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에도 ‘높은 파도’ 인다
  • 고유환 |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 승인 2010.04.06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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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연계 가능성은 작지만 향후 악영향 예상…천안함 사고, 위기 대응 시스템 재정비하는 계기 삼아야

 

▲ 천안함 침몰 닷새째인 3월30일 오전 천안함 침몰 지점에서 정조 시점을 기다리며 수색을 준비하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비극적인 ‘천안함’ 침몰 사고 이후 의문이 일파만파로 증폭되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선체를 인양해 보아야 알겠지만, 사고 원인에 대한 다양한 가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남북 분단과 대치 상황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볼 때 북한의 소행일지 모른다는 주장도 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선체 인양이 이루어지면 내부 폭발인지 아니면 외부 폭발인지, 또는 암초에 부딪힌 것인지 밝혀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만약 외부 폭발로 밝혀질 경우, 남측에서 설치된 미회수 기뢰의 폭발이냐, 아니면 북측이 설치한 기뢰 또는 어뢰 공격이냐를 둘러싸고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조류가 빨라 증거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외부 폭발이라면 아마도 원인 규명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리거나, 영원한 미궁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낳고 있다. 북한 전문가의 관점에서 이번 사건에 북한이 연계되었을 가능성이 어떤지를 검토했다.

북한은 만성적인 경제난이 지속되는 데다가 로켓 발사와 핵실험 이후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가 전면화하면서 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측면을 고려할 때 북한이 연계되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내부 자원을 동원하는 방식의 ‘1백50일 전투’와 ‘100일 전투’도 성과 없이 끝나고, 화폐 개혁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대미·대남 유화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대외 관계를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6자회담 재개 움직임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이러한 노력과 상반되는 대남 도발을 자행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은 2009년 11월10일에 있었던 제3차 서해교전(대청해전)에서 타격을 입은 북한 해군이 해당 부대 차원에서 보복을 감행했을 가능성이다. 1999년 1차 서해교전에서 대패한 바 있는 북한 해군이 2002년 2차 서해교전을 통해서 보복한 전례에 비추어볼 때, 3차 서해교전에서 피해를 입은 북한 해군이 도발을 감행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도자 중심의 유일 체제인 북한에서 상부의 지시 없이 해당 부대 단독으로 도발하기는 내부 논리상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보복이 감행된 2차 서해교전의 경우, 1차 서해교전 이후 김정일 위원장의 “1년 내 보복하라”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이후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이 이루어지는 등의 정세 완화에 따라 보복을 유보했다가 3년 후 보복했다는 정보가 있다. 이번의 경우 대내외 정세에 어두운 북한 군부가 3차 교전의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과욕을 부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비정규전 대비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

▲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왼쪽)이 지난 2월6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나란히 서 있다. ⓒ뉴시스

천안함 침몰 이후 제기된 의문 가운데 하나가 왜 초계함 2척이 사고 현장에 갔느냐 하는 것이다. 일부 보도에 의하면 “북한의 반잠수정 3~4척이 북의 해군 기지에서 남하했고, 이에 따라 우리 군이 대응 차원에서 초계함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YTN, 3월31일 보도)되었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은 북한의 반잠수정 4대가 천안함 침몰 사고 전에 백령도에서 멀지 않은 북한 옹진군 잠수함 기지를 떠났으며, 이 중 2대는 사고 발생 이후 기지로 복귀했지만 나머지 2대는 행방이 묘연하다고 보도하는 등 이번 사고와 반잠수정과의 관련 가능성을 제기했다. 황해남도 옹진군 기린도의 북 해군 기지에 있던 반잠수정이 남하하자 우리 해군도 대응 차원에서 대잠수함용 초계함인 천안함과 속초함을 출동시킨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청와대는 3월31일 “확인한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군 관계자도 “북한의 반잠수정에 대응하기 위해 초계함을 투입한 것은 맞지만, 천안함 침몰과 북한의 반잠수정이 연관이 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의 반잠수정은 레이더로 포착하기가 어려워 반잠수정이 남측 해역에 침투해도 어디까지 내려왔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한다. 정부 당국은 일각에서 북한 잠수정이 발사한 어뢰에 의해 천안함이 침몰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데 대해 “북한 잠수정의 작전 수행 능력 등을 감안할 때 사실이 아닐 것이다”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계없이 우리 군이 대비해야 할 것은 비정규전에 대한 것이다. 군사를 앞세우는 ‘선군 정치’를 하는 북한에서 패배는 지도자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어려운 상황을 의미한다. 하지만 남북 간 군사력 격차 등을 고려할 때 북한 당국이 정규전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비정규전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육상에서의 게릴라 침투와 해상에서의 반잠수정과 인간 어뢰 등을 동원한 침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사고의 원인이 어디에 있건 이번 일을 계기로 신속히 점검해야 할 것은 각종 위기 대비 매뉴얼일 것이다. 지난 정부 때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를 중심으로 한 위기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각종 재난과 사고에 대비했다. 그 과정에서 NSC의 지나친 개입과 조정, 통제가 문제점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면서 NSC 사무처를 폐지하고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을 대폭 축소 개편했다. 이번 사고의 수습 과정을 보면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NSC 사무처를 부활하거나 외교안보수석실을 강화해서 위기 대응에 허점이 없도록 정비해야 할 것이다.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약칭 전작권) 전환을 앞두고 이번 사건이 주는 교훈 역시 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미연합사 체제에서 공군과 해군의 미국 의존도가 높아져 전작권 환수 이후 독자적인 작전 수행 능력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전작권 환수 이후 우리 군의 작전 수행에 의문이 제기되지 않도록 해군과 공군의 전력 증강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사고가 6자회담 재개,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금강산 관광 재개 등 현재 남북 관계의 여러 현안 문제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속히 사고 경위를 파악해서 사태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도록 한반도 정세 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어렵게 조성되고 있는 대화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근거 없는 북한 개입설을 퍼뜨려 불신을 쌓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근거 없이 북측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도, 사실이 아닐 경우 부메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해야 할 것이다”라는 목소리도 많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는 천안함 침몰 사건을 집중적으로 거론할 태세이다. 전문가들은 안보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고, 안보 문제는 안보 문제 그 자체로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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