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 들고, 다듬고… ‘전력 수리’는 끝났다
  • 박동희 | 스포츠춘추 기자 ()
  • 승인 2010.03.0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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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8개 구단 ‘스토브리그’ 성적표 / 삼성·LG는 선수 보강으로 ‘두둑’, SK·한화는 ‘빈약’

 

▲ 지난 1월27일 LG트윈스 전지 훈련장인 사이판 수수페 구장에서 투수 정찬헌과 최동환이 복근 강화를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래 스토브리그(Stove League)는 야구팬들끼리 전(前) 시즌을 회고하며 각종 잡담과 논쟁 등을 벌이는 비시즌 기간을 뜻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구단 프런트들이 난로(Stove) 앞에 모여 연봉 협상과 트레이드를 한다고 해서 ‘각 팀의 겨우내 전력 보강’이라는 뜻으로 확장되었다. 스토브리그의 성패는 시즌의 성패와도 긴밀히 관련되어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 8개 구단이 얼마나 따뜻한 스토브리그를 보냈는지 돌아보았다.

보강/손실 보강만 있고, 손실은 없다. 신용운, 김희걸, 차정민, 이상화가 제대했다. 이 가운데 ‘제2의 임창용’이라 불리던 사이드암 신용운이 돋보인다. 조범현 감독은 언더핸드 스로우 투수인 손영민과 유동훈 그리고 신용운을 묶어 ‘잠수함 불펜진’을 만들려 한다. 뜻대로만 된다면 상대팀은 7회부터 KIA 불펜진의 어뢰 세례를 받아야 할 것이다. 신인 가운데는 투수 심동섭·임기준이 눈에 띈다.

 

외국인 선수 KIA는 지난해 13승을 거둔 릭 구톰슨 대신 메이저리그 출신의 오른손 투수 리카르도 로드리게스를 영입했다. 최고 구속 1백40㎞ 후반대의 속구와 싱킹패스트볼, 커브가 주무기이다.

평가 지난해 시즌 개막전부터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조범현 감독은 투수들을 무리하게 등판시키지 않았다. 덕분에 올 시즌에 부상으로 이탈한 투수가 없다. KIA 마운드는 되레 더 강해졌다.

전망 눈에 띄는 전력 보강은 없었다. 그렇다고 특별한 전력 공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만으로 KIA는 올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이다.

보강/손실 KIA와 반대이다. 보강은 없고 손실만 있다. 투수 윤길현, 채병용, 정대현과 주전 포수 정상호는 수술대에 올랐고, 송은범과 고효준은 재활 중이다. 에이스 김광현도 팔꿈치 통증으로 개막전 출전이 불투명하다. 그러나 SK의 FA(자유계약선수) 영입은 올해에도 없었다.

 

 

외국인 선수 교체는 없었다. 게리 글로버, 가도쿠라 켄, 이 두 외국인 투수는 올 시즌에도 선발로 뛸 것이다.

평가 김광현-송은범 원투 펀치의 복귀가 관건이다. 이들이 5월이 넘도록 팀에 합류하지 못한다면 SK의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은 꿈같은 이야기가 될 것이다.

전망 어쩌겠는가,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을 믿을 수밖에.

보강/손실 적절한 보강과 가슴 아픈 손실이 공존했다. 넥센과의 트레이드로 왼손투수 이현승을 얻었다. 강속구 투수 성영훈은 부상에서 회복했다. 선발과 불펜이 더 강해질 터. 신인 왼손투수 장민익도 즉시 전력감으로 통한다. 선발투수로 예상되었던 김명제는 교통사고로 마운드 대신 병상에 누워 있다.

 

 

외국인 투수 켈빈 히메네스와 레스 왈론드, 두 외국인 투수를 뽑았다. 두 선수 가운데 한 명만 성공해도 두산은 아쉬울 것이 없다.

평가 두산이 지난해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 고전한 것은 상대 왼손타자들을 제압할 수준급 왼손투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현승의 영입은 그래서 호재이다.

