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패권 싸움 ‘중국-구글 전쟁’
  • 소준섭 | 국제관계학 박사 ()
  • 승인 2010.01.2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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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검색 엔진으로서 비교 우위 되찾으려 담판 별러…중국 정부는 ‘음란 저속 내용 전파’ 심각성 부각

ⓒAP연합


지난 1월12일, 세계 최대 검색 엔진 기업인 구글이 ‘폭탄 선언’을 했다. 중국 사이트에 대한 중국 정부의 검열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고려하고 있고, 이에 대해 중국 정부와 담판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담판이 실패하면 중국 구글을 폐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구글은 이전에 중국 인권운동가의 자사 이메일 계정에 대한 ‘매우 높은 수준의’ 접근 공격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었고, 최근에는 자사 제품인 구글폰이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당국의 사전 검열에 반발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전세계에서 인터넷에 대해 가장 정교하게 검열하고 통제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방화장성(防火長城)’이나 ‘금순공정(金盾工程)’ 등 중국 정부의 시각에 비추어 ‘부적합’한 정보를 원천적으로 차단시키는 이른바 인터넷 ‘방화벽’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 이 방화벽은 좀처럼 뚫기 어렵다고 정평이 나 있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에 대한 통제력을 점점 강화시켜왔다.

구글 역시 2006년 4월 중국판 구글을 선보인 이래 중국 정부의 검열을 받아들이면서 사업을 운영해왔다. 그래서 적지 않은 구글 검색 페이지의 말미에는 ‘당국의 법률 법규와 정책에 의하여 일부 검색 결과가 보이지 않습니다’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이에 대해 구글측은 중국판 구글 검색기가 ‘여과’한 것은 정부 통제의 최저 기준이라고 말하고 있다. 

구글은 지금 양쪽에서 비판받고 있다. 한편에서는 구글이 사생활이나 저작권, 국가 안보까지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반대편에서는 구글이 지메일(Gmail)에 광고를 표시하는 것은 지나치게 상업적이어서 “가장 중국스럽다”라고 비판한다. 이들은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라는 구글의 창사 정신을 이제 ‘너무 악해지지는 말자(Don’t Be Too Evil)’로 바꿔야 한다고 조소한다.

구글은 자신들의 중국어 명칭을 ‘谷歌’로 표기하고 있다(이 ‘谷歌’는 중국어로 ‘구거’로 읽힌다). 구글측에 따르면, 이는 파종과 기대의 노래이며 수확과 환희의 노래라는 뜻으로서 경작과 희열의 상징이고 동시에 근면하고 실질을 추구하는 태도를 나타낸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환희와 희열 그리고 수확’을 간절히 꿈꾸지만, 중국에서 구글은 악전고투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음란 화상이 범람하고 온라인 사기 사건이 급증하는 것이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일부 웹사이트가 불법 정보를 퍼뜨려 중국의 인터넷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구글 검색 사이트도 2009년 1월, 4월 그리고 6월에 국무원을 비롯해 문화부, 공안국 등 중국 정부 7개 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10대 음란 유해 정보 사이트의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

2009년 6월18일, ‘중국 온라인 위법 및 불법 정보 제보 센터’는 “구글의 음란 저속 정보 전파를 강력히 비판한다”라는 글을 발표했다. 구글 사이트에 있는 음란 저속 내용을 철저히 삭제해야 하며 관계 기관이 엄중하게 처벌할 것을 요청했다. 이 소식은 당시 관영 CCTV의 몇 프로그램에서 자세하게 방영되었다. CCTV는 예를 들어 ‘아들’이라는 용어를 검색하면 ‘아들과 어머니의 불건전한 관계’ ‘아들과 애인’  ‘아들과 어머니의 성관계 발생’ 등이 랭킹 3위 이내의 검색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심각성을 부각시켰다.

그리고 2009년 12월에 CCTV는 다시 구글에 대한 공격을 재개해, 국제판 구글에서 음란 저속 내용물을 검색하는 것이 매우 쉽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이처럼 까다로운 상대인 구글을 제압할 수 있는 ‘대중적 선동성이 강한’ 비장의 무기를 이미 만들어놓고 있었다. 다만, 일부 네티즌들은 이러한 중국 정부의 조치가 언론 자유와 정부에 대한 감시를 탄압하는 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탁월한 검색 기능을 자랑하는 구글은 중국 당국의 검열이라는 장벽에 걸려 정작 자신들의 특장인 검색 기능을 활성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바이두(baidu.com)를 비롯한 중국 내 여타 검색 엔진에 대한 비교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에서의 검색 기능을 포기하자니 구글폰을 비롯해 구글 지도 및 지메일 그리고 무료 음악 내려받기 등의 ‘구글 중국’이 벌이고 있는 여타 사업 역시 결정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진퇴양난에 놓여 있다.  

경제적 이익 떠나 가치관·이데올로기의 대결로 볼 수 있어

▲ 1월14일 홍콩의 구글 건물 앞에서 구글 사이트를 지지하는 시민이 길바닥의 플래카드 위에 꽃을 내려놓고 있다. ⓒAP연합

지난해 말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3억8천4백만명으로 2008년 같은 시기에 비해 28.9%나 급증했다. 또한, 현재 중국에서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인구는 전체 인터넷 인구의 60.8%를 차지하고 있어 구글폰 사업에도 큰 악영향을 줄 것이다.

사실 현실적으로 중국처럼 거대한 시장에서 떠나려는 다국적 기업들은 거의 없다. 이제까지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나 야후, 시스코 등의 기업들은 중국에 진출할 때 돈이라는 경제적 이익에 따라서만 움직였을 뿐이다. 아마 구글의 주주들도 구글이 3억3천8백만명의 인터넷 사용자들로부터 연간 6억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중국이라는 세계 최대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 검색 사이트 중 사용률 2위인 구글이 철수하게 된다면, 중국에서 구글의 최대 라이벌인 바이두가 고스란히 그 혜택을 거둬들일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시대착오적인 인터넷 검열이 지식 기반 사회에서 경쟁력을 창출하는 것과 결정적으로 충돌하면서 장기적으로 중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는 데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인터넷을 검열하는 나라가 정보통신 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국의 경우 10% 경제 성장의 혜택을 누리는 데 필요한 것은 관리들의 부정부패 척결과 환경 보호이다”라고 강조한다.

반면, 미국의 <타임>은 거꾸로 구글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서방 자본의 무경쟁 패권 체제 및 실리콘밸리의 독점적 신기술에 대한 도전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번 구글 사태는 전성기를 지나 피로감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는 석양의 카우보이 미국과 긴 잠에서 깨어나 이제 날개가 돋아나고 있는 용의 나라 중국의 존재감을 다시금 선명하게 대비시켜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구글과 중국이 벌이는 이번 게임은 경제적 이익을 둘러싼 손익 계산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과 서방 사이에 존재하는 상이한 가치관과 이데올로기의 치열한 대결이 있다. 이번 사건은 21세기 세계 패권의 향방을 놓고 중국과 서방이 벌이는 승부에서 중요한 저울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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