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독’이 당신을 노린다
  • 김세희 기자 (luxmea@sisapress.com)
  • 승인 2010.05.1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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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 일상에 널려 있어…열 가하거나 자외선 쬐면 발암물질까지 내뿜기도

ⓒ시사저널 우태윤

 인간은 화석 연료를 재처리해 생분해되지 않는 비가역적 생산물을 만든다. 원유에서 추출한 온갖 화학 물질이 플라스틱 용기, 생활용품, 의약품, 화장품 주재료로 쓰이면서 집안 곳곳에 쌓인다. 화학 물질은 인체에 해로운 독성을 갖고 있다. 열을 가하거나 자외선에 노출되면 독성 물질로 바뀌거나 발암 물질을 내뿜는다. 플라스틱 제품에서 검출되는 독성 물질은 입이나 피부,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흡수되어 면역력이 낮은 유아나 어린이, 노약자에게 갖가지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제 세계는 그동안 애써 무시했던 ‘가정의 독(household toxin)’, 화학 물질의 위협에 주목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생활 주변에 가득한 화학 물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피고 독성 물질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요령이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 비스페놀A | 젖병, 캔, 치아보철, 주방용품

미국 ‘캘리포니아 환경연구정책센터’는 2007년 2월 ‘유독성 아기 젖병 : 투명 플라스틱 젖병에서 검출된 화학 물질’이라는 보고서에서 “유독성 환경 호르몬 비스페놀A가 폴리카보네이트(PC) 플라스틱 재질의 젖병에서 검출되었다”라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비스페놀A를 성장, 신경, 생식에 해를 끼치는 독성 물질로 규정하고 신생아와 태아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 외에도 비스페놀A가 인체에 장기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비스페놀A는 환경 호르몬이다. 환경 호르몬은 내분비계를 흐트러뜨려 적은 양으로도 생식 기능을 저하시키고 성장 장애, 기형, 암을 유발하기도 한다.  

▲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의 젖병을 고온에서 삶을 경우, 비스페놀A가 검출될 수 있다. ⓒ뉴시스

비스페놀A는 창문이나 렌즈에 쓰이는 투명하고 단단한 합성수지인 폴리카보네이트의 성분이다. 이 플라스틱은 젖병이나 물병을 포함해 생활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갖가지 소비재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에폭시 수지에서도 비스페놀A가 발견된다. 에폭시 소재는 캔의 내벽이나 치아 보철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화합물이다. 비스페놀A는 코, 입 같은 호흡기나 피부를 통해 인체에 흡수된다. 비스페놀A는 PC(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든 플라스틱이 세제나 뜨거운 액체에 노출되면 녹아 나온다. PC로 만든 플라스틱 컵이나 포크, 칼, 숟가락을 뜨겁게 하거나 지방이 많은 음식을 담을 때 비스페놀A가 음식에 녹아 들어갈 수 있다. 이 밖에 음식물이나 액체가 담긴 캔이나 치아 보철에서 비스페놀A가 검출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젖병을 삶아 쓴다. 그만큼 비스페놀A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PC로 만든 젖병은 피하는 것이 좋다. 젖병을 고를 때 부분별 재질을 확인해야 한다. 젖병을 삶는 것을 감안하면 가열할 때 비스페놀A가 녹아 나올 수 있는 재질은 피하고 유리 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유리 젖병이 불편하다면 PES(폴리에테르설폰)나 PPSU(폴리페닐설폰)로 만든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PES나 PPSU 젖병에서는 비스페놀A가 검출되지 않는다. 

▲ 플라스틱 용기에 뜨거운 음식을 담을 경우 독성 화학 물질이 녹아나올 수 있다(왼쪽). 립 제품에 함유된 산화 방지제가 피부를 통해 흡수될 수 있다(오른쪽). ⓒ시사저널 이종현·유장훈

■ 옥시벤존 | 선크림, 립밤, 보습제

옥시벤존은 벤조페논에서 파생된 물질이다. 자외선 차단제나 화장품 성분으로 사용된다. 옥시벤존은 호르몬 장애를 일으키거나 저체중아 출산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사 결과 미국인 97%의 소변에서 이 물질이 발견되었다. 지금까지 노출 수준은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옥시벤존을 피부에 발랐을 때 소량이 혈관으로 흡수될 수 있지만, 곧 분해되어 소변으로 배출된다는 것이다. 대다수 국가는 특정 농도 이하는 자외선 차단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미국은 최고 농도를 6%로 제한하고 있고, 유럽연합(EU) 지역에서는 10%이나 0.5% 이상 함유할 경우에 표기를 의무화하고 있다. 한국은 배합 한도를 5%로 규정한다. 옥시벤존 사용이 꺼려진다면, 자외선 차단제 용기 뒷면 성분 란에 ‘옥시벤존(벤조페논-3)’이 쓰여 있는지를 확인하라. 뉴트로지나 ‘에이지 쉴드 선블럭 SPF30’은 벤조페논-3을 포함하고 있다.

