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으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라이프스타일 틀이 바뀐다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10.02.0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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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열풍이 어플리케이션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기준도 하드웨어 성능 비교에서 유용한 어플리케이션을 얼마나 사용할 수 있는지로 넘어가고 있다. 어플리케이션은 사용자와 개발자 모두에게 발견의 땅이 되고 있다. 여러 어플리케이션 오픈마켓 중에서 애플 앱스토어가 최강자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애플 앱스토어를 중심으로 유용한 어플리케이션들은 무엇이며, 이들이 바꾼 삶의 지형은 어떤지 살펴보았다.

무역업에 종사하는 40대 이유철씨는 요즘 아이폰에 들어가는 어플리케이션을 수집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그가 사용하는 아이폰에 저장되어 있는 어플리케이션 수만 해도 3백개가 넘는다. 그렇다고 유료 어플리케이션으로 인해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도 아니다. 그가 다운로드한 어플리케이션은 모두 무료로 받은 것이다. 유료 어플리케이션은 한시적으로 무료로 전환된 것들을 찾아주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수집한다. 이씨는 난생 처음 포털사이트 다음에 있는 사용자 카페에도 가입했다. 유용한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을 소개받기 위해서다. 지금은 소개받는 역할에서 소개하는 역할로 입장이 바뀌었다.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해보고 느낀 점을 적은 사용기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커뮤니티 안에서 인기 있는 필자로 대접받는다. 이씨는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아 업무 보고서 외에는 글을 써본 적이 거의 없다. 좋아하는 것이 생기다 보니 공유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플리케이션을 수집한다고 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아니다. 매일 아침 무료 어플리케이션을 서핑하는 정도면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위치·교통·쇼핑 등 생활 정보에서 업무 관련 기능까지 폭넓어

올 2월에 대학을 졸업하는 조중희씨(28)는 스마트폰 블랙베리와 아이폰을 함께 사용한다. 이메일 관리가 편한 블랙베리는 업무용으로 사용하고, 아이폰은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데 쓴다. 그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있는 스마트폰 사용자 카페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한다. 일반적인 교통·날씨·주식 어플리케이션은 물론이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와 여러 종류의 카메라 어플리케이션을 많이 사용한다. 졸업 이후 진로를 아직 확정하지 않은 조씨는 어플리케이션과 관련된 일에 종사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어플리케이션의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어플리케이션으로 인해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고 있다. 언제나 몸과 함께 움직이는 휴대전화가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기능들을 제공하니 삶의 방식이 바뀌는 것도 당연하다. 어플리케이션에 열광하고 스마트폰을 가장 알차게 사용하는 것은 젊은이들이다. 젊은 세대들은 숨겨져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찾아내 평가하고 공유하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간다.

최근 각광을 받은 어플리케이션 중에 ‘i Need Coffee’가 있다. 현 위치를 중심으로 가까운 커피전문점 위치를 알려주는 것이다. GPS와 컴퍼스 기능을 활용해 화살표와 거리 표시로 커피전문점까지 힘들이지 않고 이동할 수 있다. 커피전문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중에서 처음 듣거나 아는 노래인데 제목과 가수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소리만으로 음악 정보를 알려주는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 된다. 셀프 촬영 기능, 필터 기능, 보정 기능, 합성 기능이 있는 다양한 카메라 어플리케이션으로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어 트위터와 싸이월드 같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바로 올리는 것도 많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전화번호와 이메일도 일일이 물어보고 입력할 필요 없이 휴대전화를 부딪치는 것만으로 서로 교환이 이루어진다.

업무 관련 어플리케이션은 비즈니스맨의 생활 패턴을 바꾸고 있다. 경제 관련 국내외 뉴스를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과 주식·환율 변화를 알려주는 어플리케이션으로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단위 변환기와 다양한 계산기들도 유용한 어플리케이션이다. 업무상 해외에 많이 나가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해외 날씨, 숙박 시설 및 주요 시설, 항공편 등에 관한 정보도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각종 문서 파일은 뷰어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아이폰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무거운 노트북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웬만한 업무를 해결할 수 있어 스마트폰은 비즈니스맨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이유철씨는 “업무상 해외에 나가 보면 회의에 모인 외국인 10명 중 8~9명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국내에 아이폰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왜 그런지 몰랐는데 직접 사용하고 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라고 말했다.

