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 오기도 전에 짝짓기 서두르는 산개구리
  • 김연수 | 생태사진가 ()
  • 승인 2010.03.09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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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


한반도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 중에서 가장 부지런한 녀석이 산개구리이다. 모든 동물이 겨울나기에 여념이 없는 1~2월의 엄동설한에 녀석들은 번식을 위한 짝짓기를 한다. 흔히들 경칩이 되어서야 개구리들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줄 알고 있지만, 산개구리들은 겨우내 물속 돌 밑에서 지낸다.

비가 오고 얼음이 녹아가면, 암컷을 유혹하는 수컷의 울음주머니가 바빠진다.  ‘흐르르릉, 흐르르릉.’ 수컷 산개구리의 울음소리가 밤 계곡에 메아리치면, 주변의 암수 산개구리가 모두 모여들어 2세를 위한 집단 짝짓기를 한다.

암컷보다 작은 수컷이 등 위에서 앞발로 암컷을 자극하면, 암컷은 겨우내 생성한 알들을 산란한다. 이때 수컷은 산란된 알에다 자신의 정자를 품어대며, 물갈퀴가 있는 뒷발로 휘저어 좀 더 많은 알들에게 골고루 수정되도록 한다.

산개구리의 산란 시기는 과거에는 경칩을 전후한 2월 말~3월 초였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 탓인지, 최근 몇 해 들어 산란 시기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1월 중순, 남부 지방에서는 1월 말, 충청도에서는 2월 중순에 집중적으로 산란하고 있다. 유난히 춥고 눈이 많았던 올해 1월 중순 잠시 기온이 올라가며 비가 오자, 충남 예산군 덕산에서 산개구리들이 1월20일에 처음 산란했다. 

봄이 오는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는 산개구리의 산란 시기를 연구하면, 지구 온난화의 진행 속도와 생물들의 적응 과정을 푸는 새로운 열쇠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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