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거슬러오르는 종교계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0.05.1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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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에서 전국 교구의 성직자 모여 ‘시국 미사’…불교계도 종단 차원에서 반대 움직임

환경단체와 종교계가 ‘4대강 반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개신교·불교·원불교·천주교 등 4대 종단의 성직자들은 연대의 틀을 형성하고 공조직이 반대를 천명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종교계가 4대강 사업에 적극 반대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천주교의 움직임이다. 천주교는 4대강 사업이 시작될 때부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의 속도전을 시작한 지난해 12월에는 ‘4대강 개발을 위한 천주교 연대’(이하 천주교 연대)를 결성했다.

올해 3월부터는 천주교 사제들의 저항 움직임도 거세졌다. 지난 3월8일에 전국 교구 사제 1천1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1차 선언이 있었고, 같은 달 12일에는 16개 개별 교구 대표들의 협의체인 ‘천주교 주교단’이 성명서를 내고 4대강 사업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5월10일 명동성당에서 천주교 연대 주최로 열린 ‘생명·평화 미사’는 4대강 사업 반대를 위한 일대 전환점이 되었다. 이날 미사에는 전국 교구의 성직자 5천여 명이 참여했다. 명동성당에서 시국 미사가 열린 것은 지난 1987년 6월 항쟁 이후 23년 만이다. 그만큼 천주교가 ‘4대강 사업’을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천주교 연대는 미사가 끝난 후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전국 사제 수도자 5천5인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5월7일에는 국토해양부에 4대강 관련 공개 생방송 토론회를 제안했다.

천주교는 향후 전국 교구와 본당별로 강 순례 프로그램, 교육, 전시회 등을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국민적 동참을 이끌기 위한 단식 기도 등도 병행할 예정이다.

천주교 연대 상임 대표인 조해붕 신부는 “지금까지 ‘연대’로 움직였다면 5월10일 미사는 교단 차원에서 (4대강 사업 반대를)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주교회의에서도 4대강 사업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천주교 교단이 직접 나서는 형태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 지난 3월28일 함안보 건설 현장 인근인 경남 창녕군 길곡면 증산마을 앞 낙동강 둔치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불교 의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불교계는 종단 차원의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4월17일 서울 종로 조계사에서는 스님과 불자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4대강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4대강 생명살림 수륙대재’가 열렸다. 이날 행사가 끝난 후 불교계는 ‘4대강 저지를 위한 범 불교환경연대’를 상설 기구로 전환했다. 여기에는 40여 곳의 불교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 현각 스님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것은 일시적인 단일 행사가 아니다. 불교연대를 상설 기구화함으로써 4대강 공사가 중단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행사를 가질 것이다. 물론 종단과 연대해서 큰 틀을 형성해 한목소리를 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불교환경연대는 4대강 공사가 진행 중인 권역별 현장에 선원 형식의 캠프를 차렸다. 상임대표인 수경 스님은 여주 신륵사 경내에 ‘여강선원’을 마련하고, 정부의 4대강 공사 강행에 맞서 ‘생명을 살리기 위한 기도’ 및 수행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신륵사는 남한강 중류 여주보 공사 현장과도 가깝다.

개신교와 원불교도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4월23일 개신교계 15개 단체는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진보적 기독교 교단협의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도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라는 공동 입장문을 채택했다. 5월11일부터 21일까지 ‘릴레이 천막 기도회’도 연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양재성 목사는 “기독교계 교단 전체가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전체 교단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원불교도 4대강 사업을 중단시키기 위해 타 종교와의 연대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원불교 교무들로 구성된 ‘생명의 강을 지키는 원불교 사람들’은 4월23일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원불교 교무 선언’을 발표했다. 전체 교역자 1천8백명 중 1백60명이 참여했다. 다음 날에는 여주 신륵사 앞 남한강변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원불교인 기도회’를 열기도 했다.

5월25일에는 (가칭)원불교 환경연대가 출범한다. 대표로 내정된 홍현두 교무는 “4대강 사업은 ‘사람을 죽이는 사업’이다. 독일에서는 원불교 교인들을 포함한 교민들이 반대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4대강은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5월10일 서울 명동성당 입구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사제·수도자 2차 선언’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신앙인들에게 생명·환경 보호는 의무” 

종교계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이유를 묻자 종단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우리 신앙인들에게 생명 및 환경 보호는 의무이다. 4대강 사업은 강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후손, 대자연의 생명을 죽이는 일이다. 생명적 차원에서 종교계가 나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4대강 사업 반대에 나선 종교계의 면면을 보면 운동권 조직이 아니라 교단의 공조직인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4대 종단은 향후 ‘연대’를 해서 반대하는 움직임을 더 구체화할 계획이다. 특히 오는 6월2일에 치러질 지방선거가 4대강 반대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천주교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후보를 선택하겠다”라고 선언한 상태이며, 다른 종단들도 ‘4대강을 살리기 위해 투표하자’라는 등의 슬로건을 내걸고 맨투맨 작전으로 후보를 고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총력으로 ‘달래기’에 나서고 있고 종교계 내부에서 이런 움직임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기 때문에 종교계의 ‘4대강 반대 운동’이 실제로 얼마나 힘을 얻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기간 중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을 선거법 위반으로 규정짓고 있다. 이 때문에 선관위와 종교계의 갈등도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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