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공룡 서울’을 만드나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0.02.2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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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면적의 0.61%가 99% 지배…돈·권력·정보 집중화 현상 해소 안 돼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가지. ⓒ시사저널 유장훈


남산은 서울을 상징하는 산이다. 남산 꼭대기에서는 사방으로 펼쳐진 광활한 서울 시가지를 볼 수 있다. 남산에서 보이는 서울의 모습은 어떨까. 빽빽한 아파트와 사각형의 건물, 도무지 ‘여유’라고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실제 남산에서 맑고 투명한 서울의 모습을 보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다. 맑은 날에도 도심에서 뿜어나오는 매연으로 인해 뿌옇게 스모그 현상이 일어난다. 비가 온 다음 날에나 잠깐 맑은 서울 하늘을 볼 수 있다. 때문에 남산에서 서울 시가지를 본 사람들은 ‘답답하고, 숨이 막힌다’라고 토로한다. 그런데도 서울은 언제나 대만원이다. 서울은 이제 거대한 공룡이 되었다.  

▲ 명동 거리를 꽉 메운 서울 시민들. ⓒ시사저널 임준선

오죽하면 서울을 대한민국 속의 또 다른 ‘공화국’이라고 부를까. 각종 수치가 ‘공룡 서울’을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서울과 동일 생활권에 있는 인천·경기 등 수도권은 전 국토 면적의 11.8%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전 인구의 48.9%, 100대 기업의 본사 91%, 중앙 행정 기관의 85%, 공기업 본사 84.8%, 금융 기관의 67%, 20대 명문 대학의 65%, 제조업체의 58.7%가 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약 90%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그 정점에는 서울이 있다. 남한 면적의 0.61%에 불과한 서울이 99%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정보와 돈과 권력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몰렸다.

 

서울 강남과 강원도의 같은 평형대 아파트 가격, 26배나 차이 나

서울은 빛과 그늘이 공존하는 도시이다. 평균 땅값이 전국 땅값 평균의 수십 배에 달하고, 지방 중소 도시의 1백32㎡(40평) 아파트를 팔아도 서울 변두리 지역의 66㎡(20평) 아파트를 살 수가 없다. 지난해 7월 부동산 114가 전국 3백 세대 이상 개별 아파트 매매가를 비교한 결과, 같은 평형대의 서울 강남과 강원도의 집값은 무려 26배나 차이가 났다.

공급 면적 1백5㎡(32평형)인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평균 매매 가격이 15억원으로 강원 원주시의 영진아파트 5천7백50만원보다 26.1배가 높았다. 원주시의 아파트 26채를 팔아야 서울 강남의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계산이다. 기초단체별로 보면 서울 강남의 아파트 매매가가 3.3㎡(1평)당 평균 3천3백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전남은 3.3㎡(1평)당 평균 3백5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교통 문제, 환경 문제, 고물가 등은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서울의 교통은 이미 포화 상태이다. 자동차 등록 대수는 지난 1995년 2백만대를 넘어선 뒤 2008년 3백만대 가까이로 증가했다. 때문에 땅속에 아무리 거미줄처럼 지하철을 뚫어도 교통 체증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대기 오염 수치나 물가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온난화 속도는 세계 평균보다 3배나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농도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2배가량 높다. 천연가스 버스 증차, 공원 면적 확장 등의 환경 개선을 통해 지난 2008년에는 서울의 미세먼지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여전히 환경 기준치보다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에 비해 3.1% 올랐다. 지역별로는 제주도가 0.7%로 가장 높았고 서울, 부산, 인천, 광주, 대전 등은 0.4%를 기록했다.

 

 

지방 사람들에게 서울은 ‘기회의 땅’이기도 하지만, 한순간에 빈민층으로 떨어질 수 있는 위험한 땅이기도 하다. 충남 논산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박 아무개씨(56)는 식당 운영이 여의치 않자 지난 2005년 가게를 처분하고 재산을 정리했다. 자신의 명의로 되어 있는 집까지 팔고난 후 박씨의 손에는 약 1억5천만원이 쥐어졌다. 그는 서울로 올라왔다. 충무로에 있는 한 건물에 작은 구멍가게를 얻어 생계 수단으로 삼았다. 주거는 신당동에 사글세방을 얻어 해결했다. 1억5천만원으로 논산에서는 집 한 채와 식당을 임대할 수 있었지만, 서울에서는 어림도 없었다.

