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MB에도, 반 전교조에도 예비후보들은 뭉치지 않았다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10.04.26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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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감 선거, 보수·진보 양 진영 모두 단일화 내용과 방법에 의견 충돌…다자 구도 될 가능성 커

<시사저널>은 점차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와 관련해 ‘예비후보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번 호에는 첫번째 순서로 곽노현·박명기 예비후보를 인터뷰했다.

▲ 4월20일 경실련회관에서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는 예비후보들이 공명 선거를 약속하는 서약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는 ‘프레임 전쟁’이라는 말이 있다. 선거 과정에서 프레임이 어떻게 구성 되느냐에 따라 최종 승부가 판가름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장에 나선 어느 한 쪽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을 때 프레임의 영향력은 더욱 강력해진다. 이번 6월2일 교육감 선거에서도 보수·진보 진영 간 프레임 다툼이 치열할 전망이다. 최근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비롯한 교원단체 소속 교사 명단을 공개한 것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의원은 “학부모의 알 권리를 위해 명단을 공개한다”라고 밝혔지만, 명단 공개 파문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은 채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보수 진영은 일제히 환영하고 나선 반면, 진보 진영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선거에 나선 예비후보들도 마찬가지다. 보수 성향의 후보들은 대부분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진보 성향의 후보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번 명단 공개는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선거를 ‘전교조 대 반(反)전교조’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이 프레임은 지난 2008년 첫 직선제 선거에서 효과를 보았다. 당시 공정택 후보는 선거 막판 서울시 전역에 ‘전교조에 휘둘리면 교육이 무너진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고, 결국 진보 진영 단일 후보인 주경복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이는 전교조 교사 명단 공개가 선거를 앞둔 일종의 정치적인 카드로 인식하게 만드는 근거가 되고 있다. 진보 진영의 단일 후보인 곽노현 예비후보는 “2년 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재미를 보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 그런데도 또다시 똑같은 것을 들고 나왔다”라고 비판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이번 선거를 현 정권의 교육 정책에 대한 찬반을 묻는 ‘MB 교육 대 반MB 교육’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반MB 교육’을 기치로 내걸어 당선된 ‘김상곤 모델’이 이번 선거에서는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 진영이 어느 정도 결집력을 갖느냐가 가장 크게 남아 있는 변수라는 지적이 많다. 후보 단일화 여부와 이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주목하게 되는 배경이다. 보수 진영보다는 진보 진영이 한 발짝 앞서 나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어느 한 쪽도 깔끔하게 정리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진보 성향 후보들 간에는 일차적으로 단일화가 성사되었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지난 4월14일 시민 추대위원회는 경선을 통해 곽노현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를 단일 후보로 선출했다. 서울시 교육위원인 이부영·최홍이 예비후보가 곽후보와 함께 끝까지 완주했다. 하지만 박명기 예비후보는 비민주적인 경선 방식과 운영을 비판하며 중도에 이탈했고,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을 역임한 이삼열 예비후보도 경선 마감 직전 레이스를 중단했다.

곽노현 후보측은 진보 진영의 단일 후보이자 반MB 교육의 대표 주자가 결정되었다며 선거 행보에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서울 곽노현, 경기 김상곤’ 투톱 체제로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하지만 박명기 후보측은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독자 출마에 나설 태세이다. 박후보는 이번 선거가 “다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 보수 성향의 시민·교육단체 회원들이 4월6일 ‘반(反)전교조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경선 통해 결정되어도 독자 행보 계속하는 후보 못 막을 듯

보수 진영은 이보다 더 복잡하다. 현재 출마를 선언한 보수 성향 후보는 10여 명에 이른다. 후보 단일화는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이다. 보수 시민·교육단체로 구성된 바른교육국민연합(약칭 바교련)이 경선의 장을 마련했다. 두 차례 토론회를 가진 후 5월6일 단일 후보를 확정짓겠다는 목표이다. 하지만 보수 성향 후보 전체를 아우르기에는 힘이 부쳐 보인다. 바교련 관계자는 “후보 몇 명이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반전교조’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현재 경희대 교수인 권영준, 용산고 교장을 역임한 김걸, 서울시 부교육감 출신인 김경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지낸 김성동, 서울교대 총장을 지낸 김호성, 서울고 교장을 역임한 이경복, 서울시 교육위원인 이상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을 지낸 이원회 예비후보 등이 경선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덕성여중 교장을 지낸 김영숙, 서울시 교육기획관 출신인 남승희 예비후보 등은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단체를 통해 단일 후보로 선출되어도 대표성을 인정받을 수 있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벌써부터 나온다. 경선에 참여할 뜻을 밝힌 한 후보측은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부분에는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에는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 사전에 조율이 안 된 상태에서 무조건 참여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는 입장을 밝혔다.

보수 진영 내 각 세력이 밀고 있는 후보가 각양각색이라는 점도 단일화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정통적인 보수 세력과 뉴라이트 세력의 입장이 다르고, 한나라당 주류인 친이(친이명박) 진영 내에서도 교통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결국, 경선을 통해 단일 후보가 결정되더라도 다른 후보들의 독자 행보까지 막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물론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지면서 후보 간 합종연횡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았다. 프레임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대결 상대가 명확해야 한다. 유력 후보의 윤곽이 드러나면 이들을 중심으로 힘이 급격히 쏠릴 것으로 보인다. 그 결집 정도에 따라 승자와 패자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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