■ 퍼플루오로옥탄산염(PFOA) | 프라이팬

퍼플루오로옥탄산염(PFOA)은 프라이팬 바닥 코팅제에서 검출되는 화학 물질이다. PFOA는 포장지 코팅재나 방수 마감재에 함유되고 있다. PFOA는 산업폐기물, 카펫, 카펫 클리너, 집 먼지, 물, 음식, 혈액에서도 검출된다. 동물 실험에서 간 비대증이나 발달 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 인체 유해성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국립 타이완 대학 연구팀은 지난 1월14일 ‘PFOA와 간 기능의 상관관계’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2천2백명을 상대로 혈액 내 PFOA 농도와 간 효소 수치가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 효소는 장기가 제 기능을 하는지 나타내는 표지자로 수치가 높을수록 간경화·간염·뇌출혈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환경보호국(EPA)는 2015년까지 PFOA 사용을 중단할 것을 제조업체에 촉구하고 그때까지는 바닥 코팅제가 함유된 프라이팬을 고온에서 가열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 파라벤 | 화장품, 샴푸, 방취제(데오도란트)

파라벤은 비누, 샴푸, 베이비로션, 방취용 화장품 같은 피부·모발용 제품에 쓰이는 화학 물질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샴푸 가운데 미쟝센, 덴트롤, 려, 케라시스, 에스따르가 메틸파라벤을 함유하고 있다. 파라벤은 화장품이 미생물에 오염되는 것을 막는 화학 방부제(보존제)이다. 화장품은 길게는 몇 개월에 걸쳐 사용하는 제품이라서 방부제가 함유되어야 한다. 유니레버 바셀린이 판매하는 ‘페이스로션’과 ‘핸드앤네일로션’은 메틸파라벤, 프로필파라벤을 함유하고 있다. LG생활건강 나나스비 ‘산뜻로션’은 메틸파라벤과 에틸파라벤을, 존스앤존스 뉴트로지나 ‘바디모이스처라이저’는 메틸파라벤과 프로필파라벤을 함유하고 있다. 존슨즈베이비 소프트로션 ‘올데이모이스춰’에는 메틸파라벤, 에틸파라벤, 프로필파라벤까지 담겨 있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공중보건학교실은 자신들의 논문 ‘파라벤류가 수컷 성 성숙에 미치는 시험 연구’에서 ‘파라벤은 에스트로겐성이 강하게 나타나 식품이나 화장품의 보존제로 사용되어 과도하게 노출되면 내분비계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반면, 국내 식품의약안전청이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파라벤은 안전성이 입증된 보존제’로 분류한다. 파라벤의 유해성에 관한 논란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김 아무개 연구원은 “파라벤이 적정 농도 내에서는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파라벤에 대한 논란 자체가 소비자를 불안하게 한다”라고 말했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 브롬계 난연제(decaBDE) | 카펫, 가구, 전자제품

미국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브롬계 난연제(decaBDE)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있다. EPA가 브롬계 난연제 사용을 중지할 것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난연제는 제품이 쉽게 불에 타지 않게 하기 위해 쓰는 물질이다. 그 가운데  브롬계 난연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다. EPA 관계자는 “decaBDE가 환경에 잔류해 암을 유발하거나 뇌 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자연환경에서 종종 발견되는 야생 생물에 유해한 독성 물질로 분해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에서는 성인 건강을 해칠 만한 수준의 decaBDE가 발견되지 않았다. 혈액이나 모유에서 낮은 수준의 decaBDE가 검출되고 있다. 면역 체계가 갖춰진 성인보다 영·유아에게 주의를 요한다.

