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오래돼 늘 걱정이었다”
  • 평택·안성모 기자·조현주 인턴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0.03.3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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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군인 가족들 증언…“책임 있게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다”라며 울분 터뜨리기도

 

▲ 3월27일 오후 해군 2함대 사령부를 찾은 실종자 가족들이 슬픔을 이기지 못한 채 오열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영무


3월27일 오후 3시쯤, 경기도 평택시 해군 제2함대 사령부 앞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내 새끼야, 내 새끼야!” 울부짖는 실종자 가족들의 울음이 사령부를 흔들었다. 실신한 가족들을 실어나르는 구급차가 쉴 새 없이 부대를 들락거렸다.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함장도 안 오고 책임 있게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없다.” “기자들을 불러 달라.” 순식간에 가족을 잃은 이들의 분노는 하늘을 뚫었다. 그들은 그대로 부대를 나와버렸다.

4시35분쯤에는 항의하던 가족들이 부대에 진입하려다 헌병들과 몸싸움까지 벌였다. “얘들이 바닷물에서 썩어가고 있다. 사령관 나와라.” 간략하게 사과하고 돌아가려던 함장은 차를 몸으로 막아선 이들에게 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부대를 지키는 군인들이 진입을 막으며 총기를 겨누는 듯한 모습을 취하자 “다 죽여라”라며 몸으로 외쳤다.

“천안함 바닥에 물이 새서 세 번 수리했다는 말 들었다”

흐린 하늘만큼이나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도 흐렸다. 실종자 가족들은 돌아오지 않는 가족을 생각하며 한없이 눈무ㄹ을 흘렸다. 가족들 중에는 “부대에서 연락도 받지 못하고, 텔레비전을 보고 여기에 왔다”라며 군의 무성의를 탓하는 이들도 여럿 있었다.

2함대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만났다. 사고 현장에서 실종된 김경수 중사의 부인은 “남편이 집에 와서 ‘천안함 바닥에 물이 새서 수리한 것이 세 번이다’라고 말하고는 했다. 내가 남편에게 ‘그러다 죽으면 어떻게 하냐’라고 걱정하기도 했다. 남편은 ‘쓸데없는 이야기하지 마라’라고 했는데 현실이 되었다”라며 통곡했다. 김중사의 아버지는 “배가 오래되어서 늘 걱정이 되었다. 아직 시신조차 못 찾고 있다.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들이 진급을 못해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중사의 고모가 된다는 한 여성은 “생존자들은 와서 모른다는 식으로 말하고, 강제적으로 말을 맞춘 듯이 설명하는 것 같다”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김중사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과 일곱 살 난 아들을 두고 있다.

방일민 하사의 어머니는 “2주 전 아들이 집에 왔었다. 수요일에는 통화도 했다. 어떻게 이틀 만에 죽을 수 있느냐. 군인들 다 죽어나가는데 어떻게 군대를 보내나. 우리 애가 조리장이어서 식당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었을 텐데…. 살아 있을까?”라며 눈물을 훔쳤다. 초등학교 2학년과 3학년 된 두 딸을 둔 문규석 중사의 아버지는 “어제 저녁 8시에 통화했다. 통화 이후 2시간도 안 되어 사고가 난 것이다. 생존한 소위가 와서 사고 당시 화약 냄새 같은 것은 못 맡았다고 했다. 그런데 배가 두 동강이 난다는 것이 말이 되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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