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안 보이고 ‘언론’만 보였나
  • 이 은 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10.04.2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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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소비자 불만에 즉각 대응하지 않는 사례 점점 늘어…기업 기반 해치는 위협으로 작용

 

▲ 지난해 3월 주문량 증가에 따라 풀 가동되고 있는 LG전자 구미 LCD TV 공장.

이두호씨(33)는 지난 3월 LG전자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가 고장 나 사후 관리(AS) 기사를 불렀다. 담당 기사는 고장 TV를 살펴보더니 “수리하는 데에 58만원이 든다”라고 말했다. ‘비싸다’고 생각하던 이씨는 LG전자 트위터에 ‘불만이 생겼다’라고 썼다. 그러자 LG전자측에서 ‘무슨 불만인지 긴장된다’라는 답이 왔다. 이씨는 수리비가 너무 많다는 불만을 전했다. 그러나 LG전자는 그 후로 6일 동안 아무런 답을 보내오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소비자 피해 구제 나서야 이미지 개선 가능

이씨는 트위터에 이같은 사실을 고스란히 적었다. 파워블로거인 이씨는 트위터에서도 팔로워가 2천명에 이른다. 글을 올린 뒤 몇 시간이 지나 LG전자로부터 서비스센터와 연계해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한 이씨는 자신과 비슷한 불만을 가진 네티즌들의 댓글을 LG전자 트위터에 올렸다. 역시 반응이 없었다. 이튿날 <시사저널>에서 이런 고객 불만을 취재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LG전자측은 그제야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LG전자는 이씨에게 ‘<시사저널>에서 취재가 오면 전화를 부탁한다’라는 내용을 보내왔다. 이두호씨는 “고객 불만을 덮고 넘어가려 하다가 문제가 커질 것 같으면 반응하더라”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시사저널>에 밝힌 ‘지난 5년 동안 소비자 피해 구제 통계’ 자료를 보면, LG전자 소비자 피해 구제 사례는 지난 2007년부터 해마다 50~100%씩 늘어나고 있다. 경쟁 업체인 삼성전자와 비교해서 30%가량 많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LG전자는 2000년 서비스센터를 독립채산제로 전환하면서 제품 고장 탓에 발생하는 고객 관리 비용을 서비스센터로 넘겼다. 그러다 보니 고객 서비스 예산이 부족하다. 이 아무개 LG전자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서비스센터에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2년 무상 수리 대상 제품이 2년이 지나 들어와도 무상으로 서비스해준다. LG전자는 예산이 적어 무조건 규정에 따라 처리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LG전자 홈시어터를 쓰고 있는 민웅기씨(32)는 구입한 지 2년6개월 만에 제품이 고장 나 수리를 요청했다. 민씨는 “몇 번 쓰지 않았다. 무상 수리는 불가능하냐고 물었더니 ‘LG전자 직원이지만 본사 소속은 아니다. 우리는 힘이 없다. 유상수리 하라’라고 답하더라”라고 말했다. 김정자 소비자시민모임 실장은 “2년간 무상 수리로 규정되어 있더라도 6개월 연장해주는 것이 업계 불문율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세천 LG전자 홍보부장은 “사후 관리 서비스는 개별 건수마다 상황이 다 다르다. 몇 가지 불만 사례를 일반화시키는 것은 기업 실정을 모르는 처사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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