■ 프탈레이트 | 어린이 장난감, 세제, 샴푸

프탈레이트는 폴리염화비닐(PVC)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 첨가물이다. 화장품, 장난감, 세제 같은 갖가지 PVC 제품이나 목재 가공품, 향수 용매, 가정용 바닥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쓰인다. 알약 코팅 재료로 프탈레이트가 사용되기도 한다. 프탈레이트는 발암 물질이다. 세계 각국은 환경 호르몬 추정 물질로 분류하고 어린이 제품에 프탈레이트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6년부터 플라스틱 재질 완구나 어린이용 제품에 프탈레이트계 물질 3종을 사용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아이들은 물건을 입으로 가져가는 습성을 갖고 있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입으로 빨 때 침과 함께 인체에 흡수되면 간, 신장, 고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코넬 대학은 지난 1월30일 ‘태아가 프탈레이트에 과다 노출되면 아이들이 4~9세쯤 행동 장애 같은 신경 발달 장애를 겪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산모가 지나치게 프탈레이트에 노출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코넬 대학 연구팀은 ‘화장품, 로션, 샴푸 같은 여성용 제품에 프탈레이트가 함유되어 있다’라고 강조했다. 산모가 프탈레이트가 함유된 여성용 제품을 무심히 사용하면 태아가 프탈레이트에 노출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 뷰틸하이드록시아니솔(BHA) | 껌·시리얼·화장품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지난해 6월 껌류 29종을 조사하고 ‘일부 껌 제품에서 표시하지 않은 산화 방지제가 검출되었다’라고 발표했다. 산화 방지제는 유통 기한 내에 원료가 산화되는 것을 막는 화학 물질이다. 발암 내지 간 독성 같은 인체 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까지 한국에는 껌류에 대해서는 산화 방지제 표기 관련 규정이 없었다. 미국이나 유럽은 산화 방지제 표기를 의무화한다. 한국 식약청은 지난 5월4일에야 껌베이스 표시 기준 개정안을 발표했다.

산화 방지제는 껌류 외에 튀김류에 사용되는 식용 유지나 마요네즈, 시리얼류에도 사용된다. 산화 방지제 표기와 함께 허용치를 규제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현행 규정상 껌의 경우 1㎏당 BHA 0.75g 함유를 허용하고 있고 과자에는 사용할 수 없다. BHA는 립스틱, 립글로스, 로션, 아이섀도, 마스카라 같은 화장품에 산화 방지제로 함유되어 있다. 립 제품은 입을 통해, 피부 화장품은 피부를 통해 흡수될 수 있다.

■ 퍼클로레이트(과염소산염) | 음용수, 흙, 채소

환경부는 지난해 3월 퍼클로레이트를 ‘먹는 물 수질 감시 항목’으로 지정했다. 퍼클로레이트는 1940년대 중반 미국에서 첫 생산한 화학 물질이다. 퍼클로레이트는 갖가지 폭발물과 로켓 추진제 원료에 주로 사용된다. 에어백을 부풀리는 원료, 성냥, 윤활유, 전기 도금, 고무 제조, 페인트에도 들어간다. 동물 실험에서 갑상선암을 일으켰다. 인간에게 갑상선암을 유발한다는 역학 증거는 충분치 않아 미국 EPA와 IARC(국제암연구소)는 퍼클로레이트를 발암 물질로 분류하지 않는다. 국내 환경부는 이 물질이 갑상선에서 요오드 섭취를 방해해 갑상선 호르몬 생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태아, 영아, 유아 성장과 발달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산모가 주의해야 할 물질이다.

 

ⓒ시사저널 우태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5월4일 충치 예방 성분인 불소를 함유한 어린이용 치약을 구입할 때 ‘이 치약의 불소 함량은 ○○ppm임’이라는 문구를 반드시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현행 보건복지부 고시 ‘의약외품 지정 고시’는 치약제의 불소 함량을 1천ppm(0.1%)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기준치를 초과한 제품은 의약외품이 아닌 의약품 허가 대상으로 하고 있다. 치약 내 불소 성분은 치아가 산성 물질을 잘 견딜 수 있도록 해 충치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어린이용 치약의 경우, 불소 과다 함유에 따른 부작용에 유의해야 한다. 이른바 ‘불소증’이라는 부작용 탓이다. 불소를 장기간 과다하게 섭취하면 치아 표면에 백색의 반점이 나타나거나 황색 또는 갈색의 색소가 불규칙하게 착색한다. 그러다 보니 치약 제조회사들은 어린이용 치약에 불소를 성인용보다 훨씬 적게 넣고 있다.

미국의 치아 건강 전문 사이트 ‘덴탈플랜스닷컴’은 지난 1월20일 색다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 코크런 구강건강그룹 연구팀은 세계 어린이 7만3천여 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사용하는 치약의 불소 함유량과 충치 발생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불소 함유량이 1천ppm 미만인 치약을 쓴 어린이들은 불소가 전혀 없는 치약을 사용한 어린이와 마찬가지로 충치 예방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저농도 불소치약에 대해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애경2080 양인실 연구원은 “불소 함량이 낮아지면 그만큼 충치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린이의 경우 치약을 삼킬 수 있어 그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 불소 함량을 낮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저농도 불소가 충치 예방의 기능을 못한다면 굳이 불소 함유 치약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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