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천안함에 무슨 일이 있었나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0.03.3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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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투성이다. 1천2백톤급 초계함 천안함은 왜 갑자기 침몰한 것일까. 내부 폭발에서 북한의 공격 가능성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지만 어느 것 하나 흔쾌하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 없다. <시사저널>은

 

ⓒDS 203


지난 3월26일 금요일 저녁 9시25쯤.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던 천안함(1천2백톤급)에서 갑자기 ‘펑’하는 굉음이 들렸다. 동시에 배는 90°로 기울어졌고, 발전기와 통신도 끊겼다. 그리고 순식간에 선체 후미가 물속으로 가라앉으면서 “살려달라”라는 아우성이 들렸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생존 장병들이 정신을 차려보니 배는 허리가 잘린 채 두 동강이 나 있었다. 선체 앞과 뒤에 있던 장병들은 ‘천당’과 ‘지옥’으로 갈렸다. 천안함에 승선했던 1백4명 중 구조된 58명은 대부분 선체 앞부분에, 실종된 46명은 선체 후미에 있었다.

사고 다음날인 3월27일 현재까지 사고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군 당국은 막연하게 ‘내부 폭발’과 ‘북한군 공격’으로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국방부는 사고 직후 함정의 상태에 대해 “선체 후미에 큰 구멍이 뚫려 침몰했다”라고 했다. 하지만 생존 장병들에 의해 ‘구멍이 난 것이 아니라 선체가 두 동강이 난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군 당국이 ‘사건의 진상을 은폐한다’라는 눈총을 받았다.

생존 장병들과 실종 장병들의 가족들도 각기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3월27일 천안함에서 구조된 장병들의 말을 언급하며 “(생존 장병들은) 침몰 원인이 ‘내부 폭발’이나 ‘암초와의 충돌’이 아니라 외부 피격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북한군의 공격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정부는 당초에는 ‘북한군의 이동 징후’ 등이 없었다는 이유로 북한군의 공격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했었다. 실종 장병의 가족들은 한결같이 ‘선체 이상’으로 인한 사고로 인식하고 있었다.

도대체 그날 밤 천안함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사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미스터리로 빠지고 있다. <시사저널>은 ‘천안함 폭발 침몰 사고’를 △내부 폭발 사고 △승조원 갈등에 의한 내부 사고 △암초와의 충돌 △북한군의 어뢰·기뢰 공격 등 네 가지 시나리오로 구성해 살펴보았다.

01 내부 폭발 사고

내부 폭발이냐, 외부 폭발이냐를 규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폭발한 선체의 파공(파손된 부분)을 보면 금방 드러나기 때문이다. 외교안보 전문가인 김종대 <D&D 포커스> 편집장도 “파공의 방향이 어느 쪽인지에 따라 폭발 원인을 가늠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즉 파공의 방향이 사고의 수수께끼를 푸는 일차적인 단서가 된다는 것이다. 만약 철판이 밖으로 휘어졌다면 내부에서 일어난 폭발이 분명해진다. 이럴 경우 왜 어떤 것이 폭발했느냐가 관건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가능성을 내놓고 있다. 우선 군함 내부에 있던 화약이나 포탄이 폭발한 경우이다. 보통 초계함의 포탄 저장 시설은 선체의 앞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번 천안함은 선체 후미에서 일어난 폭발로 인해 침몰했기 때문에 포탄 저장실이 폭발했을 가능성은 작아진다.

