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모자라고, 기자는 넘치고…
  • 백령도 / 반도헌 기자·김인현 인턴기자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10.04.06 20: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안함 사고 직후 백령도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사람들은 취재진이다. 취재진은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KBS는 3월31일 화물선을 이용해 HD 방송 중계차를 추가 투입했다. 해군본부는 취재 지원을 위해 백령도 현지에 임명수 소령을 비롯해 장교 세 명, 하사관 두 명을 파견했다. 해군본부 조용신 대위에 따르면 4월1일 현재 백령도에서 활동하는 취재진은 40여 개 매체에 2백명이 넘는다.

취재진이 많다 보니 취재 과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치열한 곳은 구조 작업이 벌어지는 사고 현장이다. 배를 이용해서 접근해야 하는데 취재 인원이 한정되기 때문이다. 해군본부는 지난 3월29일부터 현장 취재를 위해 YF 인원수송단정을 지원하고 있다. 취재 지원선에 탈 수 있는 인원은 최대 40명이다. 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김남욱 대위는 “해군이 탑승 인원을 결정할 수 없어 취재진에 자발적으로 맡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구조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3월30일 오후 취재 지원선이 출항하는 용기포항에는 취재진 100여 명이 모였다. 탑승할 인원은 방송 매체 20명, 인쇄 매체, 인터넷 매체 등에서 사진기자 10명, 취재기자 10명으로 결정되었다. 방송 매체와 사진기자는 논의를 통해 탑승 인원을 결정했지만, 취재기자는 가위바위보를 통해 결정했다. 이른바 복불복으로 갈 사람이 정해진 것이다.

3월29일에는 민간 잠수사와 119 구조대원이 탑승한 작전함에 취재 인원 20여 명이 탑승해 일부 방송 매체가 광양함에 붙어 서치라이트를 밝힌 일도 있었다. 임명수 소령은 “구조 작전에 막대한 지장을 준다. 취재 지원선 외에 개별적인 출항은 자제해주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30일 오후에도 일부 취재진이 작전용 관공선인 황해호에 탑승하려다가 해군에 의해 제지당했다. 임소령은 “황해호는 함수와 함미 외곽 지역에 수온·풍향·풍속을 측정하는 장비를 설치하러 나가는 것으로 잠수요원들이 작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취재진이 탑승하면 작업에 방해가 된다”라고 말했다. 장촌포구에는 각 방송사 취재진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대부분의 사고 해역 리포팅이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원활한 인터넷 사용을 위해 SK텔레콤 지원 차량까지 와 있다. 지난 3월30일 오후 3시께에는 평택 2함대로 복귀하기 위해 실종자 가족이 용기포항에 도착했다. 이들을 태운 버스를 따라가기 위해 몇몇 방송사 취재 차량이 분주히 움직이기도 했다. 취재진은 마을 주민 취재에 열중이지만 주민들의 반응이 좋지만은 않다. 언론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내용이 불만스럽기 때문이다. 장촌포구에서 만난 한 주민은 “언론에 대한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조류가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무쌍한데 언론은 단순한 계산으로 사고 지점과 선체 발견 지점을 생각해서 의혹만 쌓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