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가는 길 올해도 북적거릴까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0.04.06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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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있는 올해, 과연 야구장 관중 6백50만명을 달성할 수 있을까. 지난해 뜨거웠던 팬들의 열광이 재현되고 있고, 흥행 요소도 많아 낙관적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변수도 있다. 전문가 10인에게 2010

 

ⓒ시사저널 박은숙


프로야구가 개막전부터 홈런 다발을 풀어놓으면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겨우내 야구 허기증에 시달렸던 관중들이 구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내세운 관중 6백50만명 달성이 어렵지 않아 보인다. 가히 ‘야구 폭발’ 현상이다. 2010시즌에는 관중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일 만한 흥행 요소도 많다. 일단 좋은 선수들이 많다. 김현수·류현진 등 1980~90년대의 슈퍼스타를 능가하는 타자·투수가 등장했고, 롯데만큼이나 끈끈한 ‘팬심(‘pan+心’ 합성어)’을 묶어내고 있는 두산이나 LG 그리고 신흥 강자 SK 와이번스의 맹활약으로 대한민국 인구의 반이 몰려 사는 수도권에서 관중 동원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팬이 많은 구단은 두산, LG, 롯데, 기아 정도였다. 여기에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팬심을 키운 SK까지 가세했다. 두산과 SK는 전문가들이 뽑은 올해 우승 후보팀이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지난 2~3년 사이 야구가 완전히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야구장에 가면 재미있다는 것을 아는 젊은 층이나 여성층이 늘어났다”라고 진단했다. 1995년 5백40만명으로 꼭지를 찍었던 프로야구 관중은 이후 계속 줄어들어 한때 2백만명 수준까지 내려갔다. 그러다 2008년에 5백만명을 회복하고 2009년에는 5백92만명까지 치솟았다. KBO 홍보실의 유병석씨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으로 새로운 관중이 프로야구에 대거 영입되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가족 단위 관객을 유치하기 위해 시설 개선에 나선 SK나 홈구장에 여성 파우더룸을 신설한 두산 등이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벌인 것도 한몫했다.

그렇다면 프로야구는 올해 6백50만명 관중 동원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허위원은 “관건은 3만명 구장을 가진 구단이 얼마나 잘해주느냐에 있다. 삼성이나 기아의 홈구장은 수용 인원이 1만명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KBO 입장에서는 3만명 수용 구장을 가진 팀끼리 한국시리즈에서 맞붙기를 바랄 것이다. 잠실이나 인천 문학경기장, 부산 사직구장을 홈구장으로 한 팀은 두산, LG, SK, 롯데이다. 이들 중 두산과 SK는 우승 후보 1순위이다. 

<시사저널>에서는 각 방송사 해설위원과 스포츠 신문 야구부 팀장급 전문가 10명에게 올해의 예상 MVP와 기량 향상이 두드러질 라이징 스타, 용병 베스트, 우승 후보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의 한국 프로야구계 판도를 점검했다.

 

전문가들이 만장일치(10표)로 지목한 올해의 MVP는 두산 베어스의 4번 타자 김현수 선수이다. 김현수에 따라붙는 별칭은 ‘타격 기계’. 그는 지난 2년간 타율 3할5푼대 이상을 기록하며 프로야구 최고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나이는 22세에 불과하다. ‘해마다 기량이 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팬들이 그에게 붙여준  ‘사못쓰’(4할도 못 치는 쓰레기)라는 별명은 그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높은지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선수 출신인 이순철 MBC ESPN 해설위원은 “김현수는 역대 훌륭한 선수들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다. 다치지만 않는다면 프로야구의 역사를 새롭게 쓸 것이다”라고 평했다. 민기자닷컴의 민훈기 기자는 “김현수는 도루를 제외한 타자 부문 모든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는 선수이다. 재작년 9개에서 지난해 23개로 늘어난 홈런 파워가 어느 정도 더 강해질지도 궁금하다. 선수층이 두터운 두산이 우승 후보이지만 김현수 없이는 곤란하다”라고 말했다. 이 정도면 현역 선수가 들을 수 있는 최상급의 찬사이다.

