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담 넘어 ‘자유’ 찾는 ‘탈옥’ 행렬이 늘어난다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10.04.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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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금 장치 해제해 ‘해킹’ 어플리케이션 등 사용…앱스토어로부터 거부당한 어플리케이션도 많아 ‘인기’

▲ 탈옥 어플리케이션 ‘블랙레인’을 설치하면 개발자 조지 호츠의 얼굴이 들어간 화면이 나타난다. ⓒ시사저널 이종현


아이폰 ‘탈옥’이 늘고 있다. ‘순정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아이폰 탈옥은 제조사인 애플이 걸어놓은 잠금 장치를 해제하는 행위를 말한다. 탈옥이라는 말은 해외 사용자들이 쓰는 ‘jailbreaking’을 번역한 것이다. 실제 사회에서 탈옥은 심각한 범죄 행위이지만 아이폰 사용자들에게는 사용 편의를 위한 우회로 정도로 여겨진다. 직장인 정현욱씨(31)는 “탈옥폰을 사용하니 직장에서 물어보는 이들이 많다. 그중에는 IT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40~50대 직장 선배들도 있다. 주변 분들에게 탈옥을 권유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탈옥을 감행하면 애플에서 허용하지 않는 기능이나 앱스토어로부터 거부당한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 앱스토어에서 유료인 어플리케이션을 무료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탈옥에는 위험이 따른다. 애플과 KT는 탈옥폰에 대해 AS를 제공하지 않는다. 전원이 꺼졌을 경우 다시 켜기 위해 컴퓨터와 연결해야 하고, 일부 프로그램은 실행 중 다운되기도 한다. 보안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위험 요소가 있음에도 탈옥하는 아이폰 사용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방법이 쉽다. 포털 사이트에 ‘아이폰’ ‘탈옥’ ‘해킹’ 등 검색어를 조합하면 아이폰을 탈옥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 블로그와 웹사이트를 찾을 수 있다. 사진 이미지와 함께 상세하게 설명해놓았다. 지오핫(Geohot)이라 불리는 유명 해커 조지 호츠가 개발한 어플리케이션 ‘블랙레인(Blackra1n)’은 탈옥 방법을 간소화했다. 김정철 IT칼럼니스트는 “탈옥이 시도되던 초기에는 몇 단계를 거치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탈옥하면 유료 어플리케이션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P2P 사이트를 통해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에게 어플리케이션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매력적이다. 사이디아(Cydia) 스토어는 해킹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곳이다. 탈옥 사용자들에게 사이디아는 앱스토어만큼이나 유명하다. 등록된 어플리케이션 수도 앱스토어에 버금간다. 사이디아 외에도 인스톨러(Installer), Icy, 조지 호츠가 제공하는 록(Rock) 등에서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을 수 있다. P2P 사이트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국내 각 P2P 사이트에는 해킹된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이 많이 올려져 있다. 블로거팁닷컴 운영자인 장두현씨는 “P2P 사이트에는 해킹 어플리케이션을 압축해서 올려놓은 폴더들도 많이 있다. 이 중에는 5기가가 넘는 것들도 있다. 그 정도면 최소 5백개 이상의 어플리케이션이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자신만의 아이폰’ 만들려는 욕구에 잘 부합해

그렇다고 탈옥 사용자들을 얌체족이라고 부를 수만은 없다. 단지 공짜가 좋아서 위험을 무릅쓰는 것은 아니다. 해킹 어플리케이션 중에는 앱스토어로부터 거부당한 어플리케이션도 많이 있다. 애플은 자신들이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 개발 툴을 벗어나는 것들은 앱스토어에 올리지 않는다. 파워블로거이자 어플리케이션 개발자인 이일희씨는 “프라이빗API라고 아이폰 개발 툴에서 애플이 막아놓은 영역이 있다. 아이폰 시스템 영역을 건드리는 것이다.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다 보면 프라이빗API에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순정 아이폰에서는 지원하지 않는 기능들이 탈옥폰에서만 가능한 경우가 있다. 통화 목록과 문자메시지 부분 삭제가 대표적이다. 직장인 김희택씨(26)는 “아이폰을 구매하게 된 이유가 탈옥을 하게 되면 내가 원하는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화 목록과 문자메시지를 부분 삭제하거나 아이폰에 저장돼 있는 사진과 동영상을 선별해서 잠금 장치를 걸어놓는 것이 해킹 어플리케이션에서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 문자 입력할 때 사용하는 키패드에 숫자를 추가시키는 것도 탈옥폰에서만 가능하다. 

