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로 돌아와 색다르고 더 빨라졌다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10.03.09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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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중’인 스타크래프트2, 베타테스트 접한 게이머들의 평가는 ‘일단 긍정적’

 


국내 수많은 게이머가 목을 빼고 기다리던 스타크래프트2가 모습을 드러낸 지도 3주가 지났다. 게임 개발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월18일부터 전세계 수천 명 이상의 게이머를 대상으로 스타크래프트2의 비공개 베타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베타테스트에 참여하지 못한 대다수 게이머들은 베타테스트 계정을 잠시라도 빌리기 위해 주변에 수소문하거나 P2P 사이트를 통해 불법 해킹된 버전을 다운받으며 호기심을 해소하고 있다. 한정된 베타테스터 규모에 대한 불만은 곧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랍 브라이덴베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은 지난 3월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PC방 시장에 맞는 베타테스트를 약 2주 뒤부터 제공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1만여 개에 가까운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가맹 PC방을 대상으로 각 PC방에 베타테스트를 플레이할 수 있는 좌석을 2개씩 마련해 진행한다.

“그래픽이 더 좋아진 스타크래프트1이다.” 직장인 구병철씨(32)가 베타테스트를 경험하고 내린 결론이다. 일단 전작에 익숙한 게이머들이 거부감 없이 플레이할 요소가 충분하다는 말이다. 그는 “사실상 칭찬이다. 전작의 게임성을 그대로 살려내면서 그래픽을 발전시키는 것이 의도였다면 성공이다. 하지만 무언가 색다른 게임을 내놓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면 실패라고 볼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스타크래프트는 당연하게도 2D를 버리고 3D를 선택했다. 새로운 시대에 발맞춘 선택이다. 전체적인 색감은 화사해졌다. 게임에 등장하는 유닛들은 크기가 다양하고 움직임도 부드럽다. 마우스휠을 이용하면 상하 각도를 달리하며 게임 장면을 감상할 수 있다. 3D 화면에 노출되면 피로감과 어지러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스타크래프트2는 3D로 인한 입체감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사용했다. 임상훈 디스이즈게임닷컴 대표는 “3D에 대해 신체적 저항감을 가진 사람이 있다. 영화
<아바타>가 성공한 요인으로 3D로 인한 입체감을 드러내지 않은 점이 꼽히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스타크래프트2에 3D 요소를 자제한 블리자드의 선택도 성공적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유닛 하나하나의 외양은 멋스러워졌지만, 대규모 전투 장면에서는 유닛 간에 구별이 쉽지 않고 게이머 각자의 유닛을 구분하는 대표색도 눈에 덜 띈다는 점이다.

그래픽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이지만, 스타크래프트2는 그 밖의 많은 부분에서 전작과 차이를 보여준다. 무엇을 유지하고 무엇을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블리자드의 선택에 대해 게이머들은 다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유지와 변화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응은 스타크래프트2 성공을 가늠해보는 중요한 요소이다.

전작을 경험해본 게이머가 가장 먼저 어색함을 느끼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이름과 용어이다. 한글화 작업을 거치면서 SCV, 프로브, 드론 등 각 종족의 익숙한 이름은 건설로봇, 탐사정, 일벌레 등으로 바뀌었다. 베타테스트에서 한참 플레이를 해본 게이머들도 새로워진 이름을 다 외우기 힘들다고 불평하지만 크게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스타크래프트2로 새롭게 시작하는 초보자에게는 오히려 이해하기 쉽다. 홍민씨(36)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플레이를 하다 보면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미약하다”라고 말했다. 건설로봇에 일을 시키면 “오늘도 야근이군”이라고 투덜대고, 테란의 새로운 유닛 토르를 클릭해 명령을 내리려고 하면 “토르 놀아요”라고 말하는 등 우리말로 녹음된 부분은 색다른 재미를 줄 것으로 보인다.

베타테스트가 진행되기 전까지 스타크래프트2에 대해 가장 우려되었던 점은 속도감이었다. 스타크래프트1은 전략시뮬레이션게임(RTS)도 전개가 단연 빠른 게임이다. 빠른 전개는 스타크래프트1이 급격히 확산된 요인 중에서 첫손에 꼽힌 것이다. 그래픽 요소를 강화하면서 빠른 스피드도 유지하는 것이 성공 여부를 가르는 관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도 여기에서 나왔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성공적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유닛과 건물 생성 시간이 짧아지면서 ‘자원 채취-유닛과 건물 생산-이동-공격-파괴’로 이어지는 게임 스피드는 오히려 전반적으로 빨라졌다.

종족 간 밸런스와 상성에 대해서는 논란 있어

게이머들 사이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종족 간 밸런스와 상성이다. PlayXP와 PGR21 등 인기 스타크래프트2 커뮤니티에서도 게이머들이 가장 많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 특정 종족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점이다. 현재 베타테스트에서는 프로토스 종족이 가장 강력한 위력을 보이며 테란과 저그 유저들이 밸런스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에서는 어떤 종족을 선택하더라도 상대방을 이겨낼 전략을 구상할 수 있어야 하고, 강한 파괴력과 방어력을 지니고 있는 유닛이라도 천적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스타크래프트1이 12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도 블리자드가 꾸준히 패치를 내놓으며 밸런스를 조정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끊임없이 새로운 전략을 창조해낸 임요환, 강민 등 스타프로게이머의 힘도 무시할 수는 없다. 블리자드는 베타테스트 실시 2주 만에 밸런스 조정 패치를 내놓으면서 이 문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전투에서 이기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화력 좋은 무기가 있거나 물량이 많거나. 게임에서 물량을 많이 뽑기 위해서는 손이 빨라야 한다. 스타크래프트1에서는 물량이 중요했다. 프로게이머들은 물량을 많이 뽑기 위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손놀림을 보유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2는 상대적으로 유닛 간 상성(천적 관계)이 더 중요해졌다. 손놀림이 빠르지 않더라도 상성을 잘 이해하고 유닛을 조합하면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다. 반대로 상성에 맞지 않는 유닛을 조합하면, 물량이 아무리 많아도 전투에서 낭패를 겪을 수 있다. PGR21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아이디 Darkmental은 “상성이 전작보다 심하게 갈리는 것은 맞다. 특히 기초 유닛이 고테크 유닛을 잡는 것이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 스타크래프트2의 전투 장면. 절제된 3D 화면에 색감도 화사해져 게이머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2를 완성도 있는 게임으로 내놓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예정대로 올 상반기에 정식 출시되면 인기 몰이를 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국내에서 스타크래프트1이 거둔 성공을 재현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스타크래프트1은 한국의 놀이 문화를 바꾸어놓았다. 학교 앞에 번창하던 당구장들은 망하고 PC방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e스포츠로 인해 게임은 플레이하는 것에서 보고 즐기는 오락거리로 진화했다. 임상훈 디스이즈게임닷컴 대표는 “스타크래프트2가 전작과 같은 붐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완성도와 재미 외에도 다른 환경·문화적 요인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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