2위는 9표를 얻은 류현진이다. 그가 당대 최고의 왼손 투수라는 점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다만 그의 소속팀이 한화라는 것이, 한화가 올 시즌 최약체 팀으로 꼽힌다는 것이 그에게는 부담이다. 김태균·이범호 등이 일본에 진출해 팀 전력이 약화된 한화가 그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류현진은 올해 목표를 다승이나 탈삼진 타이틀에서, 3년만의 방어률 2점대 복귀로 내걸었다. 3위는 부산 갈매기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롯데의 이대호이다. 이대호에 대해 민훈기 기자는 “롯데를 이끌 이대호의 활약상은 팀 전력에 절대적이다. 트리플 크라운급의 활약을 펼쳐준다면 대망의 한국시리즈 도전도 노려 볼 만하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지목한 결과를 보면 이번 시즌 강팀으로 분류되는 SK에서 4명, 두산과 기아에서 각 3명씩 MVP 후보가 나왔다. 강한 선수가 있는 곳에 강팀이 있다.

 

 

 

강팀으로 꼽히는 팀에는 좋은 선수가 많다. 반면, 무명 선수에게는 약팀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올해 기량 향상이 가장 두드러질 신인이나 중고 신인 선수를 대상으로 한 라이징 스타 분야의 설문에서 우승 후보로 꼽히는 두산과 최약체로 꼽히는 넥센이 각 5명씩의 후보를 배출해 동률을 이루었다. 

전문가들로부터 올해 스타로 떠오를 선수로 가장 많이 지목된 선수는 LG의 오지환 선수이다. 2년차 중고 신인인 오지환은 전문가로부터 여섯 표를 얻었다. 타격 감각이 괜찮음에도 그가 지난 시즌 2군에 머물었던 것은 수비력 때문이다. 구단으로부터 집중적으로 유격수 교육을 받고 올 시즌부터 1군으로 올라왔다. 다섯 표를 얻은 LG 투수 신정락은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이 “올해 신인 투수 가운데 최고이다”라고 언급할 정도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개막전에서 예리한 슬라이더를 선보이며 성공적으로 데뷔한 그는 독특한 투구 폼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블라인드 투구’. 신정락은 공을 던질 때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 지적을 받은 만큼 이 투구 폼은 곧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름 그대로 ‘의지’를 불태우는 중고 신인도 있다. 두산의 양의지가 그이다. 광주 진흥고를 졸업한 그는 2006년 2차 8순위로 두산에 입단해 프로 데뷔 후 2년 동안 3경기에 나선 것이 1군 경기에 출전한 전부였다. 그것도 입단 이듬해인 2007년에서야 이루어졌다. 이후 양의지는 경찰청에 입단했고, 지난해 11월 돌아왔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심심찮게 이름이 거론되던 양의지는 지난 3월28일 KIA전과 30일 넥센전에서 8타수 3안타(2홈런) 3타점을 기록해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선수층이 두텁다는 두산 베어스 내부의 경쟁을 뚫고 1군에 안착했다. 
 

올 시즌 베스트 용병 설문에서 최다 득표를 얻은 선수는 KIA의 아퀼리노 로페즈와 두산의 켈빈 히메네스이다. 공동으로 아홉 표를 얻어 1위에 올랐다. 둘 다 도미니크 출신이다. 이들은 지난 3월27일 팀의 개막전에서 맞붙어 히메네스가 먼저 웃었다. 이어 LG의 에드가 곤잘레스가 여덟 표, 롯데의 라이언 사도스키가 일곱 표, SK의 게리 글로버가 네 표였다.

