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약자’ 대접 못 받는 임신부의 설움
  • 조현주 인턴 기자 ()
  • 승인 2010.03.2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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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박은숙

회사원 김미영씨(28)는 얼마 전 아침 출근길에 봉변을 당했다. 임신 4개월째인 김씨는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빈 노약자석에 앉았었다. 때마침 김씨가 앉아 있는 자리 앞에는 60대 후반의 할머니가 서 있었다. 그 할머니는 한동안 김씨를 노려보더니 “쯧쯧, 요즘은 임신부도 아닌 것들이 임신부인 척한다니까”라며 큰소리로 핀잔을 주는 것이었다. 김씨는 일순간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아직 배가 불러오지 않아 어디에 ‘임신부’라고 하소연 할 수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김씨는 자리를 양보하고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경기도 안산에 살고 있는 주부 유현성씨(31)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임신 6개월째에 접어든 유씨는 아이를 가진 이후로 대중교통을 피하고 있다. 유씨는 “얼마 전 오랜만에 전철을 타고 용산으로 쇼핑을 나왔는데, 내내 서서 왔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유씨는 “사실 보건소나 병원에서 주는 임산부 배지를 얻어 달고 다니는 친구들도 있는데 별 효용이 없다”라고 말했다. 

사실 노약자석은 어떠한 사정이든지 몸이 불편하다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사회 통념상 머리가 희끗희끗하게 센 사람이 아니면 왠지 앉아 있기가 어려운 자리이다. 이래저래 몸이 아프고 불편한 약자들이 노약자석에 앉기 힘들어진 셈이다. 요즘 임신부들은 “‘약자’는 이용하기 힘든 노약자석을 보고 있노라면 지팡이와 임신부 휠체어 그림이 그려진 안내 표지가 어딘지 우스꽝스럽게 느껴진다”라고 푸념을 늘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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