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간호사 너무 적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0.01.2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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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애 병원중환자간호사회 회장

ⓒ시사저널 임준선

백의의 천사로 불리는 간호사 10명 가운데 일곱 명은 대개 신입 초기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고 싶어 한다. 사명감과 열정이 앞선 선택이지만, 중환자실 간호사 10명 중 다섯 명은 불과 4년을 버티지 못한다. 4년차 이상 숙련된 간호사가 필요한 중환자실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간호사 한 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병원중환자간호사회에 따르면 중환자실 간호사 한 명이 평균 여섯 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중환자실 간호사로 근무해 온 조용애 병원중환자간호사회 회장은 “내가 신입 간호사 시절에 담당했던 환자 수가 5명이었는데 지금도 큰 변화가 없다. 국내 전체 간호사 수는 적지 않지만, 중환자실 간호사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학병원 중환자실의 간호사와 환자 비율은 1 대 2 정도로 양호한 편이지만, 중소 병원의 중환자실 간호사는 최고 12명의 환자를 담당한다. 이쯤 되면 일반 병실과 다를 바 없다. 국내 병원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중환자실 간호사와 환자 비율을 1 대 1.5로 해야 한다”라며 중환자실 간호사를 증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에 따르면 국내 중환자실 환자의 사망률은 11.9%로 외국(9.8%)보다 높다. 사실 간호사 수가 많으면 사망을 예방할 여지도 그만큼 크다. 조회장은 “2년 전 중환자실에서 낙상해서 뇌출혈로 사망한 환자의 가족이 담당 간호사를 고소했다. 그 간호사는 6명의 환자를 동시에 담당하고 있었다. 그 정도면 이쪽 병상에서 환자를 돌보다가 저쪽에 있는 환자가 낙상하는 순간을 목격하고 달려가도 이미 때는 늦다. 결국, 간호사 책임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지만, 중환자실 간호사 수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중환자실 간호사는 매일 새벽, 환자를 목욕시키는 일로 하루를 연다. 환자 몸에서는 갖가지 분비물이 나오는데 이것이 감염 원인이기 때문이다. 중환자실의 이중문을 들어서는 순간 환자는 혼자가 된다. 오로지 간호사의 일거수일투족에 의지하며 하루를 버틴다. 간호사의 목소리가 날카로우면 환자는 그 간호사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린다. 그만큼 중환자실 환자들에게는 간호사들의 세심한 보호가 절대적이다. 중환자실을 영어로 ICU(intensive care unit)라고 한다. 이곳 간호사들은 신입 초기에 ‘I see you’라고 배운다. 환자가 간호사를 보고, 간호사도 환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곳이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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