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랑에 눈·손·목 ‘퉁퉁’
  • 석유선 | 의학칼럼니스트 ()
  • 승인 2010.05.0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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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없이 한시도 못사는 현대인을 위한 건강 지침 / ‘모바일 중독’으로 진전되면 신체 곳곳에 통증 유발

ⓒ시사저널 우태윤

올해 초 회사 지원금 덕분에 구닥다리 휴대전화 대신 스마트폰으로 교체한 고재현씨(33). 휴대전화 하나 바꿀 뿐이라고 쉽게 생각했던 그의 삶이 순식간에 변해버렸다. 고씨는 이제 자타 공인 ‘얼리어답터’이다. 스마트폰으로 생활에 유용한 각종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해 게임, 회화 공부, 은행 업무(모바일뱅킹)까지 손안에서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문서를 읽고 쓰고 이메일을 출퇴근 지하철에서 할 수 있게 되어 습관처럼 하던 야근도 확 줄었다. 오랫동안 연락이 뜸했던 대학 동창들과도 트위터, M톡, 카카오톡 등으로 실시간으로 일상을 공유하니 ‘살 맛 나는’ 요즘이다.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하루 종일 스마트폰에서 손을 떼지 않는 고씨는, 최근 들어 순간순간 손가락이 저리고 아파오는 등 컴퓨터를 하거나 노트에 필기를 하기도 힘들 만큼 통증을 느끼고는 한다. 알고 보니 이유는, 그가 몇 개월째 손에서 놓지 못했던 스마트폰에 있었다.

손목질환·목 디스크·안구 건조증 등 건강 위협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월평균 휴대전화 사용 시간은 평균 3백20분으로 집계되었다. 이것은 독일의 3배, 일본의 2.3배에 해당할 정도로 발신자 과금 시스템 채택 국가 중에서는 가장 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씨처럼 휴대전화가 없으면 안절부절못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이폰의 선풍적인 인기로 인해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지는 분위기이다.

남궁기 연세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집 밖에서 활동 시간이 많은 한국인의 경우 유독 휴대전화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오거나 잃어버리면 불안·초조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등 모바일 중독 증상을 보이기 쉽다”라고 분석했다.

모바일 중독이 심하면 우울, 불안, 수면 장애, 적응 장애 등 정신적 질환뿐만 아니라 신체적으로 눈에 띄는 질환이 발생한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 바로 고씨에게 생긴 ‘손목 터널 증후군’이다. 사람의 뼈 2백6개 가운데 한쪽 손에만 열네 개의 손가락뼈와 다섯 개의 손바닥뼈, 여덟 개의 손목뼈 등 전체 뼈의 25%가 양쪽 손에 몰려 있다. 이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수많은 힘줄과 인대이다. 이 힘줄과 인대를 휴대전화나 컴퓨터 등으로 혹사시키면 손가락과 손목에 질환이 생기게 된다. 일명 ‘엄지족’에게 많이 발생하는 이 질환은 하루 종일 스마트폰과 터치폰을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 손목이 계속 아프고 손가락 통증, 저림 현상이 계속된다. 심하면 아예 힘을 못 쓰게 되면서 글씨 쓰기나 전화번호 누르기, 단추 잠그기 등 아주 쉬운 활동도 할 수 없게 된다.

손뿐만 아니라 목도 모바일 중독으로 인해 통증이 생기기 쉽다. 휴대전화나 PMP, DMB 등을 통해 게임이나 동영상을 보기 위해 오랫동안 고개를 파묻고 작은 액정화면에 몰입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특히 장기간 눈높이보다 낮은 화면을 내려다보게 되면 고개를 숙인 자세가 습관적으로 반복되어 목에 통증이 오기 쉽다. 이처럼 장시간 휴대 기기 사용으로 목이 아프다면 ‘거북목 증후군(turtle neck syndrome)’을 의심해볼 수 있다.

버티는 힘이 약한 목뼈(경추)는 계속 한곳을 보게 되면 C자 모양(정상)이 아니라 일직선으로 뻗게 되어 거북이처럼 구부정하게 앞으로 목이 굽어 나오는 형상을 띄게 된다. 거북목이 심하면 목 디스크까지 생길 수 있다.

목에 통증이 심하면 두통이 생기기 쉽다. 하루 종일 컴퓨터를 사용하거나 스마트폰, PMP에 집중하다가 고개를 들었을 때 갑자기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러움을 느끼는 것도 모바일 중독에 따른 한 증상으로 볼 수 있다.

눈의 피로도 모바일 중독에 따른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 액정화면이 커지고 있다지만 스마트폰과 DMB, PMP 등은 손바닥 정도의 사이즈로 이를 계속 집중해서 보게 되면 눈의 피로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진경현 경희의료원 안과 교수는 “작은 화면을 너무 집중해서 보게 되면 눈의 초점을 조절하는 근육에 무리가 가면서 눈이 쉽게 피로하게 된다. 특히 눈을 한군데에 집중시키면 깜빡이는 횟수가 줄어들어 안구건조증이 올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모바일 중독을 피하는 지름길은 휴대전화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휴대전화 없이 생활해보는 것이 좋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라도 휴대전화 등을 집에 두고 산책을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하루에 10회 정도 이하로 줄이는 등 점차 사용 횟수를 줄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 손목 터널 증후군 같은 증상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바른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또한, 손목을 자주 쉬게 하고 손가락 마사지와 스트레칭을 수시로 해주는 것이 좋다.

거북목 증후군에 따른 목 디스크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스트레칭이 중요하다. 한 시간에 10분 간격으로 휴식을 취하고 그때마다 간단한 목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너무 크게 고개를 돌리거나 목을 갑자기 휙휙 돌리는 것은 되레 독이 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천천히 부드럽게 고개를 돌리고 젖히는 방식이 최상의 목 운동이다.

장시간의 모바일 기기 사용에 따른 안과질환을 피하려면 조명에 크게 유의해야 한다. 야외에서 너무 강한 빛이나 야간의 너무 어두운 조명은 모두 해악이 된다.

안구건조증을 피하려면 의식적으로 눈을 깜빡여 눈물을 유도하고, 먼 곳을 가끔 보면서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식염수는 눈물 성분을 씻어낼 수 있어 잦은 사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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