바탕화면이나 테마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도 탈옥폰에서만 누릴 수 있는 기능이다. 순정 아이폰은 바탕화면으로 애플이 제공하는 기본 화면만 띄울 수 있다. 애플의 이같은 정책에 대해 일부에서는 스티브 잡스가 자신이 디자인한 사용자 환경(UI)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 바탕화면 변경 기능을 제한했다는 설이 있다. 젊은 사용자들에게 아이폰은 휴대전화이기 이전에 패션 아이템이다. 자신만의 아이폰을 만들려는 욕구가 강한 사용자들은 천편일률적인 바탕화면을 피하고 싶어 한다. 이들은 블로그, 홈페이지, MP3, PMP 등 웹사이트와 기타 모바일 기기들을 통해 바탕화면이나 테마 변경에 익숙해져 있다. 장두현씨는 기자 앞에서 스포츠카 페라리를 모티브로 한 바탕화면을 시연했다. 페라리를 상징하는 로고에 잠금 장치는 열쇠로 되어 있었다. 잠금 장치를 여니 자동차 엔진 소리가 효과음으로 들려왔다. 그는 “최근에는 홍보 차원에서 기업들이 비공식적으로 만든 탈옥 아이폰용 바탕화면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탈옥폰 사용자들 중에는 애플이 사용자를 배려해 일부 기능들을 허용하면 순정으로 회귀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어플리케이션에 정당한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사이디아스토어에도 유료 어플리케이션이 있을 정도로 사용자들에게 어플리케이션 무료 사용만이 전부는 아니다. 직장인 김세현씨(26)는 “탈옥했지만 해킹 어플리케이션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앱스토어에 등록된 무료 어플리케이션만으로도 사용에 큰 불편함이 없고, 유료 어플리케이션은 정식으로 구매해서 사용한다”라고 말했다.

불법 요소 많고 불이익 생길 수 있어…IT 지식 없으면 ‘탈옥’ 말아야

탈옥폰에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불법적 요소가 많다는 것 외에도 실제 사용에도 감수해야 할 부분이 있다. 탈옥 방법을 소개하는 블로그 대부분에는, 탈옥은 개인의 선택이므로 이로 인한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겠다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다. 탈옥폰은 AS를 지원받지 못한다. 거액이 들어간 기기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분명 두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AS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아이튠즈에서 복구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순정 상태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가 떨어져 전원이 꺼진 탈옥폰을 재부팅시키는 것도 불편하다. 아이폰 전원 버튼을 누르더라도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 아이폰을 컴퓨터에 연결해야만 재부팅이 가능하다. 김세현씨는 “집이나 직장에서 수시로 충전을 하기 때문에 배터리가 방전된 경우는 아직까지 없었다. 크게 불편을 느끼지는 못했다”라고 말했다.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 중에 반복적으로 다운되는 경우도 있다. 이일희씨는 “해킹된 어플리케이션 중에는 아무래도 애플에서 정식 등록된 어플리케이션보다 메모리 관리가 허술한 경우가 있다. 어플리케이션 실행 중 메모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운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지난 2월2일 펌웨어 3.1.3 버전을 내놓았다. 탈옥폰을 막기 위한 업데이트라는 평가이다. 실제로 이전 버전인 3.1.2와 비교해 달라진 부분이 거의 없다. 새 버전에서는 탈옥이 되지 않는다. 새 버전용 해킹 어플리케이션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탈옥폰 사용자들은 3.1.2 버전을 유지하면 사용에 무리가 없다. 조지 호츠는 트위터를 통해 “3.1.3 버전 탈옥이 어렵다는 루머가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업그레이드할 만큼 멍청한 사용자들에게나 도움되는 일을 하지는 않겠다”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전 버전으로 다운그레이드하면 탈옥이 가능하다. 이일희씨는 “아이폰 탈옥 방법과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 대부분은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통해 알아낼 수 있다. 처음 탈옥하는 방법은 쉽지만 문제 해결 방법이나 펌웨어 다운그레이드 등은 초보자들이 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주변에서 탈옥에 대해 문의하면 IT 지식이 있는지 먼저 물어보고, 없다고 하면 순정을 권유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탈옥폰’에 보안 문제는 없나