전망 이 팀은 감독이 부상당하지 않는 한 끊임없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것이다.

보강/손실 영입에 공을 들였던 이범호는 롯데의 자매 구단인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날아갔다. 조정훈, 손민한 두 선발투수의 부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외국인 선수 메이저리그 출신의 오른손투수 라이언 사도스키를 영입했다. 주로 싱킹패스트볼과 컷패스트볼을 던진다.

평가 3루가 문제이다. 이대호가 3루를 맡는다면 타력은 강해지지만, 수비는 모래성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망 사장, 단장이 바뀐 롯데. 로이스터는 다음이 자기 차례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보강/손실 가장 따뜻한 겨울을 보낸 팀이다. 오승환, 권오준, 구자운, 권혁 등 주요 투수들이 부상에서 회복했다. 왼손 강타자 조영훈, 유망주 포수 이정식도 군에서 돌아왔다. 여기다 넥센에 1년간 임대했던 왼손투수 장원삼도 정상적으로 합류했다.

 

 

외국인 선수 브랜든 나이트와 프란시스코 크루세타, 두 외국인 투수가 그대로 간다. 두 투수는 지난해보다 기량이 더 좋아질 것이다.

평가 2006년 우승 이후 삼성 프런트는 선수들의 입대를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덕분에 한꺼번에 입대하고, 동시에 제대하는 현상이 사라졌다. 

전망 누가 뭐래도 올 시즌 삼성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0순위이다.

보강/손실 스토브리그 동안 넥센은 남 좋은 일만 했다. 중심 타자 이택근과 선발투수 장원삼, 이현승을 내주었다.

 

 

외국인 선수 강타자 클리브 브룸바 대신 왼손투수 애드리안 번사이드를 영입했다. 번사이드는 과거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뛰었다. 

평가 두산으로부터 영입한 왼손투수 금민철의 상태가 무척 좋다는 것이 희소식이다.

전망 넥센은 중환자 집중 치료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진 환자처럼 전력 공백이 날로 호전되고 있다.

보강/손실 삼성 못지않게 전력 보강이 잘된 팀이다. 넥센으로부터 이택근을 받았고, 일본에서 뛰던 이병규가 돌아왔다. 신인 투수 신정락도 돋보인다. 박명환, 이형종이 부상에서 회복한 것이야말로 LG에게는 크나큰 선물이다.

 

 

외국인 선수 멕시코 출신의 에드가 곤살레스와 일본 출신의 오카모토 신야를 영입했다. 곤살레스는 선발, 오카모토는 마무리로 기용될 전망이다.

평가 부드럽지만 강하고, 세밀하지만 통이 넓은 박감독의 스타일은 LG의 기존 팀 색깔을 탈색시키지 않으면서도 더 강렬한 색을 내도록 독려할 것이다.

전망 LG는 해마다 스토브리그의 우등생이었다. 그러나 백날 모의고사만 잘 치면 뭐하나. 본 시험을 잘 봐야지. 이번에는 감이 좋다.

보강/손실 이글스의 상징이었던 김태균과 이범호가 일본으로 떠났다. ‘회장님’ 송진우와 정민철은 더 이상 현역이 아니다. 김인식 감독은 한대화 감독으로 교체되었다. 더그아웃에는 낯선 선수들로 가득하다.

 

 

외국인 선수 호세 카페얀과 훌리오 데폴라, 두 외국인 투수를 영입했다. 카페얀은 몇몇 팀에서 관심을 두었던 수준급 선수이다. 데폴라 역시 시속 1백50km의 강속구가 돋보인다.

평가 스토브리그에서 한화는 “김태균·이범호를 잡으려고 100억원을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푼도 써보지 못했다. 장성호를 영입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전망 한화 팬들이여, 아이들에게 등 번호가 아닌 가슴에 적힌 로고에 집중하도록 가르쳐라. 선수는 지나쳐가지만, 팀은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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