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울리는 이라크 전쟁의 진실
  • 이지선 | 영화평론가 ()
  • 승인 2010.03.2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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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의 이면 찾는 액션스릴러…각본·연출·연기 삼박자 고루 갖춘 수작

 

▲ 감독 | 폴 그린그래스 / 주연 | 맷 데이먼, 제이슨 아이삭스


2003년 3월20일 오전 5시, 이라크 바그다드에 미사일이 떨어졌다. 전쟁이 시작되었다. ‘악의 축’으로 지목된 나라를 향한 서구 사회의 ‘응징’이었다. 각종 첨단 무기가 동원된 이 전쟁의 목적은 대량살상무기(WMD: Weapons of Mass Destruction) 제거였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뒤 지금까지 누구도 이라크 땅에서 대량살상무기를 발견하지 못했다. 영화 <그린존>은 발견되지 않은 대량살상무기와 그를 둘러싼 어떤 ‘음모’에 관한 이야기이다.

미 육군 로이 밀러 준위와 그가 이끄는 팀은 이라크의 모처에 숨겨진 대량살상무기 제거 명령을 받고 바그다드로 급파된다. 하지만 무기가 있는 곳이라고 믿었던 장소들은 대부분 텅 비어 있었고, 밀러 준위는 대량살상무기의 실존 여부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상부는 밀러의 의문을 묵살하지만, 결국 그는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허위 정보를 흘리는 출처와 함께 진짜 대량살상무기를 찾아 불필요한 살상을 막겠다는 군인다운 결심을 하고 이내 행동에 나선다. 

<본> 시리즈의 짝패였던 감독 폴 그린그래스와 배우 맷 데이먼의 재회로 화제가 된 영화 <그린 존>은 이라크 전역을 초토화시켰던 2003년의 전쟁에 대한 반성을 담았다. 그러나 반성만 있고 재미는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군수 자본주의의 욕망이 가장 극단적으로 부딪쳤던 이라크를 배경으로, 특수 임무를 띤 군인을 내세워 진실에 접근해가는 영화는 감독 폴 그린그래스의 말대로 ‘숨 막히는 스릴로 가득 차’ 있다. 주연인 맷 데이먼을 비롯해, 그렉 키니어, 브렌단 글리슨 등 배우들의 호연과 함께 실제 이라크 전쟁에 참가했던 군인들을 기용한 캐스팅은 이야기의 흡입력을 높이며, 요소요소에 배치된 추격전과 크고 작은 전투 장면들은 오락적 재미를 주기에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시나리오 작가 브라이언 헬겔랜드의 건조하고 파워풀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옮긴 그린그래스의 솜씨는 칭찬이 아깝지 않다. 그는 건조함을 격정으로 바꾸되 에너지 넘치는 이야기는 그대로 살렸다. 짧은 연결 장면을 통해 피폐한 이라크의 현실을 담는 동시에 다양한 드라마적 장치로 액션스릴러로서의 장르적 재미를 잃지 않은 감독의 균형 감각은 박수 세례감이다. 미국인의 시선뿐 아니라 이라크인의 시선과 주장까지 담아낸 영화의 공정성은 가슴을 울린다. 클라이맥스에서 갑작스레 넘치는 음악이 조금 아쉬움을 남길 뿐이다. 그러니, 이만 하면 각본·연출·연기의 삼박자를 갖췄다고 해도 좋지 않을까? 3월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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