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효과·세트 등 ‘베스트’ 감
  • 이지선 | 영화평론가 ()
  • 승인 2010.04.0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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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표절’ 소재로 한 미스터리 호러물…돋보이는 캐릭터에 볼만한 ‘공포’ 풀어내

 

▲ 감독 | 이정호 / 주연 | 엄정화, 류승룡


표절을 소재로 해 화제가 된 영화 <베스트셀러>는, 표절 시비에 휘말려 좌절한 작가 백희수(엄정화)가 재기를 위해 외딴집을 찾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호러 혹은 액션 스릴러이다. 창작의 벽에 부딪친 작가가 이상한 존재와 이야기를 나누는 딸아이의 구술을 빌어 소설을 완성하지만 다시금 표절 논란에 휩싸이고 결국 자신이 표절하지 않았음을 밝히기 위해 외딴집의 비밀을 향해 달려들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일단 캐릭터와 연기는 확실히 합격점 이상이다. 주인공 백희수는 꽤 설득력 있는 캐릭터이다. 또, 영화의 밀도를 높이는 악역 캐릭터들도 순박함과 악랄함을 오간다는 점에서 상당히 입체적으로 잘 만들어졌다. 최고의 작품을 통해 명예를 회복하고 싶은 작가적 욕구와 딸아이를 지키겠다는 모성적 욕구를 적절히 안배한 엄정화의 연기도 좋다. 출판사 사장으로 잠시 출연한 이성민은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이중적 얼굴의 악역을 연기해 드라마의 긴장감을 한껏 높인 배우 조진웅과 이도경이다. 소탈하고 순박한 얼굴로 더 없는 잔인성을 보여주는 이들의 연기가 아니었다면 영화의 질감은 상당히 모자랐을 것이 분명하다.

음악이나 음향 효과, 하나의 캐릭터처럼 표현된 세트의 완성도도 합격점이다. 무서워 죽을 지경은 아니더라도 충분한 불안감, 놀라움, 격정을 표현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어딘가 헷갈리는 연출이다. 영화는 외딴집의 공포와 그 안에 감추어진 미스터리를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의 분위기나 형식이 어떤 지점을 기점으로 정확히 호러-스릴러로 양분된다는 점이다. 전반부는 전형적인 하우스 호러 형태를 취함으로써 불안에서 기인하는 공포를 보여주는 데 역점을 둔다. 후반부는 숨겨졌던 악역이 등장해 주인공과 사투를 벌이는 전형적인 액션 스릴러의 문법에 의존하고 있다. 공포를 통해 드러나던 격정은 막상 모든 미스터리의 진상이 밝혀지면서 힘을 잃고, 대신 자리를 채우는 것은 액션이다.

다행한 일이라면, 이러한 분리가 전반적 감상을 방해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점이다. 영화는 주인공 백희수에 집중되어 있고, 그녀의 갈등과 고뇌, 움직임을 따르다 보면 관객 또한 결말에 다다르게 된다. 고민의 여지는 없다. ‘충격적 공포’와는 거리가 있지만 꽤 볼만한 영화라는 점에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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