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와 산업은행의 진실 공방
  • 이철현 (lee@sisapress.com)
  • 승인 2010.02.2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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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은 지난 2월17일 문정민 TRAC 대표와 인터뷰를 했다. 문대표는 ‘지난해 말 대우건설 인수 협상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TRAC를 부당하게 배제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시사저널>은 2월18일 오전 9시 문대표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산업은행측의 해명을 듣고자 산업은행과 접촉했다. 김영식 산업은행 홍보실장은 “왜곡된 사실이 보도될 수 있었는데 연락주어서 고맙다. 질의서를 보내면 당시 협상 당사자였던 조현익 산업은행 부행장, 김석균 담당팀장과 상의해 산업은행 입장을 밝히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시사저널>은 문대표가 산업은행과 관련해 언급한 발언 요지를 정리해 보냈다. 이와 함께 ‘조현익 부행장이나 김석균 팀장과 만나거나 통화했으면 한다’라는 뜻도 밝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용기 산업은행 홍보팀장은 전화로 “김석균 팀장이 들어오는 대로 당시 상황을 파악해 답을 주겠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산업은행은 취재에 적극 협조할 뜻을 밝혔다.

그런데 오후가 되자 산업은행의 입장이 돌변했다. 문팀장이 오후 2시40분 전화 통화를 통해 “TRAC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다. 산업은행 담당 임원이나 팀장이 TRAC 관계자를 만난 적이 없다. 지난해 말 대우건설 매각을 주도한 것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므로 산업은행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석균 팀장과 통화를 거듭 요청하자 문팀장은 “(산업은행이) <시사저널>의 질의에 일일이 답변할 의무가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에 기자가 “그러면 TRAC 주장에 대해 산업은행 공식 입장은 ‘노코멘트’로 처리하면 되겠냐”라고 묻자 문팀장은 “그렇다”라고 말했다. 이후 문팀장은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대우건설 매각 과정과 관련해 양쪽 주장은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TRAC 관계자는 “(TRAC 일행이) 2월18일 오전 11시 민유성 산업은행장과 만나기로 했다”라고 주장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조현익 부행장이나 김석균 팀장은 TRAC 관계자를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문정민 대표는 협상 중에 받은 조부행장과 김팀장의 명함을 기자에게 보여주었다. 문대표가 산업은행을 음해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받은 두 사람 명함을 챙긴 것이 아니라면, 산업은행이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산업은행과 TRAC 사이에서 벌어지는 진실 공방은 대우건설 매각 과정에서 벌어지는 혼탁상을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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