 

 

 

 

이용철 위원은 “누가 뭐라고 해도 팀 전력에서 두산과 삼성을 앞서는 팀이 없다. 마운드의 선발부터 마무리, 백업 선수까지 인적 자원이 넘치는 팀이다”라며 두 팀을 꼽았다. 1위 후보로 지목된 표수만 따지면 두산이 7표, SK가 2표, 삼성이 1표였다. 여기에 올해 4강으로 꼽히는 기아까지 우승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 외 다른 팀을 꼽은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 

단점이 거의 없는 막강 두산, 부상에서 돌아온 김광현과 박경완 등의 스타와 폭넓게 선수를 쓰는 김성근식 토탈 야구의 SK, 탄탄한 선발 투수진과 중심 타선을 자랑하는 기아, 새로운 시작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2기 선동렬 감독 체제의 삼성은 누구라도 챔피언 자리에 오를 수 있는 팀이다. 때문에 오는 4월은 잔인할 것이다. “4월 한 달 동안 승률 싸움에서 밀리지 않아야만 4강 싸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이용철 KBS해설위원). 그래서 관중들은 ‘치열하고 흥미로운 4강 쟁탈전’(민훈기)을 즐길 수 있다.

 

설문 참여자
민훈기 민기자닷컴 기자·박노준 SBS 해설위원·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박시정 스포츠서울 기자·이용철 KBS 해설위원·이재국 스포츠동아 기자·이효봉 MBC-ESPN 해설위원·천병혁 연합뉴스 기자·최민규 일간스포츠 기자·허구연 MBC 해설위원

 


 2010년 마운드의 화두는? 

전문가들은 올해 프로야구와 관련해 어떤 부분에 관심이 많을까. 가장 관심이 큰 것은 월드컵이 열리는 올해 6백50만명이라는 관중 동원이 가능할지였다. 또, 스트라이크존 확대 효과이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모았다.

민훈기 민기자닷컴 기자 | 치열한 접전이 벌어질 것이다. 두산과 삼성이 조금 더 강해 보이지만, 지난해 우승팀 KIA와 늘 강한 SK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LG는 투수진이 버텨준다면 돌풍을 몰고 올 수도 있고, 롯데는 배수의 진을 치고 4강권 이상을 노린다. 4월에 어떤 구도가 잡힐지 모르지만 치열하고 흥미로운 4강 쟁탈전이 오래 계속될 전망이다. 
 
■  박노준 SBS 해설위원 | 올해는 프로야구 출범 29년차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프로야구 수준을 선보일 것이다. 걸출한 신인 및 부상에서 회복된 스타급 선수들이 복귀하고 군에서 돌아온 각 팀의 주전급 선수들, 또 어느 해보다 많이 영입된 특급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 2002년과 2006년, 월드컵이 열린 해에는 프로야구 흥행이 좋지 않았다. 과연 올 시즌은 어떨까.

박시정 스포츠서울 기자 | 외국인 투수에 따라 요동치는 팀 성적! 각 팀이 투수력을 보강하기 위해 외국인 선수 대부분을 투수로 채웠는데, 이들이 기대를 밑돌 경우 경쟁 대열에서 탈락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외국인 선수들의 안정감에서는 SK와 삼성이 월등하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 | 올 시즌 달라진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적응을 얼마만큼 빨리 하느냐가 개인과 팀 성적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팀 전력이 평준화되어 4월 한 달 승률 싸움에서 밀리지 않아야만 4강 싸움에서 경쟁할 수 있다.

이재국 스포츠동아 기자 | 스트라이크존 확대이다. 지난해 다승왕이 14승이었지만 승수가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까지 평범하던 투수가 정상급 투수로 발돋움하거나 잘 치던 타자가 의외로 부진할 가능성도 있다.

■ 이효봉 MBC-ESPN 해설위원 | 6백50만 관중 동원 여부이다.

■ 천병혁 연합뉴스 기자 |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이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 최민규 일간스포츠 기자 | 2007~2009 시즌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두 번째로 맞은 프로야구 흥행기였다. KBO의 수완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롯데가 잘해야 프로야구가 산다’라는 말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아야 한다. 

■ 허구연 MBC 해설위원 | 스트라이크존 확대에 따른 투고타저 현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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