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과 함께 침몰한 ‘신뢰’
  • 유창선 ()
  • 승인 2010.04.1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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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사고의 원인과 경위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군 당국은 자체 조사를 통해 사고 경위를 밝혀왔지만, 그때마다 의문은 계속 제기되었고 급기야 군 당국과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큰 인명 피해를 낳은 사고 자체도 재앙적인 일이었지만, 그 이후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둘러싼 논란과 파장은 그 자체가 새로운 사건이라 할 만했다.

 지난 보름여의 상황을 돌아보면 천안함만이 아니라, 정부에 대한 신뢰도 함께 침몰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는 사고 발생 직후부터 신속하게 대응하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곳곳에서 구멍이 뚫리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거기에는 물론 의도하지 않았던 미숙함이나 실수의 결과들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사고 시각에 대한 잇따른 말 바꾸기라든가, 사고 원인에 대한 오락가락하는 식의 추정, TOD 영상에 대한 뒤늦은 추가 발견 등이 반복되면서 군과 정부의 조사에 대한 신뢰는 급격히 추락하고 말았다. 사실 상당 부분은 정확하지 못한 조사와 미숙한 발표 탓이었지만, 의혹은 증폭되었고 불신은 깊어져만 갔다. 정운찬 총리는 ‘경황 없었던 상황’을 이해해달라고 했지만, 정부의 위기 관리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는 상황을 피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미숙함만이 불신의 원인은 아니었다. 우리 군이 갖고 있던 고질적인 비밀주의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살아났고, 이는 사고 경위를 둘러싼 의혹을 증폭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생존자들을 상당 기간 격리시킨 일도 그러했고, TOD 영상과 교신 기록의 공개 여부를 놓고 군 당국은 투명한 공개보다는 비밀 유지를 선택했다. 군 당국으로서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아도 사고 원인에 대한 각종 설(說)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이었는지는 의문이 든다. 오히려 군 당국이 먼저 자료와 정보를 공개하는 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어려워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군 당국은 번번이 여론에 떠밀려 뒤늦게 자료를 공개하는 상황을 반복했다. 때로는 ‘최대한의 자료 공개’를 주문하는 청와대와 엇박자를 내기도 했다.

 천안함 사고에 관한 조사와 발표의 1차적 주체가 군 당국이었다고는 하지만 그에 대한 최종 책임은 정부에 있는 것이다. 정부가 사후 대처를 제대로 했는지, 문민 통제의 원칙을 확고하게 지켰는지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뒤늦게야 국제 전문가들을 사고 원인 조사에 적극 참여시키고 민간 인사가 민·군 합동 조사위원회의 책임을 맡도록 해 조사의 신뢰성을 높이도록 했다. 조사 과정을 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일단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받아들여진다. 과거 촛불 정국 때 ‘광우병 괴담’의 진원지로 방송과 인터넷을 지목했던 것이 현 정부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천안함 괴담’의 책임이 바로 정부 자신에게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게 되었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을 때 ‘괴담’이 황행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천안함과 함께 침몰한 정부의 신뢰를 인양하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국민에게 정보를 개방하고 공유하는 새로운 국정 운영 방식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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