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명단 공개 막후에는…
  • 글 김지영 기자 | 사진 유장훈 기자·연합뉴스 ()
  • 승인 2010.05.0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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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때아닌 ‘조전혁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위 사진)이 법원의 판결을 어기고 홈페이지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원이 속한 단체의 명단을 공개하면서부터다.

조의원의 ‘도발’에 교총과 전교조 등 교원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법원은 조의원이 법원의 통보를 받은 날부터 홈페이지에서 명단을 삭제하지 않으면 하루 3천만원씩 벌금을 내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명단을 공개하는 일에 동참하고 나섰다. 정두언 의원(오른쪽 사진 가운데)은 ‘조폭 판결’이라는 말까지 동원해 법원을 비판하며 조의원을 거들고 나섰다. 명단 공개에 동참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더 늘어날 기세이다. 집권 여당 의원들이 법원의 결정에 정면으로 맞서는 이례적인 형국이다.

조의원의 명단 공개는 크게 주목되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의 교사가 전교조에 속해 있는지 여부를 알고 싶어 했다.

조의원의 홈페이지는 접속이 많아 마비되었다. 명단을 공개하는 것에 찬성하는 이들은 찬성해서 몰려들었고, 반대하는 이들은 반대해서 몰려들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이번 일로 조의원은 전국적인 인물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보수 세력의 한 아이콘으로서 나름의 상징성을 획득했다는 것이다.

조의원이야 원래부터 전교조와 갈등해왔으니 명단 공개가 소신이라고 쳐도, 한나라당 의원들 여럿이 법원 판결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명단을 공개하고 나서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특히 선두에 한나라당 지방선거 기획위원장인 정두언 의원이 서 있다는 데 주목한다. 여권은 진작부터 지방선거 판도를 ‘정권 심판론’으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이른바 ‘틀’을 바꾸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여권 전략가들은 ‘색깔’을 주요한 ‘틀’로 보고 있다. 보수-진보 구도이다. 천안함 정국과 맞물려 이러한 프레임으로 지방선거를 치르면 해볼 만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명단 공개’는 이제 본격적으로 정국이 지방선거 샅바 싸움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국민들은 누구보다 솔선수범해서 법을 지켜야 할 국회의원이 법원 판결에 불만이 있다고 집단 반발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고 묻고 있다. 법원 판결이 못마땅하면 법적 절차를 따를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과 똑같이 ‘불복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가르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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