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 뜨거운 한국 빙상 밑바닥은 아직 춥고 거칠다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10.02.23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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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스케이팅 훈련장, 태릉 한 곳뿐…실업팀에 못 들어가면 진로도 막막

 

▲ 서울의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선수들이 시민들과 함께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대표 간판 선수들이 화려하게 비상하고 있지만, 국내 빙상 스포츠 저변을 살펴보면 여전히 척박하다. 국내에서 스피드스케이팅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은 태릉국제스케이트장뿐이다. 초등학생부터 대학, 실업 선수까지 3백명이 넘는 선수들이 모두 한곳에서 훈련을 하다 보니 국가대표를 제외한 선수들은 아침 6시에서 8시까지, 저녁 7시에서 9시까지 한정된 시간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비용 부담 때문에 난방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내 온도도 영하에 가깝다. 국제 수준의 실내 경기장이 13~15℃ 정도의 온도를 유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냉골이라 할 수 있다. 윤의중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팀 감독은 “1주일 난방비만 6천만원이 넘게 든다고 한다. 국가대표 선수들도 링크를 돌고 난 후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메달 못 따 군 입대하면 선수 생활 끝나기 십상

메달밭인 쇼트트랙 사정은 이보다 낫다.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는 아이스링크만 해도 고양, 목동, 분당, 화성 등지에 7~8개가 있고, 꿈나무들이 훈련할 수 있는 링크는 전국 각지에 30여 개가 넘는다. 스피드스케이팅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 공간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송재근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는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쇼트트랙, 아이스하키, 피겨스케이팅이 함께 쓰기 때문에 훈련 스케줄을 잡기는 여전히 빠듯하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의 진로 문제도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다. 현재 국내에는 서울시청, 의정부시청, 성남시청, 전북도청 등 7개 지방자치단체가 빙상 종목 실업팀을 운영하고 있다. 실업팀에 들어가지 못한 선수들은 학교를 졸업하면 다른 진로를 모색해야 한다. 송재근 코치는 “실업팀이 늘어나기 시작한 지가 몇 년 되지 않았다.  팀마다 다르지만 대우는 일반 직장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짧은 선수 생활이 끝나면 주로 지도자 생활을 하거나 학업을 이어간다.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경우에는 임용고시를 준비하기도 한다. 송코치는 “운동을 하지 않은 일반 지원자와 동일하게 경쟁하기 때문에 평상시 공부를 병행했던 사람들도 합격하기가 쉽지 않다.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땄거나 메달을 딴 경우라도 선수들을 지도하는 자리에 오르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초보자와 일반인을 가르치는 것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다”라고 말했다.

남자 선수들에게는 군대 문제도 피해갈 수 없다. 올림픽 메달과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군대를 가야 한다. 빙상 종목에 상무팀이 없기 때문에 국가대표라고 해도 군대를 가게 되면 선수 생활이 끝난다고 보면 된다. 윤의중 감독은 “이번에 모태범과 이상화 등 나이 어린 선수들이 좋은 결과를 보여주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보면 20대 중·후반에 전성기를 구가한다. 어린 나이에 군대를 가게 되어 운동을 이어가지 못해 기량을 꽃피울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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