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충분조건
  • 성병욱/세종대 교수·언론홍보대학원장 ()
  • 승인 2010.02.2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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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많다고 해서 남북 대화가 부담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남북 간에 꼬이고 꼬인 여러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면 남북 간에 진지한 대화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지난 수년간 국민의 분열과 대립을 가장 심화시켰던 사안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남북 대화였다. 최근에는 북한측이 대화 공세를 펴면서 동시에 대포와 말로 대남 위협 포화를 퍼부었다. 대화를 하자는 것인지 무력 시위에 굴복하라는 것인지 의아할 지경이다.

우리가 1953년 휴전 이후 안보 태세와 한·미 연합 방위 태세를 견고히 하는 데 국력을 기울인 것은 북한의 무력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노력은 그동안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이번 무력 시위가 새로운 상황에 대한 북한 군부의 자만심의 표현이라면 북의 대남 협박은 앞으로도 이어진다고 보아야 한다. 정부와 군은 핵무기를 업은 북의 무력 시위와 협박을 이겨낼 수 있는 실질적 대비 태세를 갖추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번 북의 서해 NLL 부근 포격을 전후해 우리 쪽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임박한 듯한 얘기를 흘린 것은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다. 겉으로만 보면 우리가 맞고도 배알이 없든가, 공갈이 통하는 것쯤으로 얕보이지는 않았을까.

남북 대화를 피할 필요는 없지만, 결코 북한의 협박이 통한다거나 끌려다닌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금물이다. 회담을 하자고 해놓고 포화를 퍼붓고 협박을 해도 그대로 회담을 진행하면 상대가 그것을 대범하다고 보겠는가, 겁먹었다고 보겠는가.

한때는 남북 간에 원만한 대화 환경 조성을 명분으로 서로 비방하지 않기로 해 남북 정권 수립 후 수십 년간 상대를 비하하기 위해 사용하던 ‘괴뢰’라는 용어가 양쪽의 매체에서 일제히 사라지기도 했다. 남쪽에서는 그 용어가 완전히 폐기된 반면, 북쪽에서는 대남 비방의 재개와 함께 다시 남용되고 있지만 말이다.

군사·외교적 협박이야말로 원만한 남북 대화의 주변 환경을 결정적으로 해치는 요인일 것이다. 예정했던 회담도 미루고 ‘냉각 기간’을 가져야 할 만한 일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하려면 11월 G20 서울 정상회의가 예정되어 있는 올해가 적기라는 주장이 최근 제기되고 있다. 지난 정권 대통령들의 남북 정상회담 조급증 같은 것만 아니면 정상회담 추진 자체를 놓고 미리 시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차피 경제적으로 크게 앞서 있는 우리가 북한을 경제적으로 돕는 것은 자연스럽다. 민간 차원의 인도적 지원은 당장 조건 없이도 해야만 할 일이고, 정부 차원의 대규모 지원도 일방적 퍼주기만 아니라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정상회담의 대가나 조공 바치는 식의 일방적 경제 협력이어서는 국민이 납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북한에 말하고 요구할 것도 분명히 요구하고 논의해, 서로 주고받는 호혜적이고 실질적인 회담이 되도록 하고, 그에 상응하는 결과도 얻어야 한다. 우리의 운명과 직결되는 북한 핵, 한반도 평화 체제와 국가의 기본 임무라 할 납북자 및 6·25 포로 송환 같은 핵심 관심사를 도외시하는 또 한 차례의 정상회담이라면 회담을 또 했다는 것 외에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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