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장 면세점, 막혔던 문 뚫릴까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0.03.09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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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장 면세점, 막혔던 문 뚫릴까

▲ 이부진 호텔신라·삼성에버랜드 전무(맨 왼쪽)와 신영자 롯데면세점 사장(왼쪽). ⓒ시사저널사진팀, 연합뉴스

면세점업계를 둘러싼 이슈는 현재 이뿐만이 아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위한 ‘관세법 일부 개정안’ 역시 업계 구도를 뒤흔들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이 법안이 통과될지는 현재까지 미지수이다. 법안을 발의한 이명규 한나라당 의원(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은 “내국인의 면세품 판매가 출국장에서만 이루어지면서 외화 유출의 요인이 되고 있다”라고 법안을 발의한 취지를 설명했다. 현재 싱가포르, 홍콩, 호주, 캐나다 등 전세계적으로 22개 국가가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관세청의 반발이 만만치가 않다. 현행법상 입국장 면세점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관세법을 바꾸어야 한다. 관세청은 “입국장에 면세점을 설치하면 혼란이 가중되고, 국가 보안이 위협받을 수 있다”라면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 글로벌 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면세점 업계는 ‘일본 특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연합뉴스
양측의 충돌은 이해관계가 있는 면세점업계나 공항공사, 항공업계로 확대되고 있다. 입국장 면세점이 생기면 롯데나 호텔신라는 추가로 시장을 확보하게 된다. 공항공사 역시 1백50억원 규모의 임대료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기내 면세점을 운영하는 항공사의 경우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례로 대한항공의 기내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말 2천여 억원(편도 1천억원)을 기록했다. 입국장 면세점이 문을 열면 매출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대한항공 기내 면세점 사업부는 현재 조양호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무가 담당하고 있다. 조전무는 대한항공 기내식 서비스를 명품화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비빔밥과 비빔국수를 내놓아 기내식 분야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머큐리상’을 잇달아 수상했다.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조전무 역시 이른바 ‘딸들의 전쟁’에 휩쓸릴 수도 있다.

대한항공측은 조전무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전체 매출이 10조원 규모이다. 이 중 기내 면세점 시장은 2천억원 규모에 불과한 만큼 비교 자체가 잘못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입국장 면세점에 뛰어들 가능성을 내비친다. 기내 면세점 매출이 하락한 상황에서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면세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단 입찰이 진행되면 대한항공이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기내 면세점과 연계할 수 있다는 점도 대한항공에는 이익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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