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학습’에 빠진 서울시교육청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0.02.02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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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납품·공사 등 관련해 금품 주거니받거니…‘교사-교장-행정실장-장학사’가 먹이 사슬로 연결되기도

▲ 서울시교육청 소속 교육 공무원들이 각종 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 아래는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서울시교육청 입구. ⓒ시사저널 박은숙


서울시교육청이 ‘비리 교육청’으로 전락했다. 해마다 크고 작은 비리가 쉴 새 없이 터지면서 ‘비리 종합백화점’이라는 오명을 쓴 지 오래다. 해마다 전국 공공 기관의 청렴도 평가에서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교육계와 사정 당국에서는 썩을 대로 썩은 서울시교육청을 더 이상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자 검찰이 칼을 뺐다. 서울서부지검 강력 5부(부장 이성윤)는 지난 1월27일 서울시교육청에 검찰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시교육청 개청 이래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검찰 수사관들은 학교 시설 담당 사무관인 ㅇ씨의 컴퓨터와 공사 관련 서류 등을 압수했다. 검찰은 ㅇ씨가 지난해 10월까지 성동교육청 시설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창호 공사와 관련해 특정 업체의 편의를 봐주고 뇌물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서울시교육청의 공사 수주 비리, 인사 청탁 비리 등으로 수사를 전면 확대하고 있다. 향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교육 공무원들의 비리가 무더기로 적발될 수도 있다. 누가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래저래 최대 시련기를 맞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시교육청의 비리는 크게 ‘인사 비리’와 ‘납품 비리’ 그리고 ‘공사 비리’로 요약할 수 있다. 인사 비리는 교사 채용과 승진 등의 과정에서 금품이 오가고 있다. 납품 비리는 학습지 등 부교재와 각종 기자재 그리고 학교 내의 급식업체와 부식 조달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각종 수수료와 리베이트가 거래되고 있다. 최근 방과 후 학교가 활성화되면서 기자재 구입 등의 과정에서 뒷돈이 오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공사 비리도 마찬가지다. 학교 공사를 입찰하는 과정에서 불법 리베이트가 횡행하고 있다.

각종 비리가 만연하면서 시교육청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도를 넘어섰다. 지난해 12월3일 서울 노원구의 한 술집에서 50대의 남녀가 술을 마시다가 싸움을 벌였다. 서로 감정이 격해지자 이들 중 여성이 하이힐을 벗더니 남자의 머리를 가격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말다툼에서 시작되었던 싸움은 급기야 폭행으로 번졌고, 노원경찰서에 신고가 접수되었다.

두 사람은 서울시교육청 소속의 장학사인 임 아무개씨(50)와 고 아무개씨(50·여)였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고씨는 화가 덜 풀렸던지 임씨를 가리키며 “장학사가 되기 위해 이 사람에게 2천만원을 주었다”라고 폭로성 발언을 했다. 뜻밖의 ‘취중진담’을 접수한 경찰은 ‘비리 사건’으로 보고 곧바로 수사에 들어갔다. 고씨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초 임씨가 “장학사 시험 2차 전형에서 좋은 점수를 받게 해줄 테니 돈을 달라”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임씨는 자신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면접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당시 서울의 ㅅ중학교 교사이던 고씨는 몇 개월 뒤 2천만원이 든 자기 명의의 통장과 현금카드, 비밀번호를 임씨에게 건넸다. 고씨는 지난해 장학사 시험에 합격했다. 임씨의 금품 수수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고씨에 따르면 서울 ㅇ고 교사인 노 아무개씨도 장학사 시험 합격을 빌미로 임씨에게 1천만원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씨는 경찰에서 “돈을 빌려준 것이다”라고 발뺌하며 차용증까지 제시했으나, 경찰 조사결과 거짓임이 들통 났다. 임씨와 노씨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차용증까지 만드는 치밀함을 보인 것이다. 결국, 임씨는 3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다. 그런데 시교육청은 임씨에게 돈을 건넨 고씨에 대해서는 ‘내부 고발자’라는 이유로 징계를 미루고 있다.

▲ ⓒⓒ 일러스트 이경국
술에 취해 서로 싸우다가 튀어나온 ‘돌출 발언’을 한 사람이 내부 고발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현재 이 사건을 포함한 서울시교육청의 비리는 서울서부지검에서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임씨가 장학사 면접시험에 참여하지 않은 것 등을 볼 때 윗선이 개입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교육 기자재를 납품하고 있는 한 업자는 “이번 사건의 경우 장학사가 막 되려는 교사들로부터 돈을 당겼다. 내가 아는 교사도 검찰에 불려가서 두 시간 동안 입을 열지 않다가, (장학사에게) 3천만원을 주었다고 실토했다”라고 말했다.  

