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에서 달라져야 하는 것들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10.05.11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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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에 명함을 받았습니다. 시의원과 구의원에 출마하려는 이들이 지하철역 입구에서 명함을 돌리며 허리를 90˚로 굽혔습니다. “ooo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소리 높여 외쳤습니다. 제가 사는 노원구에서만 이런 풍경이 펼쳐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마 경향 각지에서 이와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겠지요. 5월13일부터 이루어지는 후보 등록이 끝나면 출마자들의 목소리는 더 높아지고, 허리는 더 굽혀질 것입니다. 

날씨도 풀리고 상황이 이러니 이제 지방선거철이 제대로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 같으면 지금쯤 정국이 완전히 선거 분위기일 텐데, 이번에는 올봄 날씨만큼이나 얼어붙었습니다. 하지만 천안함 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는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선거 열기가 너무 없다고 걱정하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차분하게 후보를 돌아볼 수 있는, 꼼꼼하게 뜯어볼 수 있는 계기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선거 때면 바람이 불었습니다. 어떤 때는 ‘탄핵 바람’, 어떤 때는 ‘북한 바람’, 어떤 때는 ‘지역 감정 바람’ 등 바람 잘 날이 없었습니다. 이런 ‘바람’을 통해 치른 선거들의 결과가 어떠했습니까. 후보들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바람’에 따라 뽑다 보니 검증되지 않은 이들이 공직에 다수 진출했습니다. 유권자가 무섭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이, 공천권을 쥐고 있는 중앙 정치권만 바라보거나 지역 업자들과 카르텔을 형성해 이권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최근 잇달아 터진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비리는 절로 악! 소리가 나오게 할 정도입니다. 행태도 백화점식입니다. 승진 대가로 돈을 받아 챙깁니다. 용도 변경을 미끼로 뇌물을 받습니다. 관급 공사를 특정 업체에 몰아주고 이권을 챙깁니다. 심지어는 별장과 아파트까지 받은 단체장까지 나왔습니다. 특정 정당의 ‘텃밭’이라고 불리는 지역에서 비리 사건이 많이 터지다 보니 “정당의 공천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 “비리 단체장을 공천한 정당도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맞는 말입니다. 문제가 된 단체장을 공천한 국회의원이나 정당은 우선 주민들에게 진솔하게 사과해야 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유권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투표를 해야 합니다. 낮은 투표율은 조직표의 힘을 키우고 선거에 대한 관심, 후보자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립니다. 선거 팸플릿도 열심히 읽어보고, 가능하면 유세도 직접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선거 때는 물론 그 이후에도 유권자들이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비리는 줄어들 것입니다. ‘바람’에 휘둘리는 투표, 정당만 보고 찍는 ‘묻지 마 투표’는 이제 버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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