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강매’ 논란 휩싸인 대한생명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0.02.2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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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앞두고 <시사저널>이 입수한 내부 문건에서 ‘직원 의무 매입 액수’ 드러나

 

▲ 대한생명 우리사주를 직원들에게 내부 청약하는 과정에서 배분 기준을 달리해 강제 할당했다는 의혹을 받는 문건. ⓒ시사저널 이종현


오는 3월 중순 상장될 예정인 대한생명이 ‘주식 강매’ 논란에 휩싸였다. 대한생명은 3월9일부터 이틀간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공모주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3월17일 국내 생명보험사 가운데 두 번째로 거래소에 상장하게 된다. 공모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9천~1만1천원(액면가 5천원)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직원들에게조차 주식 매입을 강제한다는 것이다. 우리사주 배분이라고 포장을 하기는 했지만, 일부 직원은 할당받은 액수가 2억원을 초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대한생명 내부 문건에 따르면, 부장급이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주식액은 1억8천2백만원에 달한다. 차장급과 과장급, 대리급 역시 각각 1억6천만원과 1억3천만원, 9천5백만원의 주식을 매입해야 한다. 심지어 일반 사원이나 사무직, 별정직(기타직)들조차 7천만원 이상 주식을 사야 하는 것으로 문건에 나와 있다. 대한생명 직원이 4천명이고, 평균 매입액이 1억원 정도로 볼 때 4천억원 정도를 거두어들이는 셈이다. 회사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한생명 관계자는 “근속 연수에 따라 배분율이 1백40%까지 차이가 난다. 장기 근속자의 경우 제시된 액수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매입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라고 말했다.

우리사주는 일반 공모주와 달리 1년간 매도할 수 없어 부담감이 크다. 실제로 동양생명은 지난해 말 생보업계 최초로 상장을 했다. 공모가는 1만7천원. 증시 전문가들은 생보업계 ‘1호 상장사’라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삼성생명 등 보험업계에서도 일정 부분 주가 관리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2월25일 현재 주가는 공모가보다 18%나 하락한 1만3천8백원을 기록 중이다. 대한생명의 경우 삼성생명과 불과 한 달여를 사이에 두고 상장을 하게 된다. 흥행을 보증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생명측 “회사 비전 보고 투자하는 것일 뿐”

대한생명측은 “일부의 목소리에 불과하다”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부터 주가가 공모가 대비 상승할 것으로 외부에서 평가하고 있다. 직원들이 회사 비전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지 강매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조에서도 배정된 금액을 모두 소화했다. 강제 할당이라면 노조에서 가만히 있겠느냐”라고 되물었다. 

하지만 우리사주 강매는 그동안 상장을 앞둔 기업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대한생명 역시 90% 이상 우리사주 청약률을 보였다는 점에서 내부 직원은 물론이고 업계에서조차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황효선 대한생명 퇴직임직원 대표는 “애초부터 상장 자체가 잘못된 방향에서 시작되었다”라고 지적한다. 그는 최근 예금보호공사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보낸 의견서에서 “대한생명이 무리하게 조기 상장을 추진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상장을 강행할 경우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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