교직 사회에서 장학사와 교사의 뒷돈 거래는 이미 오래전부터 소문으로 나돌았다. 심지어 ‘장학사’가 되려면 ‘얼마를 써야 한다’라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거론되었다. 합격 안정권에 들어가려면 최소 2천만~3천만원은 써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에 대해 한 고등학교 교사는 “실력만 가지고 장학사가 되려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힘들다. 장학사 시험은 필기고사와 면접, 현장 실사 등을 치른다. 문제는 면접이다. 면접관은 현직 교장과 교감, 장학사가 들어간다. 면접의 경우 주관적인 평가가 점수에 반영되기 때문에 면접관들을 얼마나 자기 편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당락이 좌우된다. 여기에서 뒷돈이 오고 가는 것이다. 장학사와 장학관들의 계좌를 추적해보면 그 실상이 낱낱이 드러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장학사를 출세의 발판으로 보고 있다. ‘장학사’는 교장이 되는 지름길로 통한다. 평교사들이 평생 꿈꾸는 ‘교장’은 근무 연수가 쌓인다고 되지 않는다. 초등학교는 13년, 중등학교는 15년 이상의 교육 경력과 최근 2년간 근무 성적이 ‘우’ 이상이어야 장학사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보통 평교사가 교감이 되려면 20년 정도가 걸리지만 장학사가 되면 교감이나 교장 승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다. 교장이 되려는 교사들에게 ‘장학사’는 일종의 통과 의례인 셈이다.

사립학교는 ‘돈’을 빼놓고는 말이 안 될 정도이다. 사립학교의 교사가 되기 위해 수천만 원의 ‘발전 기금’을 내는 것은 불문율로 되어 있다. 발전 기금을 받지 않고 공정한 평가 시스템에 의해 교사를 선발하는 곳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립학교는 학교 형편에 따라 최소 2천만~5천만원 정도를 요구하고 있다.

교직 경력 8년차인 서울의 한 사립 고등학교 교사는 “재단 관계자가 먼저 얼마의 발전 기금을 낼 수 있는지 물어보고 대략의 액수를 정해주었다. 나중에 서로 조정이 되었지만, 사립학교는 실력을 떠나 발전 기금을 낼 수 있느냐가 채용 기준이 된 지 오래다”라고 말했다. 교사 채용이나 승진 과정에서 오가는 금품이 ‘자영업 비리’ 수준이라면, 학교 기자재 납품이나 학교 공사는 ‘기업형 비리’에 속한다. 급식도 위탁하는 과정에서 각종 비리가 만연하고 있다. 학생들의 건강은 뒷전이고 오로지 떡고물을 챙기는 데 혈안이 된 학교들이 있었다.

그러자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났다. 학생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해 ‘위탁’을 직영으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지난 2006년 ‘학교 급식법’을 개정하고 직영으로 전환하기 위해 3년의 유예 기간을 주었다. 현재까지 전국 초·중·고의 94%가 직영으로 전환을 했다. 그런데 유독 서울은 직영 비율이 73.1%로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가장 낮다. 일부 교장들은 조직적으로 직영 전환을 거부하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방조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안전한 학교 급식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이하 학교급식본부)는 지난 1월20일 급식 체제를 직영으로 바꾸지 않은 서울 지역 공립 중·고등학교 교장과 김경회 서울시교육감 직무 대행 등 37명을 직무 유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 학교 교장은 왜 법까지 어겨가며 급식을 전환하지 않은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 배옥병 학교급식본부 상임대표는 “그동안 급식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의 뇌물 수수, 리베이트 상납 등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교장들이 위탁업체가 제공한 해외 골프 여행을 다녀온 적도 있다. 급식업체를 외부에 위탁하는 과정에서 이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학교측에 뒷돈을 준 위탁업체는 이득을 남기기 위해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저가의 식재료를 쓸 수밖에 없다. 그것이 결국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학교 기자재 납품과 학교 공사는 ‘돈 먹는 하마’에 비유된다. 여기에는 ‘시교육청-교장-행정실장’ 등이 먹이 사슬로 연결되어 있다. 공립학교에서 3천만원이 넘는 공사나 납품을 진행할 경우 발주처는 교육청이다. 때문에 대형 공사일수록 교육청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교육청과 업자들이 짜고 공사 단가와 납품 단가를 결정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교육청과 학교 그리고 업자들이 짜고 납품 단가 등을 결정하는 일도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들이 사립학교를 매각하는 일에 개입한다는 정황도 있다. 이 과정에서 각종 리베이트가 오간다. 계약이 성사되면 업자는 싸구려나 불량 자재를 사용해서 최대한의 이득을 취하려고 한다. 결국, 부실 공사와 부실 자재 등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명단 공개하는 비리 근절책 만들었다가 교직 사회 반발로 철회