장 보기 관련 어플리케이션은 주부들의 장 보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생각날 때마다 필요한 목록을 적어두었다가 할인 마트를 찾아 하나씩 체크해나가면 쇼핑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물건 바코드를 찍는 것만으로 상품 가격을 비교하며 최저가로 알뜰 쇼핑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각종 적립 카드도 휴대전화 단말기에 쏙 들어가니 지갑이 두꺼울 필요가 없다. 걸음 수를 체크해 칼로리를 계산하거나 하루 필요한 수분과 영양분을 조절해주는 어플리케이션은 생활과 건강을 한데 묶어놓았다.

‘증강 현실’ 구현 어플리케이션, 정보 검색 패턴에 ‘혁명’

▲ KT와 KT뮤직은 일반 MP3 원음을 이용한 리듬 게임인 ‘BeatRider for dosirak’ 서비스를 제공한다. ⓒ연합뉴스

10대들은 아직까지 아이폰을 많이 사용하고 있지 않다. KT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12월 말 기준으로 아이폰 사용자 총 20만명 중에서 10대는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자 사용량이 많은 10대들의 커뮤니케이션 특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학교가 무선랜을 지원하지 않는 것도 학생들이 굳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다. 중학생 이소현양(16)은 “친구 중에는 하루에 문자만 3백개 넘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폰 요금제로는 문자 요금이 감당되지 않는다. 다양한 문자 요금 서비스가 있는 일반 휴대전화가 더 유용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선랜을 개방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학생들이 문자보다 모바일 메신저와 트위터를 사용하는 데 익숙해진다면 파급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어플리케이션이 편리함만 주는 것은 아니다. 어플리케이션을 찾고 배우고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지난 2월4일 발표한 ‘아이폰 고객의 아이폰/IT 서비스 이용 행태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폰 사용자 58%가 매일 앱스토어를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10대가 65%로 가장 많고, 30대가 64%, 20대가 54% 순이었다. 40대도 38%에 달했다. 연령에 관계없이 어플리케이션 서핑에 열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온라인 게임 도입 초반 일어났던 가족·친구와의 소통 문제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일어날 수밖에 없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덜어준다고 할 수도 있지만, 표피적이고 단편적인 소통에 지나지 않는다. 가까운 사람들과 대면해서 친밀하게 접촉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직장인 김동혁씨(36)는 “어플리케이션에 너무 빠지면 집에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에 소홀할 것 같아 자제하고 있다. 많은 어플리케이션을 찾기보다 내게 유용한 것 몇 개만 알차게 사용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어플리케이션 흐름을 바꿀 기술로 많은 전문가가 꼽는 것이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이다. 가상 정보와 현실 정보를 실시간으로 결합하는 기술이다. 스마트폰으로 대상을 비추는 것만으로도 그에 대한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빌딩을 비추면 그 안에 어떤 업체들이 들어 있고 보증금과 임대료는 얼마나 되는지를 제공하는 식이다. 증강 현실을 구현하는 어플리케이션이 다수 등장해 상용화되면, ‘궁금하면 포털사이트에 물어보는’ 정보 검색 패턴이 획기적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앱스토어에 무수히 많은 어플리케이션이 있지만, 언어 장벽으로 인해 국내에서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은 제한되어 있다.  앞으로 한글화된 어플리케이션이 계속해서 늘어나면 이 문제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4일 기획재정부는 앞으로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 정보를 민간에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교통 CCTV를 보고, 기상청 날씨를 확인하고, 식약청의 위해 식품 정보를 확인하고, 국회도서관이 소장한 학술 자료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해당 어플리케이션이 개발된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어플리케이션 개발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시사저널 임준선
김영한 창조경영아카데미 대표 인터뷰

<닌텐도 이야기> <스타벅스 감성 마케팅> <총각네 야채가게>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 경영서를 저술한 김영한 창조경영아카데미 대표(62)는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애플 앱스토어에서 어플리케이션 순위를 체크한다. 자신이 올린 어플리케이션 ‘넛지지수’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넛지지수’는 베스트셀러로 관심이 높아진 넛지(Nudge, 부드러운 개입) 능력을 개인이 체크하도록 하는 어플리케이션이다. 결과에 따라 넛지형 인간이 되기 위한 조언도 함께 제공한다.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넛지지수’는 어떻게 개발하게 되었나?

넛지에 대한 높은 관심을 어플리케이션으로 구현하자는 생각을 했지만 프로그램 개발 능력이 없었다. 어플리케이션 개발자 사이트를 찾아 도와줄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올리자 그 문제는 금방 해결되었다. 개발에 10일, 애플 승인을 받는 데 1주일이 걸려 지난 1월31일부터 한국어와 영어 버전 어플리케이션을 함께 올렸다. 출시 4일 만에 하루 다운로드 1만건을 넘어서며 국내 비즈니스 카테고리 1위, 전체 무료 어플리케이션에서도 5위에 올랐다.

