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배움 여는 ‘제3의 길’
  • 홍여진 | 한국대학신문 기자 ()
  • 승인 2010.04.13 14:3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태·공동체·인문학 중심으로 ‘실천하는 삶’ 학습하는 ‘대안 대학’에 관심 커져…지역 사회 발전에도 도움

 

▲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에 위치한 대안 대학 풀뿌리사회지기학교 학생들이 학교 교정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최근 대학생들의 ‘대학 거부 선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대안 대학’에 대한 관심이 높다. 대안 대학은 제도권 대학의 획일화된 교육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저항을 넘어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설립된 학교이다. 정부의 인가를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교육 과정을 개설해 생태·공동체·인문학 중심의 대안 교육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 지역의 불씨를 지피는 ‘풀뿌리사회지기학교’

풀뿌리사회지기학교는 2005년 이 학교의 교장인 이신행 연세대 명예교수가 자택을 기증해 만든 대안 대학이다.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고, 사회 변화를 이끌 `사회지기’를 키워내는 것이 목표이다. 이곳에서는 현재 80여 명인 교수를 ‘가르칠이’, 10명인 학생은 ‘배울이’로 부른다.

입학을 위한 시험은 없다. 17세 이상이면 면접을 통해 누구나 배울이가 될 수 있다. 등록금은 1백20만원으로 한 학기 5과목을 배운다. 교육 과정은 3단계로 이루어진다. ‘터닦기’ 와 ‘길찾기’ 과정에서는 토론 위주로 학습하고, ‘사회지기’ 과정에서는 관심 진로를 지역 사회와 연결시키는 1 대 1 방식의 도제식 교육을 실시한다. 

이곳의 학생들은 대안 학교 졸업생, 일반 고교 졸업생, 직장인 등 다양하다. 하지만 기존의 제도권 대학의 교육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찾기 위해 대안 대학을 찾았다는 목적은 같다. 생태마을을 만드는 것이 꿈인 하수용씨(23)는 “인문계 고교를 나와 처음에는 남들처럼 일반 대학에 진학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왜 대학에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대안 대학으로 발걸음을 돌렸다”라고 말했다. 

■ 생태 문화 공간을 창조하는 대안 대학 1호 ‘온배움터’

경남 함양의 온배움터(옛 녹색대학)는 국내 1호 대안 대학이다. 2003년 3월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가 총장을 맡고, 김지하 시인 등 시민·환경단체 인사 33명이 발기인이 되어 출범했다.

온배움터에서는 생태적으로 조화를 이루면서도 그 안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가르치고 있다. 입학은 별도의 시험 대신 3일간 학교에서 합숙하는 체험 면접을 통해 결정된다. 등록금은 국립대 수준으로 한 학기에 1백60만원이다. 자신의 형편에 따라 15%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더 내거나 덜 내거나 할 수 있다.

교육은 기초 과정 2년, 연구생 과정 2년, 전문 과정 2년으로 이루어진다. 자급자족 공동체 생활을 지향하기 때문에 기초 과정 학생 전원은 기숙사 생활을 하며 이론과 노동을 병행하는 수업을 받는다. 캠퍼스로부터 2.5km 떨어진 곳에 조성된 3만평 규모의 생태마을 ‘청미래마을’은 온배움터 학생들의 주요 실습지가 되고 있다.

풀뿌리사회지기학교, 온배움터 등 대안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취업과 거리가 멀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직업 형태가 다를 뿐이다. 풀뿌리사회지기학교의 류한경 교감은 “졸업 후 대안 대학 교사들과의 연대를 통해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거나, 대안 학교의 교사가 될 수도 있다. 생태마을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등 지역 사회에서 보람 있는 일을 스스로 개척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