▲ ⓒ 일러스트 이경국1월7일 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정부청사 후문 앞에서 학교급식법을 위반한 교장단을 묵과하고 있다며 서울시교육청 등을 규탄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사정이 이런데도 개선은 뒷전이다. 시교육청은 그동안 몇 차례에 걸쳐 ‘비리 근절 대책’을 마련했으나, 시행도 하기 전에 교직원들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었다. 지난 2008년 3월 교직원이 금품·향응 등의 비위를 저지르면 명단을 공개하는 비리 근절책을 만들었다가 교직 사회가 반발하자 곧바로 철회했다.

지난해 6월에는 교원과 일반 교육공무원의 촌지 수수나 입찰 비리 등을 신고하면 최고 3천만원의 보상금을 준다는 내용의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가 역시 반발에 부딪혀 백지화했다.

최근 교육 비리가 다시 불거지자 시교육청은 ‘반부패·청렴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전문직 인사 우대 관행을 타파하고 교육장과 일부 학교 등 주요 선호 보직을 공모하고, 장학사 선발 시험 개선을 포함한 획기적인 인사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여기에 부패 행위를 신고하면 보상금을 최고 1억원까지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교육청의 대책이 실효성을 가질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여론 무마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어느 조직보다 청렴해야 할 교육청이 인사와 납품 비리로 얼룩지고 있다. 특정 지역과 학연을 중심으로 한 ‘돌려막기 인사’와 자리마다 액수가 매겨지는 ‘인사 대가’는 교육계의 공공연한 소문이다. 여기에 전·현직 교장들과 일반직들의 학교 시설 및 기자재 납품 관련 비리까지 더해져 시교육청은 학교를 비리와 부패의 온상으로 만들고 있다. 이번 기회에 철저하게 조사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익금 절반을 바쳐야 했다”

4년간 학교에 기자재 납품한 업자의 증언

일반적으로 초등학교는 교장이 각종 기자재 납품권을 쥐고 있다. 중학교는 교장과 행정실장이 절반씩 나누어 갖고, 고등학교는 교장과 행정실장이 1 대 9인 구조이다. 고등학교의 경우 교장보다 행정실장의 힘이 월등히 세다. 학교 공사나 납품은 어떤 사업이든지 10%의 리베이트는 기본이다. 만약 리베이트를 주지 않으면 다음에는 사업을 맡을 수가 없다.

입찰 단계부터 교장이 받을 수수료를 미리 알려주어야 한다. 한 학교에 책걸상을 3천조가량 납품한 적이 있다. 한 조당 수수료(리베이트)가 1만2천원 정도였다. 전체 금액으로 보면 3천6백만원이다. 수수료를 주지 않았더니 교장이 리베이트를 달라고 찾아왔다. 마치 빚 받으러 온 것처럼 행동했다. 결국, 호텔에서 만나서 전액 현금으로 주었다. 현금이 아니면 받지도 않는다.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 한 사립학교의 행정실장에게서 학교운영위원회 명단을 입수한 적이 있다. 그 뒤 술자리가 있을 때마다 행정실장이 나를 불러냈다. 술값을 수도 없이 냈다. 그 정도가 하도 심해서 한 번은 단란주점에 갔다가 돈을 내지 않고 나왔다. 그랬더니 단란주점 주인에게 전화가 왔다. “행정실장이 당신이 계산한다고 하니 돈을 내라”라는 것이었다. 학교 납품 사업을 그만두려고 생각했던 터라 돈을 내지 않았다.

학교 납품은, 앞에서 남고 뒤로 밑지는 사업이다. 고생해서 납품권을 따내면 이익금의 반은 수수료(리베이트)로 나가고 부가세나 종합소득세 등을 내면 남는 것이 별로 없다. 쉽게 말해 100원 벌면 나한테 떨어지는 것은 30~40원 정도에 불과했다. 특히 신설 학교들에서 납품 비리가 많이 발생한다. 새로 비품들을 사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것들은 교육청과 다 연결되어 있다. 최근 검찰이 수사에 들어간 뒤 한 교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혹시 검찰에서 전화가 왔는지 물어 내가 “그런 일 없다”라고 했더니 “혹시 검찰에서 물어보면 돈을 준 적이 없다고 말해달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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