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마주친 풍경, ‘마음 공간’에 담았다”
  • 김세원 편집위원 ()
  • 승인 2010.02.2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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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전시회 연 라르스 바리외 주한 스웨덴 대사

 

2006년 부임한 이후 ‘문학 외교’라는 새로운 외교 지평을 열어온 라르스 바리외 주한 스웨덴 대사(63)가 이번에는 그림에 도전했다. 그는 2월10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인사동 통인옥션갤러리에서 생애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전시회 제목은 ‘마음 풍경(Mind Space)’.  

전시회에 내놓은 유화와 수채화 20여 점의 대부분은 한국에서 직접 마주친 풍경과 인물들을 소재로 했다. 틈틈이 시인으로도 활동하며 시와 그림 애호가로도 유명한 그의 이력을 반영하듯 제목에 ‘시인’이 들어가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고은 시인을 모델로 한 것으로 보이는 <시인(The Poet)>을 비롯해 <남대문의 시인(Poet in Namdaemun)> <흰 옷을 입은 시인(Poet dressed in white)> 등등. 

그는 일찍이 1970년대 일본에서 김지하씨의 시 <오적(五賊)>을 접하고 깊은 감명을 받아 김시인의 시를 스웨덴어로 번역 출판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 스웨덴의 ‘시카다상’을 수상한 고은 시인의 작품에도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어 직접 그의 시를 낭송하기도 한다. 바리외 대사는  “시인을 그림의 소재로 삼은 작품이 별로 없더라. 시인이 시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심상을 희미한 뒷모습으로 그렸다. 나라와 문화가 다른 사람들도 그림을 보며 대화하면 금방 친해진다. 그림은 만국 공통어이자 효과적인 의사소통 수단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림이 격무 속에서 쉴 수 있는 휴식의 ‘마음 공간’을 제공해주었다”라고 말했다.

그의 예술 사랑은 이미 서울 외교가에서 정평이 나 있다. 스웨덴 작가들의 그림이 걸려 있는 서울 남대문에 있는 주한 스웨덴 대사관은 갤러리를 닮았고, 동서양 작가들의 그림이 절묘하게 배치된 주한 스웨덴 대사관저는 문학 살롱을 연상시킨다. 2006년 1월 한국에 부임한 그는, 스페인·체코·덴마크·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0여 명의 주한 대사들과 함께 문학 모임인 ‘서울문학회(Seoul Literary Society)’ 창립을 주도했다. 그동안 시인 고은씨, 소설가 이문열·공지영·황석영·박완서·신경숙 씨 등을 주한 스웨덴 대사관저에 강사로 초청해 한국 문학 연구 및 교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현대 유럽 문학을 한국에 소개하는 책의 기획 작업도 주도했다. 지난해 말 민음사에서 두 권으로 출판된 <유럽, 소설에 빠지다>는 유럽연합(EU) 27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단편을 묶은 소설집이다. 수록된 작가와 작품은 유럽연합 27개국의 주한 대사관 또는 본국의 문학 관련 기관의 추천을 통해 결정되었는데, 바리외 대사가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서울문학회를 통해 1년여의 번역 작업을 거쳐 책으로 묶었다.

그는 일본 대사를 지내고 스웨덴 웁살라 대학에서 중국학 석사와 스톡홀름 대학에서 일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경력에서 알 수 있듯 한ㆍ중ㆍ일 3개국 전통문화에 정통하다.

그는 일본의 전통 정형시인 하이쿠(俳句)에 조예가 깊어 시선집을 통해 직접 쓴 하이쿠를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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