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비밀’이란 없다
  • 김재태 기자 (purundal@yahoo.co.kr)
  • 승인 2010.04.06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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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미니 홈페이지(미니홈피)는 한 개인이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로서 매우 유용하다. 일종의 ‘개인 매체’인 셈이다. 이 미니홈피는 때때로 1970~80년대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대자보’와 같은 기능을 하기도 한다. 이것을 통해 감추어져 있던 사실들이 폭로되는 일을 적잖이 목격할 수 있다. 최근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2관왕이었던 이정수 선수가 소피아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에 출전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안현수 선수의 아버지가 안선수의 미니홈피에 올린 글에서 “모종의 압력이 있었다”라고 이의를 제기해 파장을 일으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처럼 인터넷의 진화와 함께 정보 교류의 통로는 갈수록 확장되는 흐름이다. 최근에는 ‘트위터’와 같은 더 강력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까지 등장해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서 비밀을 완벽하게 지켜내기란 매우 어렵다. 그만큼 부릅뜬 눈도 많고, 매체도 많다.

지금 곳곳에서, 천안함 참사와 관련한 정부와 군의 태도에 대해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들끓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지 1주일여가 지났지만 무엇 하나 명백하게 밝혀진 것이 없고, 군의 발표도 수시로 바뀌는 등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종자 가족들은 가족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속이 끓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군이 대처를 잘했다고 칭찬했지만, 사실 천안함 침몰 당시부터 구조 작업에 이르기까지 군 당국의 대응은 그야말로 허점투성이이다. 갖가지 첨단 장비를 갖춘 함정을 다수 보유하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처럼 사고 원인 규명이나 사후 처리에서 미숙한 점을 잇달아 노출한 군이, 그 와중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보여준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보안 대응’이다. 생존자를 구출한 후 해군 경비함에 ‘격리 수용’을 주문하거나 생존자들의 외부 접촉을 막는 등 보안 통제에는 흠 잡을 데 없이 민첩하고 완벽했다.

지금 군에 대해서 터져나오는 불만은 거의가 이같이 철두철미한 ‘보안 대응’의 반작용이나 다름없다. 지난 연평해전 때는 관련 동영상을 신속히 공개하고, 부상자들의 언론 인터뷰에도 적극 나섰던 군이 그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하는 것에 대해 ‘은폐’ 의혹이 나오는 것은 일종의 자업자득인 셈이다. 이런 불만이 자칫 군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으로 이어질 경우 문제는 정말 심각해질 수 있다.

한 해군 장성이 실종자 가족에게 “국익을 위해서 여러분이 참아달라”라고 말했다고 전해지는데, 우리는 그 ‘국익’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현재로서 알 길이 없다. 군이 국민들에게 불신받는 사태야말로 국익에 절대적으로 해롭다는 것만 분명하게 알고 있을 따름이다. 정부와 군은 진정한 국익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지금이라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하루 이틀 지나면서 정부와 군이 알아서 해주겠지 하고 바랐다가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도대체 뭘 해준 건가”라는 실종자 가족들의 울분에 대한 가장 적절한 답이자 위로일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영원한 비밀’이란 있을 수 없는 시대임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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