서울 생활 5년이 되었지만 박씨의 생활이 크게 나아진 것은 없다.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 주변에는 편의점들이 줄줄이 들어서 있어서 경쟁력이 없다. 매출도 계속 떨어져 가게를 운영할수록 적자가 더 커졌다. 박씨는 곧 가게를 정리한 후 다른 일을 시작해보려고 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 서울의 대표적인 외국인 거주지인 이태원에서 외국인들이 거리를 오가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서울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 각종 지표를 통해 서울의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서울의 인구 밀도는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시의 인구는 1천46만4천51명이다. 지난 2003년 1천26만6천9백68명을 기록한 이래 6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세대 수도 4백11만6천6백60가구로 10년 전인 1999년 3백49만6백16명보다 62만6천44명이 늘어났다. 세대 당 평균 인구 수는 2.48명이다. 서울의 남성 인구는 4백98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9.6%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7만6천명이 많다. 오는 2029년에는 여성 연령층에 큰 변화가 예고된다. 49세 이하의 연령층이 크게 줄어드는 반면, 50세 이상의 여성이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는 94만2천9백46명으로 전체 인구의 9.1%를 차지하고 있다. 전년과 비교해 4.92% 증가했다. 자치구별로는 송파구(6.59%), 노원구(5.58%), 강서구(5.54%) 순이었다. 반면, 중구는 1.32%로 가장 젊은 자치구로 나타났다. 인구 수가 가장 많은 동은 강서구 화곡1동(5만2천2백26명)이며, 세대 수는 강남구 역삼1동(2만8백69세대)이 많았다.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기존 외국인들의 다수를 차지했던 미국·일본인들의 숫자를 제쳤다. 지난해 말 서울시에 거주하고 있는 등록 외국인은 25만5천7백49명으로 전년 대비 5백42명(0.21%)이 증가했다.

국적별로는 한국계 중국인(조선족)이 16만6천4백13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인(2만5천7백78명), 미국인(1만3천1백3명), 타이완(8천8백19명) 순이었다. 베트남이나 몽골인들의 숫자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이다. 한국인 남편과 외국인 아내, 외국인 남편과 한국인 아내로 맺어진 국제결혼 커플은 2000년 3천3백87건에서 2008년 7천9백47건으로 2.3배나 증가했다.

그렇다면 서울시민들의 행복지수, 즉 삶의 만족도는 얼마나 될까.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신문이 반기마다 조사하는 ‘대한민국 경제 행복지수’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 조사에서 서울은 전국 16개 시·도 중에서 중간 수준인 8위에 머물렀다. 전반기에는 1위였다. 이처럼 행복지수의 편차가 큰 것은 부동산 등 자산 가치의 상승과 하락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에서 생활의 여유를 가지려면 적어도 중산층 반열에 들어야 한다. 지난 2008년에 서울시가 펴낸 ‘서울서베이’를 보면 서울에서의 중산층(OECD 기준)은 서울의 총 가구 소득의 중간인 3백만원의 70~1백50%로 보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월평균 가구 소득 2백~4백50만원이 59.7%에 해당한다. 10가구 중 6가구가 중산층인 셈이다. 서울시민의 72.6%가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중산층의 가계 소비는 월평균 가계 소득의 20%를 교육비로 지출하고 있으며, 10가구 중 5~6가구는 주택 때문에 부채가 있고, 41%는 노후 준비를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중산층이 경제·교육 환경에 대해서는 저소득층에 가까운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산층의 경제 환경 만족도는 2006년 26%에서 2008년 24%로 약간 떨어졌다. 한편, 서울시민 10명 중 7명은 향후 10년 이후에도 서울 거주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층별로는 고소득층의 75%, 중산층의 70%, 저소득층의 62%가 서울 거주를 희망하고 있다.