그렇다면 선체 후미에서 일어난 폭발의 원인은 무엇일까. 선체 내에서 포탄을 이동하는 와중에 폭발했거나, 또는 선체 뒤쪽에 일부 보관 중이던 포탄이 폭발했을 가능성도 있다. 또는 기관실 폭발이나 선체 후미의 인화성 물질에 의해 폭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원일 천안함 함장(42·중령)은 “사고 후 화약 냄새는 맞지 못했고, 기름 냄새만 났다”라고 말했다. 화재로 인한 폭발 가능성에 대해 해군측은 고개를 흔든다. 기관실이나 함내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자동 소화 장치가 즉각 작동해서 진화하기 때문에 함선이 침몰할 정도의 피해를 입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견해도 있다. 선체 후미에 있는 기관실 맨 아래 부분인 ‘선저 폐수정’(선박의 밑바닥에 괴는 연류유와 윤활유 등 혼합물이 섞인 물을 담아두는 곳)에서 발생한 유증기가 전기 스파크 등을 일으켜 폭발했다는 것이다. 유증기에 의한 강한 폭발로 인해 순식간에 선체에 구멍이 뚫리면서 그곳에 있던 장병들의 희생이 컸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12일 경남 진해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당시 훈련을 위해 군항에서 대기 중이던 해군 특수부대 소형 선박 기관실 엔진룸에서 유증기 압력에 의해 기관실이 폭발하면서 부사관 1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해군은 ‘군사 보안’을 이유로 사고 원인 등을 쉬쉬하다 ‘은폐’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한 가지는 천안함 선체 뒤쪽에 설치된 폭뢰 투하 장치의 오작동으로 인해 폭뢰가 유실되었고, 그 폭뢰로 인해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는 가정이다. 천안함 갑판병으로 복무했던 김 아무개씨는 “폭뢰는 함미에 설치된 대잠수함용 폭탄을 말한다. 폭뢰가 함미 선상에 설치된 장소에서 터졌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폭뢰 고정 장치가 그리 튼튼하지 않다. 그래서 야밤에 떨어져서 폭발과 함께 밑 부분에 균열이나 파열이 될 가능성이 있다. (내가 근무했을 당시) 훈련 때에도 폭뢰를 고정해주는 장치가 위험성에 비해 상당히 약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내부 관리 소홀에 의해 폭발했을 가능성도 있다. 천안함은 지난 1989년에 취역했기 때문에 선체가 노후해 있다. 무리한 작전으로 선체 바닥에 균열이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국정감사에서 울산급 함정이 선체의 균열로 논란이 된 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실종자 가족들은 오래 전부터 배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실종된 김경수 중사의 가족들은 “(김중사가) 평소에 배의 후미에 구멍이 나서 물이 샜고, 수리를 자주 했다는 말을 많이 했다. 이번 사고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02 승조원 갈등에 의한 내부 사고

천안함 내부에서 일어난 급변 상황이다. 장병들 간의 갈등으로 인해 돌발적인 상황이 있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원인이 되어 함내에서 인위적인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는 가정이다. 한 전직 천안함 승조원은 “선임이나 간부들 때문에 승조원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다. 우리(승조원)끼리는 ‘밤에 데려가서 (바다에) 밀어버려도 모른다’라는 말을 할 때가 있었다. 또 함정 부적격자들은 적응을 잘 못해서 거의 미칠 지경인데도 안 내려준다. 이런 문제에서 우발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수는 있다”라고 말했다.

육군 참모총장 출신의 이진삼 자유선진당 의원은 “모두 취침하는 동안 한 병사가 무슨 폭탄을 갖다 놓고 장난을 치지 않았다는 보장이 없다”라고 했으며, 이기식 합동참모본부 정보작전처장(준장)은 “탄약에 TNT를 장착해서 터뜨리면 (탄약이 한꺼번에 터질) 가능성도 있다”라며 내부 불만자에 의한 사고 가능성을 거론했다.

▲ 3월27일 오후 천안함 침몰 사고 후 실종자 가족들이 해군 2함대를 찾은 가운데 해군 헌병들이 입구를 통제하자 실종자 가족들이 이를 뚫고 있다. ⓒ시사저널 임영무

 

03 암초와의 충돌

암초와의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천안함이 침몰된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에는 곳곳에 암초가 많기로 유명하다. 당시 기상 상황도 좋지 않았다. 폭발 사고가 난 오후 9시25분쯤은 전방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어두운 때였다. 게다가 강한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은 때여서 미처 암초를 발견하지 못했을 수 있다. 배가 암초와 충돌하면서 그 충격으로 인해 함미에서 폭발이 일어났을 수 있다는 가정이다. 그러나 해군 함정이 수시로 드나들고 늘 훈련을 했던 곳이어서 암초에 부딪칠 확률은 낮아 보인다.

