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 간 ‘한 지붕, 두 위원장’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10.02.2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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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해외 토픽감이다. ‘한 지붕, 두 수장’ 말이다. 지난 2월19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의 보고를 받지 못했다. 여야 간사가 협의해 미룬 것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기관장이 두 명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임명한 오광수 위원장(큰 사진 왼쪽)과 현 정부에서 해임되었다가 법원 판결에 따라 돌아온 김정헌 위원장(오른쪽)이다. 지난 2008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해임된 김위원장은 해임 처분 집행 정지 결정을 받은 뒤 지난 2월1일부터 예술위로 출근하고 있다.

예술위 수장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두 위원장은 지금 전혀 예술적이지 않은 정치 공방의 한가운데에 있다. 한나라당 인사들은 김위원장에게 “원로답게 양보하시라”라고 점잖지만 강한 어조로 말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었고 이 정도면 명예가 회복되었으니 물러나라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 인사들은 오위원장을 향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시라”라고 나직하지만 힘 있게 촉구하고 있다. 오위원장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김위원장이 업무를 보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술평론가인 오위원장과 서양화가인 김위원장, 두 사람은 말이 없다.

난처한 입장에 처한 이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장관(위 사진)이다. 유장관은 국회에서 ‘코드’ 논란을 해명하기에 바빴다. “해임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기에 해임했었다. 코드 인사와는 관계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혹스런 입장을 노출했다. “일이 이렇게까지 된 것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난감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유례가 없는 ‘한 지붕, 두 위원장’ 체제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유장관은 “일단 시간을 갖겠다”라며 급하지 않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야는 서로 양보하라고 싸우고 있고, 문화부도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유장관이 “김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라고 밝힌 점이다. 이런 망신스런 사태는 빨리 끝날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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