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칸’의 봄바람에 건다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0.04.26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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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 <시> 등 4편 칸 영화제 진출…수상하면 할리우드 대작들과 맞설 경쟁력 얻을 듯

▲ 전도연씨가 주연을 맡은 (아래)가 칸 국제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겨울 방학과 여름 방학 사이, 청소년은 학교로 사라지고 성인들은 꽃놀이에 빠진 이즈음은 극장가에서 비수기로 꼽힌다. 때문에 큰 예산을 들인 블록버스터 영화보다는, 내실 있고 완성도 높은 영화들이 영화의 힘만으로 관객에게 승부를 거는 시즌이기도 하다.

이럴 때 가장 눈에 띄는 흥행 포인트는 ‘영화제’이다. 이미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허트 로커>와
<블라인드 사이드>가 개봉했고, 칸 영화제에 출품하는 우리 영화 <시>와 <하녀> <하하하>가 대기 중이다. 여기에 맞서서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의 첫 번째 주자인 <아이언맨2>가 4월29일 개봉하고, 이어 <글래디에이터>로 사극 블록버스터 장르를 되살려낸 리들리 스콧 감독의 <로빈후드>가 5월13일, 비디오 게임을 영화화한 <페르시아의 왕자>가 5월27일 개봉한다. 할리우드의 대작 액션물에 작품성을 바탕으로 한 중급 예산 규모의 우리 영화가 맞서는 형국이다.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이 다시 사극에 도전한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 <아이언맨2>와 같은 날 맞붙고 이어 우리 영화 <하하하>가 5월6일, <시> <하녀>가 5월13일 차례로 개봉된다. 5월에 개봉되는 한국 영화의 키워드는 칸 영화제이다. 오는 5월12일 개막되는 63회 칸 국제영화제 주요 부문에 출품되는 한국영화는 4편이다. 경쟁 부문에 이창동 감독의 <시>와 임상수 감독의 <하녀> 그리고 공식 부문 중 하나인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 그리고 비공식 부문인 비평가주간 장편 경쟁 부문에 초청된 장철수 감독의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이다. 하지만 칸 영화제는 개막 직전에 깜짝 본선 진출작을 발표하는 ‘관례’가 있어서 후반 작업이 늦어진 임권택 감독의 1백1번째 연출작인 <달빛 길어올리기>가 공식 부문에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칸 영화제 진출작이 국내 흥행과 관련해 주목되는 이유는 화제성 때문이다. 외국 영화의 경우 칸 영화제 수상작은 요즘은 예술영화 상영관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 영화는 본선에 들거나 수상하는 경우 국내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흥행에 도움을 받기도 한다. 2007년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었던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나 2008년 비경쟁 분야에 초청되었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경우 ‘칸에서의 환대’가 국내로 역수입되면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시켰던 경우이다. 이는 2007년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나 지난해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박쥐>, 봉준호 감독의 <마더>에서도 확인된다. <마더>나 <박쥐>의 경우 대중적이지 않은 소재와 화법의 영화였지만 칸 영화제 이후 각각 3백만명과 2백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 윤정희씨가 주연을 맡은 이창동 감독의 .

칸 영화제, 자주 초청하는 ‘칸 패밀리’에 수상 기회 줘

칸 영화제 효과를 최고로 끌어올리는 방법은 본상 수상이다. 칸 영화제는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칸에 자주 초청하는 칸 패밀리들에게 상을 분배해왔다. 칸에서 감독상을 받은 임권택 감독은 <춘향뎐> 등으로 칸과 인연을 이어오다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았고, 박찬욱 감독은 칸 경쟁 부문에 진출시켰던 <올드보이>와 <박쥐>가 모두 본상을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때문에 올해 출품작도 수상에 대한 기대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이창동 감독은 2007년 <밀양>으로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주었다. 2002년 그의 세 번째 감독 작품인 <오아시스>에 출연한 문소리에게는 베니스 영화제의 신인배우상을 받게 만든 데 이어 4번째 작품 <밀양>으로도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따냈다. 이감독은 지난해에는 심사위원으로 칸에 불려갔다. 그가 이번에는 윤정희를 주연으로 한 신작 <시>를 칸의 경쟁 부문에 올려놓았다. 그의 다섯 번째 감독 작품이, 세 작품 연속으로 국제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따낼지가 주목되고 있다. 또 다른 경쟁 부문 진출작인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전도연에게 마케팅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임상수 감독 또한 <그때 그 사람>으로 2005년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된 이력이 있다. <하녀>는 알려졌다시피 김기영 감독의 1960년도 작품이다. 김감독 자신이 이를 1971년에 <화녀>(윤여정 주연)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했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두 번째 리메이크인 셈이다. 오리지널 <하녀>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지원 아래 2008년에 디지털 복원판이 칸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이만 하면 칸에서<하녀>가 주목받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이번 칸 영화제에서 <시>의 윤정희, <하녀>의 전도연 못지않게 배우 윤여정도 화제가 될 만하다. <하녀>의 1970년대 리메이크판인 <화녀>의 주인공이었던 윤여정은 2000년대판 <하녀>에 늙은 하녀 역으로 출연하고,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출품되는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에도 조연으로 출연해 한 해에 칸의 레드카펫을 두 번 밟는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이는 지난 2004년 배우 유지태가 자신이 주연한 <올드 보이>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 동시에 칸 경쟁 부분에 진출한 이후 처음인 기록이다.

