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도 ‘우향우’로 새판 짜나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0.02.0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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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특정인 밀기’ 의혹 제기돼…심사위원단의 편파적 구성 등 논란

▲ 2월1일 한국독립영화협회의 고영재 사무총장(가운데)이 영화진흥위원회의 영상미디어센터 및 독립영화 전용관 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정권이 바뀐 지 3년이 넘었지만 문화예술계가 낙하산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문화예술 창작 지원의 총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사상 유례 없는 ‘한 지붕, 두 위원장’ 체제를 맞았다. 지난 2008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해임된 뒤 최근 자신에 대한 해임 처분 집행 정지 결정을 받아낸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월1일 오광수 현 위원장이 근무하는 대학로 예술위 본관 건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현 정부 들어 석연치 않게 물러난 국립현대미술관장,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등의 이른바 ‘찍어내기 인사’에 대한 정당성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게다가 최근 불거진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특정인 밀어주기를 통해 새판 짜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우편향 코드 인사’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미래포럼의 인맥이 파문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어

지난 2월4일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영진위의 위탁 사업인 독립영화 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문화계 대표적인 뉴라이트 단체인 문화미래포럼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의혹이 일고 있다’라는 보도 자료를 냈다. 영진위의 조희문 위원장은 문화미래포럼의 설립 발기인이다. 문화미래포럼은 영상미디어센터 1차 공모에 응모했다가 떨어졌다. 재공모에는 (사)시민영상문화기구가 심사에서 3백84점을 받아 1위로 뽑히며 사업자로 선정되었다. 문제는 시민영상문화기구가 제출한 사업계획서가 문화미래포럼이 1차 공모 때 제출한 사업계획서와 똑같다는 점이다. 다만, 4쪽의 중기 계획안이 추가된 정도이다. 하지만 이 사업계획서는 1차 공모 때 2백42점을 받아 공모에 응모한 다섯 개 업체 가운데 5위에 그쳤다. 게다가 심사위원이나 심사 대상이 모두 문화미래포럼 회원이었다는 점이 의혹을 키우고 있다. 시민영상문화기구가 위탁 운영을 맡은 영상미디어센터 소장으로 내정된 김종국 홍익대 겸임교수는 문화미래포럼 설립 발기인이고 재공모 심사위원장을 문화미래포럼 회원이 맡았다.

이에 대해 조희문 위원장은 지난 2월1일 서울 광화문 미디액트(영상미디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상미디어센터 위탁 사업자 선정은 공정했다. 부당한 공세를 중단하기 바란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8년간 영진위가 영상미디어센터 운영자로 지정 위탁한 한국독립영화협회(한독협)가 탈락한 데 대해서는 “지난해 한독협은 감사원 감사를 받아 위원회 보조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것으로 인해 환수 조치를 받았다. 한독협은 이번 응모에 응할 자격이 없는 단체이다”라고 밝혔다. 그러자 한독협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독협은 이번 공모에 응모하지도 않았는데, 한독협을 끌어들여 심사의 불공정성에 대해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독협의 고영재(스튜디오 느림보 대표) 사무총장은 “한독협은 미디액트의 운영에 관여한 적이 없다. 한독협은 계약에 이름만 빌려줬다. 한독협은 미디액트의 태동 단계에서 도움을 준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또, 조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한독협이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결격 사유가 지적되었고, 한독협은 이번 영상미디어센터 위탁 선정 사업에 참여하기에 행정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라고 발언한 부분에 대해서도 고사무총장은 “한독협은 이번 공모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한독협의 모든 회원이 이번 공모에 참여하지 말라는 말이냐”라고 되물었다.

그는 조위원장이 지난 1월까지만 해도 ‘미디액트가 잘해 오고 있다. 잘 준비해서 공모에 참여하라’라고 김명준 미디액트 소장에게 말해놓고도 이제 와서 미디액트 구성원에 대해 자격 조건을 들어 탈락시킨 것은 궤변이라고 주장했다. 최문순 의원이 제기한 ‘심사위원단의 편파적 구성 의혹’에 대해 영진위는 “답변을 정리해 곧 국회에 제출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파문의 핵심에는 문화미래포럼의 인맥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06년 11월, 문화미래포럼이 출범할 때 한 보수 신문은 사설을 통해 “문화가 정치와 이념에 종속되는 현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현 정부는 집권 초 문화 혁명을 연상케 하는 ‘문화계 새판 짜기’를 강행했다. 이들이 ‘문화 권력’을 쥐면서 문화예술인들에게 지원되는 국가 예산도 코드에 따라 편중 배정되었다”라며 문화미래포럼을 응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에도 똑같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문화가 정치에 종속되고 있다’ ‘코드 인사’ ‘새판 짜기’ 같은 지적이 그것이다. 문화계에서는 다음 번 새판 짜기가 어디로 이어질지 뒤숭숭한 분위기이다. 벌써부터 새판 짜기 후보지로 부산영화제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현 정권의 문화계 실력자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간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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