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살던 사람 죽어서도 사람 취급 못 받아”
  • 안성모 기자 | 정리·김세희 기자 ()
  • 승인 2010.04.20 17:3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청 직원으로 구성된 사고수습대책본부, 차라리 없는 게 나아”

“속에서 천불이 난다.” 천안함 실종자 수색에 나섰던 어선 금양호가 대청도 해역에 침몰한 지 2주가 지났다. 두 구의 시신이 발견되었지만 이후 이렇다 할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물론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천안함에 쏠리는 동안 금양호 실종 선원 가족들은 가슴만 쓸어내리고 있다. 대책도 없이 사실상 방치된 상태이다.

실종 선원 이용상씨의 동생인 이원상 실종선원가족대책위원장(43)은 인터뷰에 앞서 한숨부터 내쉬었다. 인터뷰 중간에는 감정이 격해진 듯 여러 차례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구청 직원으로 구성된 사고수습대책본부를 보고 있자면 “암담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상황 파악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기적인 브리핑도 없고 그나마 한 번씩 하는 브리핑도 뉴스에 나온 내용이 고작이라고 한다.

시신으로 돌아온 김종평씨의 사정도 딱하다. 각계 인사들이 앞다투어 빈소를 찾았지만, 정작 유가족의 고통을 씻어주지는 못하고 있다. 김씨에게 가족이라고는 5년 동안 동거한 이삼임씨가 유일하다. 미국으로 입양된 아들이 있다고 해서 백방으로 찾아보았지만 아직 별다른 소득이 없다. 결국, 혼인신고도 하지 못한 이씨가 유일한 유족인 셈이다. 조문을 마친 기자에게 이씨는 “가슴이 너무 아파 이제 눈물도 안 난다”라고 했다. 이씨는 사고 소식 이후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사고가 났을 때 바로 갔으면 살았지…”라며 구조 작업이 늦어진 데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한 그녀는 다른 실종 선원들을 모두 찾기 전까지 빈소를 계속 지키겠다고 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열흘이 지난 4월13일 인천 연안에서 이위원장과 인터뷰를 가진 후, 송도 가족사랑 병원에 마련된 김씨의 빈소를 찾았다.

사고수습대책본부가 왜 구청에 결성되었나?

국가에서 하는 일이니까 알 수는 없다. 다만, 사고가 발생한지 엿새가 지나서야 담당자 얼굴을 처음으로 볼 수 있었다. 다음 날 대책본부로 찾아갔는데 구청 직원으로 구성되어 있더라. 이런 일에 경험이 있겠나. 전문가 몇 명이라도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해서 희망을 가졌는데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닌가 보다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실제 대책본부에서는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상황실장인 부구청장이 ‘사실 우리가 조사를 할 수 없는 입장이다’라고 농림부장관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 현재 대책본부 수준에서는 구조나 조사 작업을 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겠나. 필요에 따라 대책본부가 소집된다고 하는데, 지금이 그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그런데 전화 통화도 제대로 안 된다. 직원이라고 와서는 본부로 팩스 보내는 일만 한다. 마치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기분이다.

대책본부에서 상황 브리핑은 잘 하고 있나?

브리핑이랄 것이 없다. 어제(4월12일) 브리핑도 우리들이 계속해서 요구하니까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데 자료를 하나도 준비해 오지 않았다. 서식으로 배포를 좀 해달라 했는데 들고 온 것이 하나도 없다. 급하게 준비하느라 못 했다고 했는데, 급하게 준비한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사고 상황 자료를 좀 갖다 달라고 하면 ‘바빠서 준비를 못 한다’라고 말한다. 대책본부는 이번 사고 상황을 파악하는 데 바빠야 하는 것 아닌가.

수색 작업은 진행이 잘 안 되고 있나?

