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세계 덮는 ‘두바이 먹구름’
  • 조명진 | 유럽연합집행이사회 안보자문역 ()
  • 승인 2010.03.1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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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의 지원으로 최악 면했지만 위기 상존…이슬람권 통합·단결에 찬물 끼얹을 요인 많아

 

▲ 아부다비의 투자청 건물이 독특한 외관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


두바이 위기는 단순히 아랍 세계에서 금융 중심, 물류 중심, 관광 중심을 이루려는 야심찬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꿈을 접게 만든 것만이 아니다. 아랍 세계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이슬람 세계의 통합과 단결에 찬물을 끼얹는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

UAE는 7개 부족 국가가 묶인 나라로, 수도 아부다비의 통치자가 대통령을, 두바이의 지도자가 부통령을 맡고 있다.

모하메드 알 마크툼 부통령은 미국에 대한 이해가 누구보다 깊었고, 미국을 활용하기 위해 아랍권 내부에서 비판을 받을 정도로 친미 정책을 펴왔다. 모하메드 부통령은 두바이를 금융과 정보통신의 중심지로 만들어서 2015년까지 1인당 GNP를 4만4천 달러까지 늘리겠다는 꿈을 키워왔다. 하지만 투기적 부동산 사업과 부채에 의존한 무리한 팽창으로 그 꿈은 거품처럼 꺼져가고 있다.

전세계 49개 항구를 운영하는 두바이월드와 인공 섬 팜 주메이라(Palm Jumeirah)의 건축회사인 나킬(Nakheel)이 두바이 위기를 불러온 대표적인 회사이다. 두바이월드의 2008년 말 총 자산 규모는 9백96억 달러였고, 매출액은 1백42억 달러였다. 두바이월드는 지금 담보 능력 이상의 빚을 차용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한때는 모하메드 UAE 부통령을, 두바이를 새로운 도시로 바꿔놓은 ‘두바이 기적’의 주인공이라고 치켜세우는 언론 보도들이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이 도시가 노예 노동에 의해서 건설된 도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를 두고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의 논설위원인 요한 하리는 “두바이는 재정적으로 파산한 것뿐만 아니라, 이미 도덕적으로도 파산한 상태이다”라고 힐난했다. 방글라데시나 인도, 필리핀에서 온 저임금의 노동자들에게  비인간적인 대우를 해가며 지은 도시가 두바이라는 말이다. 이들 노동자의 근무 조건과 주거 환경을 보면 노예에 가깝다. 

이슬람 세계는 전세계 56개국을 아우른다. 총인구는 약 13억명에 이른다. 종교적으로 같은 가치를 나누는 이 거대한 축이 오스만 투르크 시절처럼 결집력을 발휘한다면 국제적 위상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이슬람 세계의 현실은 국제 역학 구도에 다르게 대응하는 각국의 지도자들에 의해서 사분오열된 상태이다. 이슬람 세계의 대표적인 통합 노력은 1945년의 아랍 연맹(Arab League) 창설, 1981년의 걸프협력이사회(Gulf Cooperation Council: GCC) 창설 그리고 1989년의 아랍 마그레브 연맹(Arab Maghreb Union) 창설이다. 이 중에 걸프협력이사회(GCC)를 빼고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아랍 세계에서 통합의 진전을 이룬 예가 되는 GCC는 이란·이라크 전쟁의 영향으로 1981년 아라비아 반도에 위치한 여섯 개국(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UAE)에 의해 창립되었다. 예멘은 2016년에 가입할 예정이다. 창립 목적은 회원국의 안보 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하자는 것이다. 아랍 연맹과 아랍 마그레브 연맹과는 달리, GCC는 6개 회원국 간의 농업·산업·투자·안보·무역 등의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왔다.

다른 이슬람 국가 국민들이 느끼는 배신감도 문제

총 3천3백만 인구인 GCC는 국내 총생산(GDP)이 7천억 달러에 이르는 친서방 아랍 국가군이다. 원유 수출은 지난 30년간 GCC가 급속하게 경제 발전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GCC는 세계 석유 매장량의 45%를 차지하고 있고, 세계 원유 공급량의 20%를 차지한다. 바레인과 오만을 제외한 네 나라가 세계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다. GCC의 경제는 사우디아라비아·UAE·카타르 3개국이 외자 유치와 해외 투자를 통해 주도해왔다. 아랍에미리트의 투자 기관인 아부다비 펀드의 자산은 1조 달러에 이른다. 세계 최대의 국부 펀드(sovereign fund)이다.

아부다비는 이미 2009년 2월에 61억 파운드의 채권을 발행해 UAE 중앙 은행을 구제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아부다비가 두바이의 체면을 살려준 것은 UAE의 국제적 위신과 신용이 달린 문제였기 때문이다.

아부다비가 재정이 탄탄한 이유는 UAE를 구성하는 일곱 개 에미리트 중에 전체 원유 보유량의 95%를 차지하고, 전세계 원유 보유량의 8%를 차지하는 비중 때문이다. 하지만 아부다비를 받쳐주는 오일 머니는 국제 원유가가 60% 이상 하락한 상태여서 과거만큼 풍족한 상태가 아니다. 반면, 두바이는 오일 머니로 세워진 것이 아니라 부동산 투자와 관광 산업에 의존하고 있어 세계 금융 위기에 직접 노출되어 있었다.

한편, 석유가 주요 에너지 자원으로 이용되면서 원유를 부존 자원으로 가진 아랍 국가들은 경제적 이득을 통해 국가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게 되었다. 문제는 석유를 통한 경제적 이득에 따라 오히려 이슬람 세계는 가진 나라와 못 가진 나라로 나뉘고, 또 친서방 국가와 반서방 국가로 나뉘었다. 뿐만 아니라 1948년 팔레스타인 땅에 나라를 다시 세운 이스라엘이 오히려 아랍 세계의 단합이 아닌 분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아부다비의 구제 금융을 통해서 두바이 위기는 당장은 최악의 사태를 피한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끝의 시작일 뿐이다. 두바이 위기는 UAE 내에서 장기적으로 아부다비의 위치를 강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권력의 편재에서 건전하지 못하며, 이는 내분의 소지를 키우는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더불어 UAE의 불안정은 GCC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고 수치로 계산할 수 없는 두바이 위기의 손실이 있다. 두바이를 세우는 데 헐값으로 노동력을 제공하며 공헌한 이웃 이슬람 국가 국민들의 배신감이 너무도 커서 결국 아랍 세계를 사분오열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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