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진, 전문가들까지 갈라놓았다
  • 김규태/동아사이언스 기자 ()
  • 승인 2010.02.2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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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 빈도 크게 높아져 …“위험성 커지고 있다”에 “그동안 측정되지 않았을 뿐” 주장 맞서

 

▲ 2월9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 지진센터에서 지진 분석사가 지진파를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9일 오후 6시께 인터넷에는 갑자기 ‘흔들리는 것을 느꼈나요?’ ‘여의도 건물이 흔들렸어요’라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 30여 분이 지난 뒤 기상청은 경기도 시흥 인근에 3.0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1주일 뒤인 16일 다시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경상남도 지역이다. 오후 4시50분께 울산시 동구 북동쪽 64km 해역에서 진도 3.2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부산지방경찰청이 발표했다. 울산뿐 아니라 양산·부산 등에서도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지진의 안전 지대로 알려진 한반도에서 1주일 간격으로 두차례나 지진이 발생했다. 특히 최근 아이티 지진으로 놀란 가슴이라 비교적 작은 규모의 지진이지만 시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신 보도와 영화 등을 통해 지진의 무서움은 익히 알고 있지만, 실제 지진 체험은 많지 않아 공포감이 충분히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가 불안정한 국면에 있다는 데에는 의견 일치기상청과 소방방재청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 1978년에서 1996년까지는 연평균 18회 정도였지만, 지난 1997년 이후에는 연평균 42회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갈린다.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과 그동안 측정되지 않았을 뿐 지진은 상존했다는 입장이다. 지진이 실제로 늘어났다고 보는 학자들은 한반도가 점점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해석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한반도에는 지진이 항상 있었으나 우리가 잘 느끼지 못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십수년 간 지진에 대해 사회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두 입장 모두 한반도에 불안정한 측면이 있고, 지진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전자는 지진 횟수가 늘어났으니 대비하자는 주장이며 후자는 원래부터 불안정했으니 지금이라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지진의 실제 횟수와는 별도로 과학자들은 지진의 숫자를 자신들의 입장에 맞춰서 구성하고 해석해낸다. 지진에 대한 연구와 논의 과정에서 과학자들이 지진에 대해 새로운 인식의 틀을 갖게 되고, 이 기준으로 지진에 대한 위험 인식도 새롭게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일반 시민들에게서도 마찬가지다. 1978년 충남 홍성 지진을 경험한 이후부터 지진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건물 붕괴, 화재 등 대형 사고를 겪으면서 위험 상황에 대해서 민감해졌다.

특히 인터넷 등으로 인해서 국소적인 지진 정보도 곧바로 널리 공유된다. 세계적인 지진 소식이 단지 방송의 외신이 아니라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급속도로 확산된다. ‘내가 아는 사람’과 각종 지식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위험 상황에 대한 공감과 걱정이 과거보다 더 빠르고 실감나게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험의 공유가 실제 국내 지진 횟수와는 별도로 위험 인식을 과거보다 더 크게 만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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