04 북한군의 어뢰·기뢰 공격

북한군의 어뢰나 기뢰 공격 가능성도 꾸준하게 제기된다. 일단 침몰 해역의 수심 등을 따져보면 잠수함이 활동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역이용한 북한군의 도발이 있을 수도 있다. 만약 북한군이 잠수함을 이용해 어뢰 공격을 하려면 소형 잠수정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북한군이 어뢰 공격을 했다면, 소형 잠수정에 소형 어뢰를 장착하고 천안함 후미에서 공격해야 한다. 천안함 선체 뒤쪽의 스크루 부분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봐서 어뢰 공격 가능성도 있다”라는 견해이다. 하지만 해군측은 가능성이 낮다고 말한다. 어뢰 공격을 하려면 천안함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야 하고, 그럴 경우 잠수정의 스크루 소리가 천안함의 음파탐지기에 안 걸릴 수 없다는 것이다. 기뢰 공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뢰에는 배와 접촉했을 때 터지는 ‘접촉 기뢰’와 접촉하지 않아도 목표물을 인지한 뒤 스스로 터지는 ‘감응 기뢰’가 있다. 기뢰는 거대한 함정을 두 동강 낼 만큼 위력이 대단하다. 북한군이 해상에 미리 설치한 기뢰에 천안함이 접촉하면서 폭발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시 해역의 조류가 빨라 기뢰를 설치하기가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 해역으로 흘러가 북한 함정에 피해를 줄 수도 있어 ‘위험한 도박’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견해는 북한군이 유실한 기뢰가 천안함과 접촉하면서 일어난 우발적인 사고라는 시각도 있다.         

 

▲ ⓒ일러스트 장성환

 

 “폭뢰 고정 장치 허술하다고 생각했다”

해군 421기로 천안함에서 갑판병으로 근무했던 김 아무개씨는 <시사저널>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천안함의 폭뢰 고정 장치가 좀 허술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외부보다는 내부에서 문제가 생겨 배가 침몰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았다.

천안함이 평소 수리가 잦았나? | 정기적으로 3개월마다 작은 수리, 6개월마다 큰 수리를 한다. 외부 위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내부는 세밀하게 수리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내부 문제로 침몰했다면 어떤 가능성이 있을까? | 함수와 함미에 각각 76mm, 40mm 기관포가 하나씩 있다. 탄약이 지하 부분에서 자동으로 올라가는데 그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수 있다. 배가 오래되다 보니 전기 합선도 있을 수 있다. 실제로 함대마다 화재가 잦다. 두세 달에 한번, 6개월에 한번 정도는 꼭 있다. 내부 폭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뢰나 폭뢰가 외부에서 터졌을 가능성은? | 폭뢰는 함미 끝에서 떨어뜨린다. 폭뢰에 시간과 깊이를 입력하고 떨어뜨린 뒤 시속 60km 속도로 피한다. 몇 백m 간 뒤 눈으로 확인한다. 터지면 물기둥이 올라온다. 혹시 폭뢰가 떨어진 줄 아무도 몰랐다고 하면…. 폭뢰 고정 장치가 생각보다 견고하지 않다. 전쟁에 대비해 가장 간편한 장치만 (금방 떨어뜨릴 수 있게) 해놓았기 때문에 좀 허술하지 않나 생각했다. 기뢰는 설치가 너무 어려워 가능성이 낮다.

북한측이 공격했을 가능성은 없을까? | 북한에 수중 폭파팀이 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밤이었기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어뢰는 밤에는 잘 식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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