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포츠 스타 수입 ‘왕중왕’은?
  • 신명철 | 인스포츠 편집위원 ()
  • 승인 2010.01.1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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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선수와 이승엽 선수는 ‘스포츠 재벌’이라고 불릴 만하게 100억원 가까운 수입을 거두었고, 김연아 선수는 광고 출연료만 50억원 정도를 벌어들이며 그 뒤를 바짝 뒤쫓았다. ‘꿈의 연봉’이라 불릴 정도의

ⓒ시사저널 임준선

“한국의 한 언론 매체가, 여자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가 한 해 5백만 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위원장님.” “뭐라고! 당장 관련 내용을 자세히 확인해. 선수 자격 영구 박탈 등 관련 조치도 즉시 검토하고.” 아마추어리즘의 절대적 신봉자인 에이버리 브런디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사무국 직원의 일일 보고에 노발대발했다. 그리고 며칠 뒤 IOC는 김연아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아마추어 선수들의 수입 내역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물론 이것은 가상 시나리오이다. 스포츠 상업주의에 강하게 반대한 브런디지는 1950년대에 IOC를 이끌었고 김연아는 1990년에 태어났다. 동시대 인물도 아니고 지난 60여 년 사이에 스포츠계의 패러다임도 완전히 바뀌었다. 스포츠와 자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고, 돈이 뒷받침되지 않는 종목은 아마추어든 프로든 살아남기 어렵게 되었다.

아마추어리즘의 보루인 올림픽에서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 테니스가 프로 선수들에게 문을 열었다. 테니스는 윔블던 등 주요 국제 대회의 문호가 이미 개방되어 있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때 미국 프로농구 NBA의 ‘드림팀’이 출전하면서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로막고 있던 벽이 완전히 무너졌다. 그러면서 아마추어 선수도 프로 선수에 못지않은 부와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 운동선수들의 수입 랭킹에서 김연아는 내로라하는 프로 선수들을 따돌리고 상위권에 자리했다. 운동선수들의 수입과 관련한 기사나 자료에서 한때 상위권을 이루던 국내 프로야구와 프로농구 선수들의 이름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마추어 선수들의 약진도 하나의 이유이지만 세계 무대로 나서는 선수들이 급증하고 있고, 이들의 수입이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994년 1월 박찬호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 입단했을 때의 연봉은 10만9천 달러였다. 당시 메이저리거 최저 연봉이었다. 물론 계약금은 1백20만 달러로 모두가 깜짝 놀랄 거액이었다. 그런데 프리에이전트로 풀리면서 2002년 텍사스와 계약한 박찬호의 연봉은 1천3백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연합뉴스

1985년 국내 야구계의 최대 이슈는 고려대를 졸업하는 선동열의 진로 문제였다. 연고 팀인 해태 타이거즈와 선동열측의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결국 계약금 1억3천8백만원과 연봉 1천2백만원 등 총액 1억5천만원에 호랑이 유니폼을 입는 데 합의했다. 연봉 1천2백만원은 그때 신인 연봉 상한액이었다. 어쨌거나 다섯 살의 나이 차는 있지만 선동열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투구력을 지닌 최동원이 그 2년 전 롯데 자이언츠와 총액 7천만원에 계약한 사실에 비춰볼 때 놀라운 액수였다. 이때 해태 구단의 한 관계자가 볼멘소리로 “껌 몇 트럭을 팔아야 1억원을 벌 수 있는지 아느냐”라고 한 말은 요즘도 프로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이야기되곤 한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할 때 김봉연·박철순 등 서너 명의 A급 선수 연봉은 2천4백만원이었다. 2009년 현재 국내 프로야구 선수 가운데 연봉 1억원이 넘는 선수는 줄잡아 100명이 넘는다. 올 시즌 활동할 선수들의 연봉 재계약 협상이 한창인 가운데 LG 트윈스 이대형이 프로 생활 7년 만에 1억원대 연봉을 받게 되는 등 억대 연봉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월급 생활자들에게 1억원은 ‘꿈의 연봉’이다. 한화 이글스의 기둥 투수인 류현진은 올해, 프로 5년째 선수로는 최고액인 2억7천만원을 받게 되었다.

