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전쟁’은 계속된다
  • 소준섭 | 국제관계학 박사 ()
  • 승인 2010.03.3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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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중국 정부에 ‘검열 거부’ 의사 밝히며 철수…중국 이용자들에게 홍콩 구글로 옮기라고 권고

 

▲ 2006년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에릭 슈미츠 구글 CEO(맨 왼쪽)가 구글의 중국 대표들과 사이트 발표회를 갖고 있다. ⓒEPA 연합

지난 1월 중국 정부의 검열과 해커의 침입으로 중국을 떠나겠다고 위협한 지 두 달이 지난 후인 3월24일, 마침내 구글은 중국에서 인터넷 검색 서비스를 중단했다. 그러면서 구글 중국 검색 엔진 이용자들에게 검열을 받지 않는 홍콩 구글의 검색 엔진(google.com.hk)으로 옮겨갈 것을 권고했다.

 현재 중국 네티즌들은 구글의 중국 사이트를 아무런 기술적 조치 없이 방문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민감하다고 여기는 검색어를 검색하게 되면, ‘방화장성(防火長城)’이라는 중국 정부의 인터넷 관리 프로그램에 의해 강제로 일정 시간 동안 중단된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현재 구글 홍콩 사이트에서 만일 중국 지도자 이름을 검색하게 되면 “이 페이지는 표시할 수가 없습니다”라는 착오 표시가 뜨게 된다.  

중국 본토의 이용자들을 구글 홍콩 검색 사이트로 옮기는 이번 구글의 조치는 일부 언론이 ‘에지볼(탁구 경기에서 테이블의 가장자리를 맞고 밖으로 나가는 공)’로 표현하는 데서 드러나듯 “중국에서의 외국 회사 경영은 반드시 중국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라는 마지노선을 넘어서지 않고, 동시에 중국 정부의 엄격한 인터넷 검열 내지 통제를 피할 수 있는 묘수를 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로 인해 분쟁은 더욱 심화될 수도 있고, 중국 정부가 google.cn에 대한 영업 허가를 취소하거나 google.cn 접속 자체를 차단할 수도 있다. 또, 홍콩 구글 사이트로의 이동을 막아 구글 서비스 접속을 원천 봉쇄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구글측도 “우리는 고객들의 구글 서비스 방문이 언제든지 차단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잘 알고 있다. 중국 정부가 우리의 결정을 존중해주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구글의 ‘검열 거부’를 ‘체제 전복 행위’로 간주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구글에 대해 유화적 제스처를 보일 가능성은 매우 작다. 하지만 언론 자유와 정보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국제적인 오명은 중국으로서도 상당히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구글을 이용하는 중국 네티즌들이 대부분 고학력자로서 자신들의 의견을 서슴없이 발표할 수 있다는 점은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현재 중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젊은 작가 한한(韓寒)은 구글의 중국 철수에 대한 인터뷰에서 많은 선진적 사이트가 중국을 떠나게 되면 중국 온라인은 가장 큰 ‘지역 사이트’로 변할 것이라면서 중국 정부의 대응 자세를 완곡하게 비판했다(현재 이 인터뷰 기사는 대부분 삭제된 상태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보자면, 이번 조치로 인해 예상되는 구글의 직접적 손실은 매우 적은 편이다. 실제 중국에서 구글 사의 연 매출액은 3천만~6천만 달러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는 구글의 연간 매출 2백40억 달러에 비하면 미비한 금액에 불과하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인터넷 검색 시장인 중국을 포기하는 것은 결국 여러 모로 장기적인 여파를 미칠 수밖에 없게 되고, 특히 구글의 기업 가치 평가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구글의 글로벌화라는 목표를 좌절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사실 세계 제1의 인터넷 기업인 구글은 중국에서 중국의 토착 기업에 밀리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2009년 9월 현재 12.7%의 중국 네티즌들이 구글을 제1의 검색 사이트로 삼고 있는 반면, 77.2%의 네티즌들은 중국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百度)를 제1의 검색 사이트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세계적 온라인 기업들이 중국에서 고전한 것은 구글이 처음은 아니다.

이베이는 2006년 1억8천만 달러를 투자해 중국에 진입했을 당시 시장 점유율이 무려 90%에 이르렀지만, 3년 후인 2006년에 20%로 급전직하했다. 대신 경쟁 상대였던 중국측 사이트는 72%의 시장 점유율을 보였다. 또, 일찍이 1999년에 중국 최초의 온라인 기업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야후는 2003년 중국 시장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결국 자신의 중국 상표와 운영권을 중국 본토 기업인 알리바바에 팔아야 했다.

 

▲ 중국 베이징에 있는 구글 건물 앞에 중국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정신’과 중국의 ‘패권’이 충돌한 것

그동안 인터넷은 중국을 세계와 더 깊숙이 통합하게 해줄 촉매제로 여겨졌었다. 그래서 서방측은 인터넷의 보급에 의해 충분히 중국을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고 예측했다. 이전에도 이들은 경제 개방에 의해 중국이 ‘완전한’ 민주주의 체제로 변화되어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흘러가고 있다. 오히려 중국은 권위주의 체제를 강화한 채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고, 세계 최대 인터넷 인구를 지녔으면서도 인터넷에 대한 가장 강력한 통제에 성공한 나라라는 것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그동안 몇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던 구글과 중국 정부 간 협상도 무위로 돌아갔다. 구글의 수석 법률고문인 데이비드 드루몬드는 “협상 과정에서 중국 정부는 ‘자체 검열은 협상할 수 없는 법률적 요구이다’라는 점을 일관되게 천명했다”라고 밝혔다. 에밀 파커 아시아 소사이어티 미·중관계연구센터 연구원은 “인터넷 규제에 대해 훈계하는 미국 기업 구글과 이 점에 대해 자신의 확고한 견해를 지니고 있는 중국 정부 간의 사상 전쟁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구글과 중국 사이에 벌어진 이번 사태는 미국의 정신 혹은 미국 경제의 상징으로서의 구글과 차세대 세계 패권을 지향하는 중국이 전개하는 ‘기 싸움’이자 ‘가치의 충돌’이다. 이 마찰은 경제적인 차원의 전쟁이 아니고 가치 충돌 혹은 기 싸움이기 때문에 타협 가능성은 더욱 작아진다. 따라서 ‘가치’와 ‘사상’으로 인해 발생한 구글과 중국 정부의 이번 충돌은 단기간에 타협이 되지 않을 것이며, 양측은 앞으로도 각자 자기의 길을 걸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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