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잘 고치는 병원은 어디?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0.02.02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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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진료비·입원 일수·진료량·의료 장비·간호 관리·병상 수 종합한 ‘병원 평가 표’ 마련

ⓒ시사저널 박은숙


누구나 병에 걸리면 용하다는 병원을 찾기 마련이다. 자신의 몸에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치료하면 되는지를 속 시원하게 알려주는 의사를 만나고 싶은 심정에서다. 위암 진료는 어느 병원이 잘한다는 식의 말에 귀가 쏠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진료비까지 저렴한 병원이라면 환자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특히 중병으로 의심되는 환자에게 진료비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지난 1월25일 질병별·병원별 진료비와 입원 일수를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한 진료비는 건강보험(공단부담금+본인부담금) 비용이다. 선택진료비와 같은 비급여 대상 진료비는 포함하지 않았다. 따라서 환자가 부담하는 실제 진료비는 이보다 더 나올 수 있다. 김종명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실장은 “암의 경우, 심평원이 공개한 진료비의 1.5배 정도로 하면 실제 진료비가 된다. 일반 질환에 대한 진료비는 2배 정도 하면 실제 진료비가 된다”라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15개 대학병원 대상으로 평가

환자들은 우선 진료비가 싼 병원으로 눈길을 돌린다. 하지만, 진료비만으로 병원을 선택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다른 병원에 비해 진료비가 저렴하다고 해서 그 병원의 의료 수준이 높다고 단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평원의 병원별 진료비 공개에 대해 대한병원협회는 즉각 성명서를 발표하고 “같은 병명이라도 진료비와 입원 일수는 암의 진행 단계와 수술 방법, 수술에 필요한 각종 검사를 입원 전에 했는지 여부, 환자의 연령 및 건강 상태, 요양 기관 진료 시스템 차이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런 특성 변수들을 고려하지 않고 분석한 데에 통계적 오류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병원을 선택할 때에는 진료비뿐만 아니라 의료 서비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특성상 의료 서비스를 산술적으로 계산하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 진료비와 의료 서비스를 종합한 병원 선택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김선민 심평원 평가위원(가정의학 전문의)은 “환자가 진료비만으로 병원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진료비가 저렴하면서도 의료의 질이 좋은 병원을 찾게 마련이다. 이런 병원을 선택하려면 이번에 공개한 병원별 진료비에 의료 서비스 평가를 두루 살펴보아야 한다. 즉, 병원 선택 기준은 의료의 양적인 면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도 참고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진료비와 의료 서비스를 종합해 분석한 공식 자료는 없다. 진료비 산정 자체도 쉽지 않은 데다 의료 서비스는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라 객관적으로 분석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다양한 자료를 종합하면 의료 서비스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대표적인 가늠쇠가 ‘진료량 지표’이다. 진료 건수(수술 건수)가 많을수록 치료 결과도 좋게 나타나는 질병이 있다. 이 질병에 대한 진료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에 따라 병원을 평가한 것이 진료량 지표 평가이다. 의료 서비스의 질을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지표로 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공개해 오고 있다.

진료량과 진료 결과의 상관관계가 입증된 질병으로는 위암, 간암, 대장암, 식도암, 췌장암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위암 수술 41건(1년간), 간암 수술 21건(2년간), 대장암 수술 31건(1년간), 식도암 수술 21건(2년간), 췌장암 수술 21건(2년간) 이상인 병원은 1등급(별 2개)이며, 그 미만인 병원은 2등급(별 1개)이라고 정해두었다. 이 건수는 수술 건수와 사망률 등을 종합·분석해서 정해진 수치이다.

입원해야 할 환자에게는 입원 일수도 따져볼 요소이다. 같은 질병이라도 입원 일수는 환자 상태, 치료 방법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비슷한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갖춘 병원이라면 입원 일수가 짧은 병원이 환자에게 유리하다.

병원을 선택할 때 의료 장비 보유 현황도 살펴보아야 한다. 암이 의심되는 환자라면 CT, MRI, PET(양전자 단층촬영기), 감마나이프(gamma knife) 등 첨단 진단 장비가 있는 병원을 택해야 한다. 또, 같은 CT라도 여러 대를 보유한 병원이 환자 입장에서는 유리하다. 진단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장이나 오작동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기기를 이용해 진단받을 수 있다.

장기간 입원해야 하는 환자라면 간호사 한 명당 환자 수도 확인해야 한다. 간호사 한 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가 많을수록 의료 서비스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간호사 한 명당 환자 수에 따라 병원 등급을 매겨둔 ‘간호 관리 등급’이 있다. 1등급부터 6등급까지 있는데, 간호사 한 명이 두 명 미만의 환자를 담당하면 1등급 병원이고, 6등급 병원은 간호사 한 명이 네 명 이상의 환자를 담당한다. 병상 수도 고려할 대상이다. 병상 수가 많아야 제때에 입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떠밀리다시피 퇴원해야 하는 일도 줄일 수 있다.

이 밖에 영양사·조리사의 인원과 등급도 살펴보는 것이 좋다. 작은 부분이지만 여러모로 민감한 환자에게는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환자의 건강 상태 등을 포함해 병원을 선택해야 한다. 가까운 병원을 두고 먼 거리에 있는 병원을 찾으면 환자나 보호자에게 그만큼 부담으로 작용한다. 환자가 이런 점들을 모두 고려해서 병원을 평가하고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국가 기관이 전문적인 절차와 방법에 따라 신뢰할 만한 병원 평가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시사저널>은 진료비와 의료 서비스를 종합해서 병원을 선택하는 기준을 마련했다. 심평원의 자료 중에서 진료비 외에 입원 일수, 진료량 지표, 의료 장비, 간호 관리 등급, 병상 수 등 의료 서비스를 가늠할 수 있는 정보를 취합했다. 각 정보를 취합해서 분석할 수 있는 5개 암을 선정했고, 서울에 있는 15개 대학병원(국립암센터 포함)을 평가 대상으로 삼았다. 대부분 우수한 병원이지만, 환자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병원을 꼽아보았다.

