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일으킨 총리가 빨리 매듭지어야”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0.02.23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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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친박계’ 중진 홍사덕 의원 인터뷰 / “표결에서 반대표 던지기보다 불참하는 것이 대통령 돕는 길”

 

ⓒ시사저널 이종현

6선의 홍사덕 의원은 ‘친박계’ 최고 중진 의원이다. 그는 세종시 문제가 계파 간의 대립으로 첨예하게 불거지자 행정 부처를 5~6개로 줄여서 이전하는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안이나 다를 바 없다”라는 ‘친이계’의 반대에 제압당했다. 평소 나직하고 느릿느릿하던 홍의원의 목소리도 점차 강경해지고 있다. 2월17일 홍의원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세종시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세종시 수정안 처리 문제를 두고 당내에서 여러 가지 말들이 많다.

본질은 세종시 원안을 백지화하는 방안을 국회에 보내는 일인데, 그래봐야 국회 통과가 사실상 안 되겠다는 것이 이미 판명된 것이다. 그러니까 정상적으로는 국회에 안 보내는 게 맞다. 그래도 그것을 자꾸 하려고 하다 보니, 이런저런 꼼수를 부리게 되는 것이다.

시나리오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당론 변경에 이은 국민투표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론 변경은 불가능하다. 수적으로도 어렵다. 설사 천지 개벽시켜서 당론 변경을 한다 해도 국회 처리는 절대 안 된다. 국민투표 얘기도 나오는데, 이것이 국민투표에 회부할 사안이 되나? 안 된다. 또 다른 방법으로, 이 문제를 헌재로 끌고 가려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헌재에서도 이 안은 십중팔구 안 되게 마련이다. 이러다가는 지방선거마저 완전히 다 망치게 된다. 따라서 그나마 희생을 최소화하려면 이쯤에서 접는 결정을 해야 한다.

접는 결정이라면?

대통령 주변에서 대통령을 설득했던 이른바 측근들은 여론이 곧 뒤집어지니까 계속 밀어붙이면 된다거나, 의총을 하면 친박 중에서도 몇 명은 돌려세울 수 있다거나 이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왕 일은 벌어진 것이고, 이제 끝까지 가보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 대통령의 입장은 또 다르다. 

그러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이 문제를 일으킨 것은 총리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으로 던져놓고 하다 보니까 이제 대통령까지 개입하는 형상인데, 결국 일으킨 사람이 풀어야 하지 않겠나. 가령 “내 소신은 여전히 그렇지만, 나라가 이렇게 온통 시끄러우니 더 이상 이 문제를 복잡하게 가져갈 수 없다고 본다”라고 정리해야 한다. 다음 선거에서 결정하라거나, 좀 더 숙려 기간을 가진 다음에 이 문제를 다뤄달라거나 하는 식으로 정리하면 구태여 총리가 사퇴까지 가는 일은 피할 수 있을 것 아닌가. 하지만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책임의 무게가 더 커질 것이다.

친이계에서는 당론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친박계 내부에서도  의총은 참가하되 표결에는 불참해야 한다는 등의 전략이 나오는  것으로 안다.

정히 표결까지 간다면 참석하지 않는 것도 문제 해결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 박근혜 전 대표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오래 해서 그런지 대통령직에 대한 존경심이 남다르다. 별 얘기가 다 있어도 어디 특사 갔다 오라고 하면 두말 않고 갔다 온다. 박 전 대표의 기본 마음가짐이 대통령한테 타격이 제일 적게 가는 방식으로 처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면, 내 생각에는 부결시키기보다는 입 다물고 불참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게 그나마 타격을 좀 덜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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