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주·배급업자 배 불리는 ‘이상한 입체 영화’의 향연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0.03.2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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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영화, 자막 흐리게 보이는 등 품질에 이의 제기 속출

 

▲ 서울의 한 극장에 3D 영화 상영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아바타>로 3D 영화를 처음 접해본 남상구씨는 최근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3D라는 이야기에 CGV극장 체인에 가서 영화를 관람했다. 하지만 몇몇 장면에서 자막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입체적으로 보이는 몇몇 장면에서 자막이 유령처럼 일렁이며 읽히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대해 영화 특수효과 전문가인 장성호 모팩 대표는 “입체 영화라 스테레오 채널 위에 자막을 입혀야 하는데 싱글 채널 위에 자막을 입혀서 발생한 사고이다”라고 설명했다.

<아바타>로 붐을 이룬 3D 영화의 ‘품질’에 대한 이의 제기가 속속 나오고 있다. 첫번째 문제 제기는 완성도이다. 듀나 게시판 등 영화팬들이 모이는 인터넷 게시판에 들어가면 입체 영화를 표방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입체 효과가, 먼저 나온 <아바타>보다 못하다는 게시물이 상당하다. 장대표는 “<…앨리스>가 2D로 영화를 만들고 나중에 3D로 전환한 영화라 기획 단계부터 3D 개념을 도입한 <아바타>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아바타> 이후 3D 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고, 극장주들이 3D 상영관을 늘리면서 3D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자 <…앨리스>가 3D 블록버스터물로 리패키징되었다는 것이다. <…앨리스>를 2D 버전으로도 관람한 장대표는 “3D보다 2D 버전의 그래픽 완성도가 더 높게 느껴졌고 자막에도 문제가 없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때문에 극장업자와 배급업자, 극장주들의 3D 강박증이 향후 제품 완성도에 문제가 있는 3D 콘텐츠 공급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전에 개봉한 <아바타>가 요즘도 걸려 있다. 단관 상영으로 한국 영화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1993년
<서편제> 이후 최장 기록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앨리스>가 등장한 것이다. <…앨리스>는 개봉 이후 연속 2주간 매표 수익 1위를 기록했다.

극장주나 배급업자들에게 3D가 매출 증대 카드라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일반 관객 입장에서 볼 때 3D는 아직까지는 완성도에 신뢰성을 갖기에 미흡하다. <…앨리스>는 그런 의심을 부채질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이재우 연구원은 “액션이나 호러, 에로 등 몰입형 콘텐츠에서는 3D 제작이 대세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밖의 장르에서는 굳이 돈을 더 들여 3D로 만들어도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영화라는 매체가 기획 단계에서 상영까지 몇 년의 시간이 걸리는 상황을 감안하면 적어도 5년 내에 3D 콘텐츠가 극장을 지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입장료 폭리 논란도 불거져

때문에 앞으로 상당 기간 2D로 제작을 하고도 3D로 변환해 상영하는 영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관람객이 원해서라기보다는 극장주나 배급업자의 수요 때문일 것이다.

국내 최대 극장 체인인 CGV의 경우 일반 상영관은 입장료로 8천~9천원을 받지만 2D 아이맥스는 1만2천원, 3D 아이맥스는 1만6천원을 받는다. 똑같은 콘텐츠도 입체로 상영하면 두 배로 돈을 더 벌 수 있는 것이다.

관객들은 ‘입장료를 두 배 올린 것은 공급업자의 횡포’라고 지적하지만 극장 쪽에서는 투자비가 많이 든다고 밝힌다. 국내에서 제일 많은 3D 상영관과 아이맥스 상영관을 운영하는 CGV에서는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내역은 밝힐 수가 없다”라고 답변했다. 한 영사기 수입업체 관련자들은 “기존 영사기보다 비싼 것은 맞지만 가격을 두 배 정도로 올릴 만큼 비싼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재우 영진위 연구원은 “가격을 두 배 올린 것은 문제이지만 기존의 일반 상영관 입장료가 외국에 비하면 낮았던 것도 사실이다”라고 다소 유보적인 답변을 했다.

최근 증시에서는 3D 영화 관련 소식이 나올 때마다 관련 기업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며 ‘3D 재료’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3D 완성도 논란과 입장료 폭리 논란은 3D 시장을 키우기보다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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