위암-심평원이 발표한 위암 수술비는 위를 전체 절제하는 수술(위전체절제술)을 기준으로 했다. 이 수술비가 가장 저렴하면서 의료 서비스도 좋은 병원으로는 서울아산병원이 꼽힌다. 수술비가 4백97만원으로 서울에 있는 15개 대학병원 중에서 가장 저렴하다. 진료량 지표가 1등급으로 수술 평가가 좋은 데다 입원 일수도 12.7일로 다른 병원에 비해 짧다. 병상 수도 2천6백42개로 전체 병원 중에서 가장 많다. 또, 첨단 진단 장비 보유 현황이나 간호 관리 등급(1등급)도 높아 전반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고려대 구로병원도 진료량 지표 평가가 좋은 병원이다. 수술비는 5백14만원으로 전체 병원 평균 수술비 6백43만원보다 싸다. 입원 일수도 15.1일로 전체 평균 16.9일보다 짧다. 하지만, 보유 진단 장비 수와 병상 수(7백56개)가 전체 15개 병원의 평균치(1천12개)보다 다소 낮다.

삼성서울병원의 수술비와 입원 일수는 5백35만원에 15일이다. 고려대 구로병원과 비슷하다. 그러나 보유 진단 장비 수와 간호 관리 등급에서는 고려대 구로병원보다 우수하다. 진료비는 고려대 구로병원이 저렴하지만, 의료 서비스 부문에서는 삼성서울병원이 다소 앞선다고 볼 수 있다.

간암-심평원이 공개한 간암 수술비는 혈관색전술 비용이다. 혈관색전술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에 항암물질을 주입해서 암을 괴사시키는 치료법이다. 이 수술을 받을 때는 서울대병원을 선택해도 무리가 없다. 진료비가 1백81만원으로 가장 저렴하면서 진단 장비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병상 수도 1천5백2개로 넉넉한 편이지만, 간호 관리 등급은 2등급이다.

한양대병원의 진료비도 서울대병원과 같다. 그러나 입원 일수가 6.1일로 서울대병원의 4.4일보다 길다. 진료량 지수 평가는 서울대병원과 동일하지만, 간호 관리 등급이 3등급이고 병상 수도 서울대병원의 절반 수준인 7백58개이다. 서울대병원에 비해 진료비가 16만원 정도 비싸지만, 의료 서비스를 따지는 환자라면 삼성서울병원이 유리하다. 입원 일수도 4.1일로 15개 병원 중에서 가장 짧으며, 간호 관리 등급이 1등급이다. 병상 수도 1천7백7개로 넉넉하다.

대장암-대장암 수술 중 직장절제술 비용과 전반적인 의료 질을 평가할 때 서울대병원과 고려대 구로병원이 눈에 띈다. 서울대병원의 진료비와 입원 일수는 5백23만원에 15.1일이다. 진단 장비, 병상 수도 다른 병원에 뒤지지 않지만, 간호 관리 등급은 2등급이다. 고려대 구로병원의 간호 관리 등급도 2등급이다. 병상 수가 7백56개로 평균치보다 적지만 진료비는 5백29만원으로 서울대병원 다음으로 저렴하다. 입원 일수도 16.1일로 전체 평균 17.5일보다 짧다.

만족할 만한 의료 서비스를 받고 빨리 퇴원해야 하는 환자라면 삼성서울병원이 편리하다. 입원 일수가 13.5일로 전체 병원 중에서 가장 짧다. 진료비도 5백77만원으로 전체 평균 6백70만원보다 저렴하다.

식도암-식도암으로 식도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는 서울아산병원과 국립암센터를 검토할 수 있다. 진료 수준은 두 곳 모두 높지만, 서울아산병원의 진료비가 1천26만원으로 가장 저렴하다. 또, 입원 일수도 19.7일로 전체 평균 24.3일보다 약 4일 정도 짧다. 진단 장비, 병상 수가 넉넉하고 간호 관리 등급도 1등급이다. 국립암센터의 진단 장비와 간호 관리 등급은 서울아산병원에 비해 뒤지지 않지만 수술비는 1천43만원이고, 입원 일수도 21.2일이다. 병상 수도 5백12개로 서울아산병원의 3분의 1 정도이다.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연세세브란스병원도 식도암 수술 수준이 높은 편이다.

췌장암-췌장암 수술을 받으려는 환자는 수술비와 입원 일수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췌장암은 1천만원 이상의 수술비가 필요하며 입원 기간도 비교적 긴 질환이다. 의료 수준이 우수하면서 수술비가 싸고 입원 일수가 짧은 병원으로는 서울대병원을 들 수 있다. 전체 평균 1천1백15만원보다 낮은 9백43만원의 진료비가 든다. 입원 일수도 25.6일로 전체 평균 29.5일보다 4일 정도 짧다. 간호 관리 등급이 높은 병원을 선택하려면 국립암센터가 유리하다. 그러나 비용이 1천68만원으로 서울대병원보다 비싸고 입원 일수도 32.9일로 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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