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빌게이츠’ 꿈꾸는 ‘억순이’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0.04.0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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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연방공과대학에 합격한 김미지씨

 

ⓒ시사저널 이종현

지난해 건국대를 졸업한 김미지씨(24)는 희망을 먹고 산다. 그녀는 불우한 가정 환경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한국의 빌게이츠’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왔다. 얼마 전에는 꿈에 그리던 기쁜 소식까지 전해져왔다. 아인슈타인을 배출한 세계 최고 수준의 공과대학으로 평가되는 스위스 연방공과대학(ETH)의 합격증을 받았기 때문이다. ETH는 아인슈타인 등 21명의 노벨상 수상자 등 당대 최고 인물들을 배출했다. 특히 컴퓨터공학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김씨는 이 대학에 입학하면 컴퓨터 공학(석·박사 과정)을 전공한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그녀는 지금 슬픔과 절망에 빠졌다.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오래전에 사업을 하다 부도가 났고, 그 영향으로 위암 판정을 받아 항암 치료 중이다. 김씨의 어머니 또한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투병 중이다. 그녀의 여동생은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아주대 병원 사무 보조로 들어갔다. 

김씨는 대학 때부터 친구들로부터 ‘억순이’로 불렸다. 방학이나 학기 중을 가리지 않고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를 벌었다. 글로벌 인재를 양성한다는 장학재단에 한 가닥 희망을 걸었던 김씨의 바람은 산산조각이 났다. 올해 9월까지 등록을 해야 내년부터 학교에 다닐 수 있다. 김씨는 “희망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나중에 세계적인 컴퓨터공학 전문가가 되어서 나같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그녀를 진정한 글로벌 인재로 키울 곳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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