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해도 소비자는 언제나 옳다”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0.02.27 18: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 인터뷰 / “무선인터넷 시장에 예상할 수 없는 큰 기회가 있을 것이다”

 

ⓒ시사저널 이종현

‘아래아 한글’은 한글을 쓰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사라지지 않는 한 결코 사라지지 않을 소프트웨어이다. 1989년 ‘아래아 한글’ 1.0 버전이 출시된 이래 ‘벤처=이찬진’이라는 말과 함께 아래아 한글은 한 묶음으로 인식된다. 2000년대 들어 국내 벤처업계의 지형도는 완전히 바뀌었고 이찬진 사장도 한컴을 떠났지만, 그는 여전히 한국 소프트웨어업계를 상징하는 아이콘 중 하나이다. 그는 요즘 드림위즈라는 인터넷 회사를 운영 중이지만 아이폰 관련 뉴스에 이름이 자주 오르내린다. 그가 아이폰을 국내에 들여오는 것에 대해 “모바일인터넷 시대를 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라는 이유에서 적극 환영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모바일인터넷 시대에 대해 물었다. 최근 KT 사외이사로도 선임된 그는 한마디 한마디 조심스러워했다. 아이폰과 관련해서 국내 일부 계층으로부터 날선 공격을 많이 받은 듯, 다르게 해석될 여지를 줄이기 위해 단어 하나하나의 뉘앙스까지 두루 살피며 이야기를 풀었다.  

지금이 모바일 붐이라고 할 수 있나?

모바일 붐이다. 그러나 돈(지원)이 몰리는 단계는 아니다. 아직은 미지의 상태이다. 네이버 같은 회사가 나올지는 아직 모른다. 상대적으로 앱 생태계는 분권형·참여형 생태계이다. 앱을 만들어서 몇천만 원을 버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것이 큰 회사로 성장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다.

애플 앱스토어의 특징은?

애플 랭킹은 24시간 랭킹이지 누적 랭킹이 아니다. 끊임없이 1등이 바뀌도록 고안되었다. 거대 회사가 돋보이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라 개개의 플레이어가 돋보이게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네이버 같은 플레이어가 등장하기 힘든 구조이다. 콘텐츠 개발자들에게 무료 모델을 강요하는 국내 포털보다는 훨씬 더 좋은 모델이다.

왜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 강국이 못 되는가?

미국 빼고 누가 강대국인가? 글로벌이 말처럼 쉽나. 우리 시장을 먼저 키우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스마트폰 시대에 유료 콘텐츠가 각광받을 수 있나?

인터넷 시대에는 사고 싶어도 살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어려웠다. 신문이나 <시사저널>을 정기 구독하고 그랬지만, 인터넷으로 구독할 좋은 방법이 없었다. 음반업자들이 CD만 고집하니까 MP3 시대에 음반업자들이 피해를 보았다. 시대가 변하는데 혁신을 못해서 피해를 본 것이다. 소비자는 늘 옳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배달해라. 그러면 살 것이다. 배달 안 하면 소비자가 못 사느냐? 아니다. 인터넷 시대에는 소비자가 알아서 만들어 썼다(복사). 그것이 디지털 시대이다. 앱스토어가 그런 면에서 세상에 대안을 준 것이다.

스마트폰 시대의 루저는 누구일까?

루저보다는 위너를 보자. 결국, 소비자가 위너이다. 삼성, LG는 터치 시대에는 수혜자였지만, 앱스토어 시대에는 피해자가 되었다. 다른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사도 타격을 받고. 

모바일인터넷 시대에는 시작 화면 설정이 의미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검색창 고정도 안 된다. 고객을 위해서 콘텐츠업체가 계급장 없이 싸우는 마당이 아이폰이다. 대신 애플은 앱(소프트웨어)을 만들지는 않았다.  

모바일인터넷 시장도 광고 수입이 좌우하게 되는 것인가?

모바일 시장에서도 광고가 중요할 것이다. 모바일이 보급되면 모바일 형식에 맞는 광고가 필요할 것이다. 애플은 모바일 광고회사를 인수했다. 구글도 노력하고 있다.

애플의 사업 독점이 맞는 말인가?

독점을 따지자면 기존 국내 통신사업자가 애플을 독점 사업자라고 부를 수 없다. 애플은 수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기회를 주고 문을 열어주었다.

아이폰이 어느 정도 팔릴 것으로 보나?

올 연말까지 100만대 정도가 보급될 것 같다. 안드로이드폰은 그보다 더 팔릴 것이고.

제2의 벤처 붐, 또는 모바일 벤처 붐이 올까?

예전처럼 큰 회사가 나올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크기는 작아도 의미 있는 회사가 많이 나올 수는 있다. 모바일 컴퓨팅에 대한 관심은 붐이다.

직접 아이폰 관련 사업을 하는데.

큰 규모의 성공이라고는 할 수 없다. 유선인터넷에서 무선으로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가정 아래 만든 사업이다. 아직까지 큰 성과는 없다. 노력하고 있다. 

무선인터넷이 도입되어 생각지 못했던 가치가 생긴 것이 있나?

예를 들면, 무선인터넷을 통해 길이 어디가 막힐지 보고, 선택한다. 이는 유선 시대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풍경이다. 택시기사가 길을 조회하면서 참 좋다고 하더라. 훨씬 더 편리한 세상이 열린 것이다.

무선인터넷을 정부가 지원한다는데.

두 가지 시각이 있다. ‘지원 좀 하지’라는 시각과 ‘그냥 냅두지’라는 시각이다. 그래도 이왕 하는 일이라면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한다. 나쁘다, 좋다 이야기할 것은 아니다. 특별한 기대는 없다.

트위터가 유행이다.

트위터는 유행에 그칠 것 같지는 않다. 트위터는 싸이월드처럼 그렇게 많은 사람이 접속할 것 같지는 않다. 글 쓸 줄 아는 사람만 쓰니까 팔로워는 그보다 많기는 하겠지만.

모바일 시대의 사업 모델은?

고스톱이 저런 오락사업이 될 줄 누가 알았나. 검색 광고를 누가 예상했겠나. 싸이월드의 도토리 수익 모델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미래도 지금 예상할 수는 없다.

트위터가 기업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 같은데.

마케팅이 나쁜 것만은 아니지 않는가? 일방적일 때, 과도할 때가 나쁜 것이지. 트위터는 이제껏 나온 것 중에 가장 완벽한 존재이다.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고, 푸시 방식이 아닌 팔로우 방식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아이러브스쿨, 프리챌, 싸이월드 등 사회적 관계망 서비스의 유행과 수명이 짧다.

싸이월드가 지금 안 쓰이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모두 만족하는 방법은 아니었으니까 추가적인 욕구를 만족시키는 새로운 수단이 계속 등장한다. 그러면서 혼용되고 유행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