서울 지역에서 강남은 또 다른 특구이다. 부자 동네로 소문난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자산 규모가 서울시 전체 자산의 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대우·동양증권 등 국내 10대 증권사 서울 시내 지점들이 보유 중인 주식과 채권, 펀드 등 각종 자산을 자치구별로 집계한 결과 강남 3구의 자산 규모는 95조5천96억원이나 되었다. 이는 전체 자산 2백40조8천7백75억원의 39.7%에 달한다. 지난 2006년과 비교하면 6.0%가 증가한 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08년 총 급여(과세 대상 근로 소득, 비과세 급여 제외)가 10억원이 넘는 근로자는 1천1백24명이었다. 이들의 총소득은 2조3천여 억원이었으며, 1인당 20억원이 넘었다. 거주 지역별로는 서울이 8백67명이며, 경기도가 1백69명이었다. 서울과 경기도의 거주자가 92.5%나 되었다. 하지만 거주지가 경기도에 있어도 직장은 서울에 있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서울의 비율이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 분산시켜도 돈은 수도권에 몰릴 가능성 커

정부는 세종시와 혁신도시 등을 통해 서울 인구를 분산하고,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이런 영향 등으로 인해 서울로의 인구 집중화 현상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수도권의 광역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마디로 서울의 확장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서울의 인구 이동 현황을 보면 알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다른 시·도에서 서울시로 전입한 인구는 1백87만3천명이며, 다른 시·도로 전출한 인구는 1백92만5천명이다. 서울로 들어온 인구보다 빠져나간 인구가 5만2천명이나 더 많았다. 서울시의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다른 시·도에서 유입되는 인구는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경기·인천 지역에서도 인구 집중이 완화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들 지역의 전년 대비 전출자 수는 줄어든 반면, 대전·충남·충북 등 중부권은 전입자 수가 상대적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중부권으로 인구가 분산되는 것은 일일생활권이 넓어졌다는 의미이다. KTX의 운행과 지하철 노선의 연장 등이 그만큼 생활권을 넓혀놓았다. 하지만 수도권의 전입 인구가 줄어든다고 해서 생활권까지 옮겨간다고 볼 수는 없다. 집은 지방으로 옮겨도 돈은 오히려 서울 등 수도권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 지방 사람들이 서울에서 쇼핑하고, 학원 수강을 듣고, 여가를 즐기고 다시 거주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남기범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수도권 인구 분산과 지방 균형 발전이 성공을 거두려면 지방 도시의 성장 잠재력을 강화시키고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지역 대도시를 지원하고 육성해야 한다. 지역 대도시에서 서울에 견줄 만한 일자리와 하부 구조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통계로 본 ‘서울 평균인’은 누구?

서울 평균 시민은 누구일까. 각종 통계를 통해 본 평균 서울 사람은 이렇다. ‘30대 중·후반에 대학을 졸업한 직장인’. 서울시민의 평균 나이는 37.1세이다. 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지난 10년 사이 다섯 살가량이나 늘어났다. 대부분 결혼을 한 기혼자이다. 30대 서울 남성의 미혼 비율은 37.3%이며, 여성의 미혼 비율은 21.5%이다. 학력은 대학 졸업이 고등학교 졸업보다 많다. 대학원 졸업자도 늘어나고 있다. 직업은 전문기술·행정·관리직 직장인 비중이 높다. 주당 평균 근로 시간은 46.4시간이다.

 

2009 서울시 통계연보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백59만1천원이다. 맞벌이 부부가 34.5%인 점을 감안하면 개인별 소득은 이보다 낮아진다. 소득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그만큼 지출액도 늘어나고 있다. 월평균 지출은 가구당 2백82만5천원이다. 교육, 보건의료, 식료품 순으로 지출이 늘었다.

특히 교육비의 비중이 높다. 2008 서울서베이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교육비는 68만1천원에 이른다. 대부분이 사교육비이다. 평균 사교육비가 57만7천원이며, 자녀 1인당 49만6천원을 지출하고 있다. 소득이 많을수록 교육비 지출도 늘어나지만, 소득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저소득층에서 더 높다. 주거 형태는 아파트가 가장 많다. 서울시 총 주택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42.7%로 다가구 주택보다 10% 이상 높다. 출퇴근 이동 수단으로는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시내버스를 이용한 서울시민은 하루 평균 5백67만명이며, 지하철 이용 승객은 4백73만명이다. 출근길 거리는 평균 12.8km이다. 서울시에 등록된 승용차 수는 2008년 말 기준으로 2백37만5천1백73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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