2009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국내 프로야구 선수 가운데 손민한(롯데), 양준혁(삼성 라이온즈), 김동주(두산 베어스)가 7억원으로 연봉을 가장 많이 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국내외 무대에서 활약한 선수들을 망라한 수입 랭킹에서 10위 안에 들지 못한다. 일반적인 기준에서 김동주보다 한 수 아래로 여겨지는 이범호가 올해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서 받게 되는 연봉은 1억5천만 엔이다. 국외 무대 진출에 성공하면서 단숨에 김동주보다 두 배가 넘는 연봉을 받는다. 연봉에 버금가는 옵션은 별도이다.

운동선수들의 연간 수입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억대 시대’에 접어든 가운데 2009년 한 해 한국 운동선수로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이는 스포츠팬들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박지성이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에서 한국을 원정 대회 첫 16강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2009~10시즌 연봉은 3백20만 파운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돈으로 65억원 정도이다. 박지성은 잉글랜드 리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명문으로 꼽히는 구단에서 뛰고 있어 부수입이 만만치 않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008~09시즌 프리미어리그와 칼링컵 등 2관왕에 올랐다. 박지성은 두 대회 우승 상금의 선수 몫으로 각각 28만 파운드와 4만 파운드를 받았다. 6억5천만원 정도이다.

업계의 관행 때문에 정확한 액수를 알기는 어렵지만, 광고 출연료는 20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스폰서 후원금 등을 합쳐 총수입이 100억원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순수 연봉만 따지면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이승엽의 6억 엔에 이어 2위이지만 전체 수입은 단연 1위이다. 지난 2000년 명지대를 중퇴하고 일본 프로축구 J리그 교토 퍼플상가에 입단했을 당시 박지성의 연봉은 4천만 엔이었다.

김연아, 수입 증가세… 동계올림픽이 분수령

지난해, 2008~09 시즌 세계선수권대회와 4대륙선수권대회 그리고 2009~10시즌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 등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김연아는 아마추어 선수이기 때문에 연봉은 없고 광고 출연료와 아이스쇼 출연료가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서슬이 시퍼렇던 ‘강경 아마추어리즘’ 시대에는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광고에 출연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고, 아이스쇼는 은퇴 선수들의 무대일 뿐이었다. 소속사인 IB스포츠는 김연아가 기록한 2009년 매출액을 7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유명 연예인과 비슷한 수준의 출연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연아는 지난해 8편의 광고에 출연했다. 광고 출연료만으로 50억원 정도를 번 것으로 보인다. 아마추어 종목이지만 상금도 꽤 있다. 이 역시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수입이다. 4대륙선수권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상금으로 각각 1만5천 달러, 4만5천 달러를 받았다. 그랑프리 시리즈 1차 대회와 5차 대회 그리고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4만 달러가 넘는 상금을 차지하는 등 상금으로만 지난 한 해 10만 달러가 넘는 돈을 벌었다. 2억원에 가까운 액수이다. 아마추어 종목일지라도 인기 있는 종목의 국제연맹은 세계적인 기업의 후원을 받고 있는 데다 흥행도 보장되어 넉넉한 상금을 준비할 수 있다. 김연아의 수입 증가세에는 2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 또 다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모든 이들의 기대대로 올림픽 챔피언이 되면 ‘한국의 김연아가 아닌 세계의 김연아’가 되면서 상상하기 어려운 돈과 명예가 뒤따를 것이다. 그리고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다고 가정해도 아이스쇼의 프리마돈나로 상당 기간 활동할 수 있는 나이여서 김연아는 세계 어느 스포츠 스타에 못지않은 인기와 부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시사저널 임준선