60대라면 아이폰을 사용하기에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나이가 문제는 아니다. 육체가 늙는 것이지 생각은 얼마든지 젊게 가져갈 수 있다. 아이폰을 발매 초기부터 쓴 것은 아니다. 15년 동안 사용한 2G 휴대전화 번호가 너무 좋아 포기하기가 아까웠다. 결국, 기존 휴대전화를 유지하면서 12월24일 아이폰을 추가로 구입했다. 연휴 기간 동안 사용법을 익혀나가며 새로운 세계를 보는 듯한 놀라움을 경험했다. 그동안 아날로그에 오래 묶여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휴대전화는 과거와, 아이폰은 미래와 연결하는 기기로 각각 사용하고 있다.

돈이 되지 않는 무료 어플리케이션을 만든 이유는?

‘넛지지수’는 경험을 위해 맛보기로 만든 것이다. ‘넛지지수’와 전혀 다른 유료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무료 어플리케이션으로 이름을 알리고 유료 어플리케이션으로 이어가는 것은 어플리케이션 비즈니스의 큰 흐름이다. 과거 e비즈니스가 많은 돈을 투입하고도 수익이 적었던 데 비해 어플리케이션 비즈니스는 투자 비용이 적지만 확실하게 수익으로 연결된다. 시작은 뒤졌지만, 한국이 가지고 있는 IT 마인드, 기술, 노하우를 하루빨리 어플리케이션으로 전환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플리케이션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경영 수준을 한 단계 향상시킨 ‘스티브 잡스 이펙트’에 관한 내용이 될 것이다. 아이폰 하나가 전세계 고객의 수준을 높였다. 경영 지식을 콘텐츠로 하는 어플리케이션도 내놓을 생각이다.

 


애플 앱스토어에는 수많은 어플리케이션이 있다. 아이폰을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떤 것을 다운로드해야 할지 난감하다. 어플리케이션은 생활 환경과 용도에 따라 쓰임이 다르지만 누구에게나 필수적인 것들이 있다.

대중교통 이용을 도와주는 어플리케이션이 대표적이다. 고등학생 유재완군이 개발해 화제가 된 ‘서울버스’는 버스 정류장에 버스들이 언제 도착하는지, 해당 버스가 현재 어느 위치에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이다. 지하철 노선과 경로 찾기, 출구 정보와 역 주변 정보 보기가 가능한 ‘지하철(jihachul)’도 유용한 대중교통 어플리케이션이다.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을 도와주는 데는 지도 어플리케이션도 필수적이다. ‘다음 지도(Daum Maps)’는 길 찾기가 편리하고 전국 고해상도 항공 사진 스카이뷰를 적용하고 있어 많이 사용되는 어플리케이션이다. 소요 예상 시간, 최적 경로, 최단 경로를 알려주고 나침반 기능으로 현 위치 트래킹도 가능하다. 특정 위치에서 거리 풍경을 파노라마 사진으로 보여주는 기능도 인기 요인이다.

툭 하면 오보를 내는 기상청 예보를 믿지 못하는 사용자에게는 현재 기상 상태를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는 날씨 어플리케이션이 유용하다. 전날 기상 뉴스를 확인하지 않고도 아침에 날씨를 확인하고 대비할 수 있다. ‘웨더채널(the weather channel)’이 대표적이다. 일체형 배터리를 장착한 아이폰 특성상 배터리 관리 프로그램도 쓸 만한 어플리케이션이다. ‘터보차저(turbo Charger)’는 배터리 잔량을 표시해주면서 전화, 인터넷, 게임, 음악, 동영상 등을 각각 몇 시간씩 사용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초성 검색을 비롯한 전화번호부 관리를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에스피다이얼(spDial)’도 꼭 설치해야 할 어플리케이션이다.

아무리 좋은 어플리케이션이라도 가격이 비싸면 사용하기가 망설여진다. 무료 어플리케이션만으로도 생활에 많은 부분 도움을 받겠지만, 유용한 어플리케이션 중에서는 유료인 경우가 많다. 오픈마켓은 개발자가 임의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 변동이 자유롭다 보니 한시적으로 무료로 제공되는 유료 어플리케이션이 많다. ‘바게인빈(Bargainbin)’ ‘판도라박스(Pandorabox)’ ‘팟게이트(Podgate)’ 등은 한시적 무료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찾아주는 어플리케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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