한 역사의 이야기들만 따로 불러 모았다. 왕실의 복도에서, 침실에서, 지하 감옥 등에서, 실제로 유럽 전역에 벌어졌던 사건들을 찾아내 기록했다. 따로 엮은 이 기록물은 강력한 절대 권력을 내세운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하다.

드레의 영주 질 드 라발은 2백명에 이르는 아이들을 납치해 고문하고 살해한 뒤 그 시신을 절단했다. 아이들은 거의 목이 잘린 채였다. 그는 어린 희생자들이 고통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것을 보며 ‘기쁨과 육체적 쾌락’을 느낀다고 했다. 피의 백작 부인이라 불리는 에르제베트 바토리는 수십 명의 처녀들을 죽여 그 피로 목욕을 했고, 단지 고통을 가하는 짜릿함을 맛보기 위해 모든 고문 기구를 동원해 고문하고, 사지를 절단했다. 소녀들이 불에 타 죽는 것을 지켜본 그녀는, 너무도 즐거운 나머지 종종 기쁨에 찬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6백50명이 넘는 소녀들이 바토리의 손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었다. 소설 속의 드라큘라라고 불리는 블라드 3세 드라큘 백작은 말뚝으로 사람을 꿰뚫어 죽이는 형벌을 특히 좋아했다. 2천명이 넘는 남자와 여자, 아이와 노인들을 한꺼번에 말뚝에 꿰어 죽인 적도 있었다. 이 때문에 그는 ‘꿰뚫는 자’라는 뜻의 ‘테페시’라는 별명을 얻었다.

다른 나라를 침략해 저지른 악행 중에는 나치와 일본군의 만행을 별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것들도 적지 않다. 벨기에의 황제 레오폴드 2세는 벨기에를 유럽의 소국으로 남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가 눈을 돌린 곳은 벨기에보다 75배나 큰 아프리카의 콩고였다. 유럽 열강의 각축전 속에서 레오폴드는 권모술수를 앞세워 콩고를 사유화하고 콩고자유국의 국왕이 된다. 고무는 콩고의 가장 중요한 생산물이었는데, 레오폴드는 생산물 할당 시스템을 고무 생산에 적용해서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콩고인들을 학살하기까지 했다. 그 결과, 콩고의 인구는 3천만명에서 9백만명으로 감소했다. 한 나라에서 2천만명 이상이 불과 몇 년 사이에 주검이 된 것이다.

이 책은, 왕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행한 근친혼이 남겨준 불행한 유산이 그 후손들에게 얼마나 비참한 삶을 안겨주었는지 보여주기도 한다. 정신병으로 불우한 생을 살다 떠난 스페인의 후아나 여왕, 감금된 베르크 성에서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된 루트비히 2세, 혈우병으로 짧은 생애를 마감한 레오폴드 왕자와 알렉세이 황태자 등의 비극적인 죽음이 그것이다. 또, 사랑·정욕·스캔들로 일세를 풍미한 루이 14세와 루이 15세, 왕위를 버리고 사랑과 죽음을 선택한 카롤 2세와 루돌프 황태자, 왕족이기를 거부하고 자유인이 되고 싶었던 3명의 모나코 그리말디의 공주 등 음모와 협잡이 상존해 음울하기만 했던 왕실에서 자유를 갈망했던 불우한 영혼들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왕실을 다루고 있지만, 어두침침한 뒷골목에서 벌어진 엽기적인 사건을 목격한 듯 정신을 멍하게도 만든다. 왕자와 공주로 살려면 얼마나 고독하고, 추악하고, 잔인해야 하는지 알면 ‘꿈’이 확 달아나겠다.   

 


ⓒ가야미디어
대중적인 여성학자이자 여성운동가이며, 인기 강사로서 전국을 다니며 3천5백번이 넘는 강연을 해 온 오한숙희씨가 쉰 살을 맞아 젊은 여성들에게 들려주는 메시지를 담은 <너만의 북극성을 따라라>(가야미디어 펴냄)를 펴냈다.

저자는 강연장에서 만난 젊은 여성들이 겉으로 보이는 당당한 모습과 달리 깊은 불안감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20대 초반의 여성들은 10대 때 막연히 바라던 ‘독립’이라는 것이 막상 현실로 다가오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었고, 20대 후반의 여성들은 남들은 다 멋지게 잘 사는 것 같은데 자신은 왜 이렇게 미래가 보이지 않는지를 불안해했다. 그들은 매스컴에 출연하는 성공한 사람들을 보며 자신도 그렇게 살아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스스로를 다그치면서도 그 방법을 몰랐다. 자존심 때문에 누구에게 묻지도 못하고 혼자 속병을 앓고 있었다.

“내가 여기 오기까지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뭐라 설명할 수 없고 보여줄 수 없는 어떤 존재, 어떤 힘이 나와 함께해왔다. 나는 그것을 ‘나만의 북극성’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여성이 자기만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3가지 독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것은 나답게 살기 위한 ‘심리적 독립’, 더불어 살기 위한 ‘사회적 독립’, 먹고살기 위한 ‘경제적 독립’이다. 그런 독립을 기반으로 진심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며, 진정한 삶이라고 주장했다.

“나는 남들이 사는 대로 살지 않고 내 ‘마음’대로 살았기에 오늘 자유롭다. 나는 세상의 휘황한 빛이 아닌 나만의 북극성을 따랐기에 오늘 만족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 북극성이 인도하는 대로 자기만의 길을 가라는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