한국 남녀 선수들은 지난해 미국 프로골프 무대에서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 프로 골퍼들의 수입원은 대회 상금과 성적에 따른 스폰서의 보너스이다. 다른 종목 선수들과는 약간 다른 형태이다. 계약 내용에 따라 다르지만, 예를 들면 우승 때는 상금의 50%, 2위 이하 톱 10 입상 때는 순위에 따라 일정 비율을 스폰서가 보너스로 주는 방식이다. 신인상 등 개인상 수상에 따라 보너스를 받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1위를 차지한 양용은은 시즌 상금만으로도 3백48만 달러를 벌었다. 39억원에 이르는 큰돈이다. 스폰서의 보너스 50만 달러와 의류 협찬 등을 더하면 7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09시즌 미국 여자 프로골프 투어에 데뷔한 신지애는 상금만 약 1백80만 달러를 받았다. 일본 투어에서 받은 상금 3천7백40만 엔과 한국 대회 상금까지 더하면 상금만으로 26억원 정도이고, 스폰서의 보너스 등을 합치면 5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신지애는 뛴 만큼 벌었다. 신지애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세마스포츠 마케팅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신지애는 지난해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열린 32개 대회에 출전하면서 국제선으로만 17만km를 이동했다고 한다. 미국 등 국내선을 포함하면 이동 거리가 20만km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연 수입 상위권, 축구·야구·골프 종목에 몰려

경부고속도로를 2백30번이나 왕복한 엄청난 거리이다. 골프는 시즌 동안 거의 매주 대회가 있고 이동 거리도 만만치 않아 겉보기와 달리 강한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없다. 양용은과 신지애 두 프로골퍼는 지난해 수입 랭킹 3위, 5위에 해당한다.

지난해 2군으로 내려가는 등 최악의 시즌을 보낸 이승엽은 장기 계약 덕에 6억 엔의 연봉을 보장받았다. 그러나 성적이 워낙 좋지 않아 각종 옵션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실제로 받은 돈은 4억 엔 수준일 것으로 추측된다. 그래도 50억원에 가까운 엄청난 수입이다. 박지성부터 이승엽까지가 스포츠 재벌이라고 불릴 만한 수입을 지난 한 해 올렸다.

 

이미 스포츠 재벌로 자리를 잡은 박찬호의 지난해 연봉은 2백50만 달러였다. 이제는 결별한 필라델피아와 계약할 때 선발과 관련된 인센티브가 최고 2백50만 달러였지만 중간 계투로 보직이 바뀌는 바람에 옵션 조항을 채우지 못했다. 그래도 연봉만으로 30억원에 가까운 돈을 벌었다. 국외에서 뛰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들 가운데는 일본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마무리 투수 임창용의 약진이 눈에 띈다. 임창용은 지난해 50만 달러를 받았으나 2009시즌 좋은 성적을 바탕으로 올해는 1백6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연합뉴스

유럽 등 국외 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로축구 선수들의 연봉은 대개 1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대 초반 벨기에 리그로 진출한 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건너간 설기현과 설기현보다 약간 늦게 네덜란드 리그로 간 뒤 현재는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영표는 각각 20억원과 18억원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찌감치 세계 무대로 나선 결과가 연봉 액수로 나타난 것이다. 2009~10시즌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스코틀랜드 리그 셀틱에 입단한 기성용의 연봉은 8억원 수준이다. 앞서 프로야구의 연봉에서도 나타났지만, 국내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의 수입은 상대적으로 적다. 프로축구의 경우 한때 거품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이동국 등 최고 수준의 선수들 연봉은 프로야구보다 약간 밑도는 6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농구의 최고액 연봉 선수인 김주성의 지난해 연봉은 7억원 정도였다. 최근 몇 년 사이 스폰서십이 활발해지면서 대회 수도 늘어나고 흥행 규모도 확대된 국내 여자 골프에서는 서희경이 지난 시즌 5승으로 6억원이 넘는 상금을 챙겼다.

4승을 거둔 유소연이 6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상금으로 서희경의 뒤를 이었다. 국내 남자 프로골프 2년 연속 상금 1위인 배상문은 5억6천여 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스포츠계에도 나름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있다. 같은 인기 종목이지만 프로배구의 경우 최고액 연봉자인 삼성화재 최태웅의 지난해 연봉은 1억6천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도 억대 연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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