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도 힘든데 탈레반까지?”
  • 워싱턴·최철호 통신원 ()
  • 승인 2010.05.11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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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차량 폭발 테러 미수 사건 이후 긴장감 고조…오바마 대통령의 미온적인 대응도 도마 위에

뉴욕 타임스퀘어 차량 폭발 테러 미수 사건의 배후가 파키스탄 탈레반으로 좁혀지면서 미국 정부가 파키스탄 탈레반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8월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 바이툴라 메수드가 미국 무인항공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었다. 그러나 그의 오른팔이면서 ‘페다옌 알 이슬람’이라는 군사 조직의 지도자인 하키물라 메수드가 인터넷에 나와 자신이 이번 뉴욕 사건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그가 앞으로 더 많은 미국 내 공격이 임박했다고 주장하자 미국 중앙정보국(CIA)을 중심으로 탈레반을 더욱 주목하는 것이다.

▲ 지난 5월1일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연기가 나는 수상한 차량이 발견된 뒤 대피한 시민들이 한곳에 모여 있다. 경찰은 폭탄이 실린 이 차량을 조사하는 동안 타임스퀘어 일부를 봉쇄했다. ⓒAP연합

사실 파키스탄 내 탈레반은 오사마 빈 라덴을 비롯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잠입한 테러범들이 이들의 도움을 받으며 은신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래전부터 감시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러나 파키스탄 정부의 확실치 않는 태도로 인해 미국의 탈레반 진압은 흐지부지된 상태였다. 이번 사건으로 미국과 파키스탄의 관계도 다소 껄끄러워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탈레반을 소탕해야 한다는 의지가 새삼 강조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미국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성패는 파키스탄의 탈레반 제거 여부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에 따라 미국은 파키스탄 정부에 대해 탈레반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까지 미국이나 파키스탄 정부 인사들 가운데 탈레반에 대한 군사적인 공격이나 모종의 작전을 언급한 이는 없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수행하면서 파키스탄에서까지 작전을 펼칠 여력은 없다. 또한, 파키스탄의 경우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남편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가 미국에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를 악화시키면서까지 군사적인 행동을 취하기는 어렵다.

파키스탄 탈레반의 수장 격인 하키물라 메수드는 지난 5월2일 파키스탄 내 남부 지역인 와지르스탄의 탈레반 거점 지역에서 다른 세 명의 탈레반 지도자와 함께 나타나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파키스탄 탈레반이 미국과 파키스탄 정부에 대항할 것이라고 강조해 오히려 국제 사회에서 이들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것을 각인시켰다.

▲ 5월3일 뉴욕 경찰이 제공한 감시 카메라 사진에서 한 남자가 뉴욕 거리에서 셔츠를 벗고 있다. 경찰은 타임스퀘어에서 차량 폭탄 테러를 기도한 용의자가 사진에 나와 있다고 밝혔다. ⓒAP연합
미국 정부, 파키스탄 탈레반 대응책 마련에 부심

파키스탄 탈레반에 대한 목표 의식이 뚜렷해진 가운데 미국의 정치적인 상황도 대처를 요구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줄곧 지적되어온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오바마 정부가 출범한 이후 미국이 테러에 더 취약해졌다”라는 비판이기 때문이다. 물론 딕 체니 전 부통령의 전술적인 비난 전략의 일환으로 증폭되어 보이기도 했지만, 피부로 와 닿는 미국인들의 안보 불안감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성탄절에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랍이 디트로이트 공항 항공기 내에서 폭발물을 터뜨리려다 실패한 경우에서 보듯 잠재적 테러 용의자들에 대한 대응에 아직도 미숙함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의 경우에도 샤자드가 뉴욕 공항에서 체포되기 전 항공사 직원들은 그가 테러 용의자로 지목되어 있는 사실을 모르고 아랍에미리트연합행 항공기에 탑승시키는 실수를 범했다. 다행히 이민국 직원이 그를 알아보고 항공기 출발을 봉쇄해 기내 보안요원들에 의해 체포하기는 했다.

압둘무탈랍이 폭탄을 가지고도 스캐너를 통과했던 것이나, 그가 테러 잠재 용의자이면서도 항공기에 탑승했던 점 그리고 이번 샤자드의 항공기 탑승 등은 모두 오바마 정부가 안일하게 테러에 대응했다는 비난으로 모아진다. 불안한 정부라는 지적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오바마 정부가 수세에 몰리게 된 배경이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에릭 홀더 법무부장관이나 제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장관, 로버트 게이츠 국방부장관 등이 모여 대테러 임무를 정비하는 것은 물론, 주요 테러 세력인 파키스탄 탈레반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파키스탄 북서쪽 접경 지역에서 출생해 어린 시절에 미국으로 이민하여 지난 2009년 미국 시민권을 갖게 된 샤자드는, 미국의 대학에서 컴퓨터와 엔지니어링 분야의 학위를 두 개나 소유하면서 보안 당국의 눈에 띄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최근 경제난에 빠져 살던 집이 압류되는 고초를 겪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가 전임 대통령인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미국을 공격한 이유는 경제적인 몰락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은 오바마 대통령이 테러 대응에 약하다고 비판받는 것을 다소 위로해줄 수는 있으나 어쨌든 이번 사건의 처리는 현 정부의 몫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테러 사건 막후에는 테러에 대한 대처 미흡과 탈레반에 대한 비난, 경제 위기에 따른 민심 이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내의 문제, 즉 현재 오바마 정부가 직면한 다각적인 문제점이 한꺼번에 노출된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즉, 압둘무탈랍이나 샤자드 모두 미국 당국의 조사에 순순히 응하면서 탈레반에 대해 세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가 테러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가능케 할 수준이라고 말할 정도이다. 이런 점은 오바마 정부가 탈레반 테러 세력을 제압하는 단초를 확보하거나 새로운 대응 작전을 가능하게 하는 기초 요소로 작용해 미국과 파키스탄 정부가 얼굴을 붉히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들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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