수중 탐사 장비를 보내달라고 인천방위사령부에 사흘 동안 계속 요청했다. 그런데 사흘 후 돌아온 답변이 아주 걸작이다. ‘백령도에 모든 물자와 장비가 지원되어 있어서 금양호에는 지원을 해줄 수가 없다’라는 것이다. 차라리 그냥 ‘없다’라고 하는 것이 낫지, 사람 염장 지르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그래서 지원을 못 해준다고 하더라.

지금은 수색 작업에 들어가지 않았나.

조원동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이 내려온 그 다음 날 바로 수색 장비인 소나를 배에 탑재해 왔다. 없다던 장비가 나온 것이다. ‘해경과는 관련이 없는 해양연구원에서 지원을 해준 것이다’라는 핑계를 댔는데, 그러면 이전에는 다른 부처에 장비가 있는지 여부도 알아보지도 않았다는 말 아닌가.

초기에 국방부는 귀항 중에 난 사고라 수색 작업과 무관하다는 식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때부터 발 빼기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나중에 우리가 떠들고, 언론이 보도하니까 정정하기는 했지만. 금양호는 구조 협조 요청이 왔기 때문에 그 해역으로 들어간 것이다. 요청 없이는 저인망 어선이 활동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최근 2함대 사령부에 공문을 보냈다. ‘최초에 선원에게 구조 요청을 했던 무선 내용을 달라’라는 요구이다. 그런데 아직 답이 없다.

천안함과 비교할 때 구조 상황은 어떤가?

천양지차이다. 진짜 하늘과 땅 차이이다. 같은 일을 하다가 이렇게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다. 선원은 가장 하급 직업이다. 저인망 어선이 특히 그렇다. 그렇게 어렵게 살았던 사람들이 죽어서도 사람 취급을 못 받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될 일인가. 너무하다.

인도네시아 선원 람방 씨의 시신은 고국으로 돌아갔는데, 다른 가족이 오지는 않았나?

국가에서 막은 것은 아니지만 인도네시아 가족들이 들어오지는 못했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고 정부에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자 인도네시아 대사관이 시신을 수습해 간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보면 나라 망신이다. 얼마나 성질이 났으면 일이 해결도 안 되었는데 시신을 운구해 갔겠나. 그런데도 정부는 부끄러운 줄을 모르고 있다.

▲ 4월13일 인천시 학익동 송도 가족사랑 병원에 마련된, 금양호 침몰로 숨진 고 김종평씨의 빈소를 유족 혼자 지키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의사자 예우 문제는 진행이 되고 있나?

대책본부에서 이미 진행을 시키고 있어야 할 사안이다. 행정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아직 시신도 수습하지 못한 상황이라 이 문제를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 못 된다. 너무 홀대를 당하고 있다. 이번 일은 일반 어선이 어로 작업을 하다가 침몰한 사건이 아니다. 고 한주호 준위는 현역 장병이고, 여기는 일반 어민이라는 신분의 차이가 있다. 더군다나 그분은 경력도 화려하고 하니까 사회적으로 부각이 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영웅이 된 것 같다. 하지만 같은 수색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는데 너무나 대하는 것이 다르다. 똑같이 대우해달라는 소리도 안 한다. 반에 반이라도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 인간의 존엄성은 다 똑같지 않나.

많은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들이 빈소와 가족을 찾아오지 않았나?

국민 여론이 들끓고 언론에서 때리니까 찾은 것 아니겠나. 더구나 선거철이 임박했으니까. 보여주기 위한 쇼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가슴으로 조의를 표하러 온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이들이 다녀갔다고 해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는 없었다.


사고 수습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

지금 정부가 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불 보듯이 뻔하다. 시신을 찾는 데도 협조를 안 해주는데, 다른 일이라고 빨리 진행시키겠나. 절대 아니라고 본다.

정부에 요구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면.

제발 일 좀 하라고 부탁하고 싶다. 지금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 않나. 그리고 무엇보다 대화 통로가 연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의 대책본부는 통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책본부는 없는 것이 더 낫다. 일 진행을 오히려 더디게 만들고 있다. 공문도 우리가 다 만들고 있다. 상부 기관에 직접 전달하면 지금보다는 상황이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