<여자는…>으로도 칸에 진출했던 홍상수 감독은 올해 <하하하>로 여섯 번째 칸의 레드카펫을 밟는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경쟁 부문이 아니라서 미디어의 관심에서 열기가 떨어지는 것은 약점이다. 칸 영화제도 기본적으로 상업적인 이벤트임은 부인할 수 없다. 칸 영화제의 평가가 절대적인 것도 아니다. 다만, 칸 영화제의 수상 라벨이 할리우드산 대작 영화에 맞서는 한국 영화 흥행에 도움이 되었다는 점에서 수상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33회 상파울로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탄 우리 영화 <섹스볼란티어>가 온라인 배급을 무료로 한다고 선언했다. <섹스볼란티어>는 장애인의 인권을 다룬 영화로, 기획하고 만드는 데만 5년이나 걸렸고 실제로 중증 장애인이 출연한 영화이다. 하지만 지난해 출품했던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비디오테이프가 불법으로 유출되는 등 영화가 개봉되기도 전에 시련을 겪었다.

 

제작자이자 감독인 조경덕 감독은 “영화에서 장애인의 성을 다룸으로써 장애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환경과 편견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를 완성한 뒤에도 영화 상영과 장애인 영화라는 편견과 싸우고 있다. 상업 영화로서 ‘너무 무겁다’는 극장업자의 편견에 부딪혀 영화관을 잡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무료 온라인 상영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장애인들이 이 영화를 안 보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에 장애인들의 접근성이 좋은 온라인 상영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왜 ‘무료 상영’일까. 이에 대해 그는 “섹스가 들어간 제목이 웹하드 업체 등 콘텐츠 불법 유통업자들의 배만 불려줄 가능성이 크다. 불법 다운로더들이 이 영화로 인해 이득을 못 얻게 하고 이 영화에 자원봉사해준 수많은 기부자들에게 영화를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무료 상영을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 G-포스:기니피그 특공대
5월에는 가정의 달답게 가족 단위 이벤트도 많고, 그것을 겨냥한 영화도 많이 나온다. 대표적인 장르가 만화영화이다. 만화영화의 종가집 디즈니에서는 지난 4월22일 <G-포스:기니피그 특공대>를 개봉한 데 이어, 5월5일에는 <토이스토리1, 2>를 3D로 변환한 작품을 개봉한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제작한 만화영화는 3D 전환이 용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디즈니측은 모든 프레임을 3D로 변환하는 작업을 거쳤기에 최근 개봉해 악평을 받았던 일부 3D 영화와는 품질이 다를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토이스토리>와 맞대결을 피해 오는 5월20일 개봉하는 드림웍스의 <드래곤 길들이기>도 3D 장편 만화영화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개봉되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상당한 흥행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개봉관에서 예고편만 몇 개월째 틀어주면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3D 기술의 테크닉을 과시하는 쪽으로 만들어진
<드래곤 길들이기>에서는, 정작 3D 기술력의 정점은 <아바타>에서 모두 보여주었기에 관객을 끌어들이는 이야기의 힘이 흥행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월29일 개봉하는 극장판 <케로로 더무비5 : 기적의 사차원섬>이나 5월5일 개봉하는 <참새들의 합창>도 눈여겨볼 만하다. <케로로>는 고정 팬이 두텁다. 전작 <천국의 아이들>에서 아이들의 맑은 영혼을 보여주었던 이란의 마지드 마지디 감독은 이번에는 가슴 뭉클한 가족 드라마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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