아이폰은 멀티태스팅을 지원하지 않는다. 아이폰이 해킹에 강한 IT 기기라는 평가는 여기에서 나온다. 최근 아이폰도 해킹에 안전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다른 기기에 비하면 양호하다. 탈옥폰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아이폰에는 원거리에서 컴퓨터에 접속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탈옥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이 기능에 필요한 비밀번호가 ‘alpine’으로 일률적으로 변경된다.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으면 모든 탈옥폰이 같은 비밀번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해커들의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이 해킹되면 다른 이에 의해 원격으로 조종될 수 있다. 이런 스마트폰을 ‘좀비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좀비폰 사용자들이 당할 수 있는 피해는 막대하다. 탈옥한 아이폰은 일반적으로 인터넷뱅킹이 안 되지만 이를 해결하는 어플리케이션이 나와 있다. 비밀번호를 고치지 않은 탈옥폰으로 인터넷뱅킹을 사용하는 경우,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도용당해 금전적 손실을 볼 수 있다. 공인인증서를 빼내가는 것도 가능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통화 목록이나 저장된 사진을 도둑맞거나 GPS 기능으로 현재 위치를 파악당할 수도 있다.

이일희씨는 “패스워드를 변경하면 보안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다. 대다수 초보자들이 비밀번호가 똑같이 바뀌는 것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 아이패드가 출시된 4월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애플 매장에서 아이패드 두 대를 산 구매자가 기뻐하고 있다. ⓒAP연합
많은 이들이 고대하던 아이패드가 드디어 출시되었다.

애플은 지난 4월3일 미국 시장에서 아이패드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스티브 잡스가 “내 인생 최고의 역작이 될 것이다”라고 평가한 아이패드의 출시는 IT업계와 소비자들에게 단연 핫이슈였다. 온라인광고업체 치티카에서 자체 개발한 실시간 판매량 분석에 따르면 출시 5일 만에 50만대 이상이 팔렸고, 4월8일 현재 60만대가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박용만 두산 회장을 비롯해 국내 얼리어답터 중에는 미국 현지에 있는 지인을 통해 아이패드를 구입한 사람들도 여럿이다. 국내 5백여 개로 추산되는 아이폰 어플리케이션 개발업체와 개인들 대부분도 아이패드 구입에 나섰다. 새로운 환경에 맞는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해서다.

아이폰에서 벌어졌던 탈옥이 아이패드에서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해커들의 모임인 ‘DEV-TEAM’은 발매 하루 만에 아이패드 해킹에 성공했다고 밝히며, 시연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블랙레인 개발자 조지 호츠 역시 지난 3월26일 자체 재부팅이 가능한 해킹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며 아이패드에서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패드를 넷북 대체재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사실 아이패드는 동영상·게임·음악·활자 등 문화 콘텐츠를 이용하는 멀티미디어 기기라는 설명이 적당하다. 업무 처리 기기라기보다는 궁극의 휴대용 놀이 기구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그렇기 때문에 해킹 문제가 더욱 중요한 이슈가 된다. 유료 콘텐츠가 무료로 뿌려진다면 애플의 콘텐츠 정책에 큰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아이패드 해킹에 성공했다는 해커들이 구체적인 방법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당분간 애플과 해커들 간에 치열한 탈옥 전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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